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3년, 조윤선 집행유예

강종호 기자 | 기사입력 2017/07/27 [16:30]

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3년, 조윤선 집행유예

강종호 기자 | 입력 : 2017/07/27 [16:30]

[신문고 뉴스] 강종호 기자 = 문화예술인들은 좌우파로 분류한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하고 문화지원금을 편파적으로 지불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김 전 실장 외에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종덕 조윤선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 등도 모두 유죄를 선고받아 징역형과 집행유예형으로 단죄되었다.

 

▲ 광화문 탄핵 촛불 박근혜 김기춘 최순실 안종범     ©편집부

    

이는 이들을 지판한 법원이 그 실체를 두고 논쟁이 됐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함과 동시에 '보조금 집행 정책의 일환'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실장 등 관련자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피고인들의 선고공판을 열었다.

 

그리고 이날 재판부는 구속 중인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6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겐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조윤선 전 장관에게는 징역1년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는데, 이는 재판부가 조 전 장광에게 블랙리스트 관련은 무죄로 보고 국회에서의 위증죄만 유죄로 단죄한 결과다. 따라서 국회 위증이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이 내려진 것은 위증죄에 대한 무거운 처벌로 보인다. 이는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데서도 확인된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비서실장이나 장관 등 자신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한을 남용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 지시를 담당했다"고 권한남용을 인정했다

 

또 "이런 지시에 따라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예술위 등에 하달돼 지원배제 행위가 은밀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실행됐다"고 비판했다.

    

그런 다음 "그 과정에서 예술위 임직원이나 문체부 실무 공무원들이 고통을 겪었고, 긍지였던 그들의 직업이 수치로 여겨지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지원 공공성에 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이들의 행위를 범죄로 인정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하게 죄를 물었다. 이날 재판부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비서실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할 임무가 있는데도 가장 정점에서 지원배제를 지시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은 전혀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고,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회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받은 혐의 중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유는 지원 배제 과정에서 예술위 직원 등에게 형법상 '협박'으로 볼 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이유를 "피고인이 정무수석으로서 신동철이나 정관주가 지원배제에 관여하는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의 행위를 담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국회 위증만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피고인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되므로 오늘 재판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종덕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찍힌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을 강요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노 전 국장의 사직 강요가 박 전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였다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2급 공무원이던 노 전 국장은 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되는 위치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며, 이에 재판부는 "(박근혜 전)대통령의 지시는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직업공무원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지시임이 명백하다"고 지적,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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