서울시-롯데호텔, 노숙인 임대주택에 객실물품 채운다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17/07/07 [13:50]

서울시-롯데호텔, 노숙인 임대주택에 객실물품 채운다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17/07/07 [13:50]

# 20년 전 사업실패로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홀로 노숙생활을 시작한 송재기 씨(가명, 53세)는 우연히 120다산콜 안내광고를 보고 전화를 해 노숙인 시설에 입소한 뒤 얼마 전에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평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서 바리스타 교육을 거쳐 지금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는 송 씨는 그동안 아무 것도 없이 휑하니 비어있는 집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못하고 있었지만 곧 호텔객실처럼 침대, TV, 냉장고 같은 세간이 들어오기로 해 가족들을 집에 초대할 생각에 들떠있다. 

    
서울시와 ㈜호텔롯데가 손잡고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전면 리노베이션으로 교체되는 객실 물품을 시가 기증받아서 자활 노숙인이 입주한 공공임대주택 105가구를 호텔객실처럼 채워준다.
    
각 가구마다 실제 롯데호텔 객실에 쓰였던 침대, TV, 냉장고, 탁자, 소형소파, 옷걸이, 거울, 소형 수납장 같은 물품 약 22개를 집안 내부에 그대로 옮겨준다는 계획.
    
서울시는 쪽방이나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는 했지만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에 세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생활하는 입주민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으로 세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급호텔에서 교체되는 침구류‧의류, 가전제품 등 개별물품을 시설 등에 지원한 적은 있지만, 주택 내부 세간을 호텔객실 물품 전체로 채워주는 것은 전국 최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서울시내 14개 특급호텔과 협약을 체결하고 시가 4억9,900만 원 상당의 물품 약 10만3,673점을 후원받아 노숙인 시설, 쪽방주민, 사회복지시설 51곳에 무료지원한 바 있다. 

 

현재 서울에는 노숙인 시설이나 쪽방촌에서 자립해 LH공사나 SH공사가 지원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람이 약 1,300명이 있다. 시는 이 가운데 최근에 입주했거나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세간을 마련하지 못한 주민들을 추천받아 105가구를 선정했다.
 

노숙인 공공임대주택은 일반 빌라를 매입해 개보수한 것으로 주택만 제공되고 살림살이에 필요한 세간은 입주자가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세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많다고 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규 포장이사 업체를 통해 배달은 물론 집 안에 배치하는 것까지 지원한다. 이와 관련해 시는 3일(월)부터 15일(토)까지 약 2주간 후원물품 배달‧작업이 진행된다.
    
이사비용은 온라인 공유플랫폼을 통한 시민들의 사회적 모금을 통해 후원금 목표를 달성, 구세군 자선냄비본부에서 3천만원 전액을 지원하기로 해 더 뜻 깊다.
    
한편, 이번에 지원되는 객실 물품은 롯데호텔 신관이 전면 리노베이션에 들어감에 따라 교체되는 물품들로, 롯데호텔 측에서 물품 전체를 서울시에 기부했다. 기부 물품은 객실 353개와 티 라운지(살롱 드 떼), 클럽라운지에서 사용됐던 TV(430대), 소형냉장고(328대), 침대 3종(472개, 매트리스 포함), 테이블, 의자, 진열장, 소형소파 등 총 12,048점이다.
    
보통 특급호텔에서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해 객실용품을 교체할 때 TV, 냉장고 같이 매각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를 기부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롯데호텔은 서울시와의 협약 취지를 살려 일체 매각 없이 교체물품 전체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롯데호텔에서 기증한 물품 가운데 이번 공공임대주택에 지원하고 남은 물품과 앞서 다른 호텔에서 후원받은 물품을 오는 9월 중 시 소재 전체 사회복지시설 약 5,700개소의 신청을 받아 필요한 시설에 배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증받은 물품 중 대형 콘솔, 탁자, 퀸 사이즈 침대, 소파 같이 공공임대주택 내부 배치가 어려운 물건들은 매각해 관련 사업비용으로 활용하고 남는 수익금은 노숙인 복지사업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김용복 서울시 복지본부장은 “민간기업과의 협업으로 호텔 리노베이션으로 교체되는 객실 물품을 자활 노숙인의 세간으로 지원함으로써 공유경제를 통해 사회적취약계층을 돕는 새로운 시도”라며 “이익을 포기하고 매각 대신 후원을 선택해 준 (주)호텔롯데에 감사하고 앞으로 이 사업을 더 발전 시켜 노숙인이나 쪽방 주민이 아닌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 입주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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