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집회로 태극기…시민들, 부정적 인식 확산

백은종 | 기사입력 2017/08/16 [07:53]

친박 집회로 태극기…시민들, 부정적 인식 확산

백은종 | 입력 : 2017/08/16 [07:53]

광복 72주년인 15일 서울 도심에서 태극기 관련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구속당한 범죄자 박근혜을 옹호하는 박사모들이 태극기를 악용한 집회 이후 태극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매년 서울 도심 건물 외벽을 장식하던 광복절 기념 태극기가 올해는 사라졌다. 지난해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서대문형무소 등에서 열린 다양한 광복절 행사에선 태극기가 휘날렸지만, 올해는 지방자치단체가 광장 주변에 내건 태극기가 전부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과거 유통업계들이 열을 올렸던 ‘태극기 인증샷 행사’를 비롯한 ‘애국심 마케팅’도 진행되지 않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5일 “젊은층 사이에 태극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태극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 광복절에 태극기를 보기 어려운 원인으로 박근혜 탄핵을 비롯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정국을 거치면서 태극기가 마치 박근혜 비호 집회 상징처럼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도 박사모 집회에서는 태극기가 넘쳐났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광복절 경축을 위한 의미보다는 범죄자 박근혜를 비호하는 용도로 쓰였을 뿐이다. 

 

일부 시민들은 태극기 게양에 다소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광복절 기념 태극기 달기 시범 아파트를 운영했지만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 줬는데도 국기 게양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전주명(48)씨는 “‘태극기부대’ 이미지가 계속 떠올라 과거처럼 태극기를 펼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정모(31·여)씨는 “태극기부대가 태극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킨 측면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애국심까지 훼손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추종자들의 일명 태극기 집회로 국기 이미지 크게 훼손


뉴시스에 따르면 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안창호기념관에서 1세부터 72세까지 모두 모여 만드는 태극기 한반도 행사를 개최했다.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태극기를 손에 들고 직접 한반도 모형에 설치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위해 소망리본 달기, 태극기 타투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도 진행됐다. 

김재실 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장은 인사말에서 "일제 억압 속에서 고통받다가 우리가 마음껏 태극기 흔들고 애국가도 부른지 벌써 72년전"이라며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태극기를 조국강토에 꽂는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대체로 태극기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질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태극기가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집회에 등장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기념관을 자주 방문한다는 김국현(67)씨는 "태극기는 국가를 의미하는 것인데 너무 안타깝다"며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주장을 할 때 태극기를 들어야지, 태극기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김수민(39·여)씨는 "잘못한 대통령을 위해 태극기를 흔들었으니 이제 태극기가 국기답게 보이겠느냐"며 "안 그래도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인근 주민이라는 김모(70)씨는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태극기의 의미가 크게 훼손된 것 같다"면서 "아이들이 태극기를 바라보며 조국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슬프다"고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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