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와 도구, MBC 5년의 치욕을 기록하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은 어떻게 저항을 잠재울 수 있었나

임두만 | 기사입력 2017/09/18 [01:29]

잉여와 도구, MBC 5년의 치욕을 기록하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은 어떻게 저항을 잠재울 수 있었나

임두만 | 입력 : 2017/09/18 [01:29]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검찰이 MBC 김장겸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하자 김장겸 사장이나 MBC 경영진보다 더 흥분한 측이 자유한국당이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이를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라며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대검청사 검찰총장실에 앞에서 농성도 하고 고용노동부를 항의 방문, MBC탄압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했다.

 

이도 모자라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워크숍에서 나온 공영방송 정상화 로드맵에 대한 제안서를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기도가 확연하게 드러난 사례'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 여당과 청와대를 압박하고, 여론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행태와 요구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듯,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9년의 기간을 합해 국정조사를 하자고 나왔다. 따라서 이제 자유한국당이 합의를 하기만 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과 문재인 정권 4개월간, 권력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장악하려 했으며 실제로 했는지에 대한 국정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국정조사를 압박하던 자유한국당이 시들해졌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지난 9년의 공영방송 장악 실태가 밝혀질수록 누가 적폐인지 알려질 것 같아서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국정조사가 아니라도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연일 지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실체를 근거 문서와 함께 발표하고 있다. 또 이런 증거들에 의해 검찰은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유한국당이 원하든 원하지않든 이제 우리 국민은 지난 보수정권 9년의 언론장악 실태를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벌써 다큐, 영화, 책 등의 기록물로 지난 9년 저들의 패악질을 접하고 있다. MBC해직자인 최승호 PD의 다큐영화 <공범자들>과 또 같은 MBC 해직기자인 박성제 전 MBC 노조위원장이 펴낸 <권력과 언론>이란 책에서 상당부분 저들의 패악질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현직 MBC 기자인 임명현 기자가 <잉여와 도구 : 억압된 저널리즘의 현장 MBC를 기록하다>라는 제목의 신간을 펴냈다.

 

출판사는 이 책의 저자를 "MBC 기자. 2003년 MBC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시사매거진2580> 등을 거쳤다. 기억에 남는 취재로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추적보도와 UAE 원전 미공개 계약 조건 등이 있다. UAE 원전 보도로 제3회 한국방송기자대상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평조합원으로 참여한 2012년 파업에서 정직 징계를 받은 뒤에는 보도국 외곽을 맴돌다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널리스트의 삶을 복원하고 문화연구자로서 진화하고 싶다는 두 가지 꿈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임 기자는 이 책의 서문에 이런 글을 썼다.

 

“눈물은 마음의 피다. 육체에 상처가 나면 피가 흐르듯 마음에 상처가 나면 눈물이 흐른다. 상처가 깊을수록 출혈의 양이 많은 것은 육체의 피건 마음의 피건 마찬가지다. 치유 이전의 상처라면 아무리 꽁꽁 싸맨들 그것을 건드렸을 때 피가 쏟아지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역시 치유 이전이라면 아무리 꽁꽁 싸매도 툭 건드려지는 순간 눈물이 쏟아진다. 그래서 피눈물이란 말이 있는 걸까? 사람들에게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억압당하던 시절 입은 사처를 수습하고 어쨌든 살아가기 위해 싸매뒀던 봉인이 해제되자 아직 회복되지 않은 그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그 상처를 입힌 자들을 향해, 그들은 이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또 이 글 앞에 지난 2012년 7월 17일 최장 170일 파업을 중단한 뒤 1,875일. 만 5년하고도 45일이 지난 다시 시작되는 2017년 9월 4일 총파업 앞두고, 다시 파업의 길에 나서는 MBC 상암동 사옥 1층의 8월 30일 ‘파업 출정식 현장 모습을 회고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유배지에 유배되었던 기자와 PD, 그리고 아나운서들이 스스로 유배지를 떠나 사옥 1층에서 만나는 장면도 기록했다.

    

유배지를 떠나온 이들을 반기는 환영과 박수,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눈물바람...저자는 그들의 눈물을 기록하면서 이처럼 피와 눈물에 대해 우리가 알면서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유려한 문장으로 기록, 이 책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렇다. MBC의 현직 기자가 마이크를 빼앗기고 5년, 취재현장이 아니라 교육장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처지, <잉여와 도구>의 저자가 처했던 그 처연한 처지는 이미 25만여 명이 관람한 것으로 보도된 영화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이 카메라 앵글로 잡은 스케이트장에서 눈을 치우는 한 중견 PD의 모습에서와 같이 책 곳곳의 행간에 묻어난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개인이 기록한 자서전 또는 회고록 같은 기록물들에서 기록자들이 해 둔 자신에 대한 묘사를 매우 자주 목격했다. 그런 기록물은 또 대부분이 지난한 과정과 고군분투가 있었으나 결국 이겨내고 오늘 이만한 위치를 점했다는 성공담 회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스스로를 ‘잉여인력’으로 분류한데서 나타나듯 저자는 이 책에서 매우 담담하게 자신의 실패와 고뇌를 서술한다. 그런데 그 서술이 아프다. 꼭 내가 그를 거기에 둔 것 같은 죄의식까지 느껴진다. 저자만이 아니다. 이 책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이들이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잉여’에 대한 정의까지 내려놓고 있다.

    

“잉여란 무엇인가? 지그문트 바우만(2008)에 의하면 잉여란 ‘여분, 불필요함, 무용함’을 의미한다. 잉여로 규정됐다는 것은 버려져도 무방하기 때문에 버려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잉여라는 개념은 ‘불량품, 폐기품, 쓰레기’라는 단어와 의미론상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정의와 함께 저자는 지난 5년간 MBC 경영진이 기자 PD 아나운서 등 전문직 인력 중 잉여로 분류, 유배시켜 배제한 기준을 능력이나 경력 같은 것이 아닌 ‘정치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것인지의 여부’였다고 진단한다.

    

즉 기자가 특출한 취재 능력이 있어 특종을 많이 한 것과 PD가 인기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서 시청률을 높였다든가 아나운서가 특출한 프로그램 진행능력과 좋은 성대를 가진 것과는 별개로 ‘자기가 자기 일을 해버릴 것 같은 사람’은 잉여로 분류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왜 MBC가 ‘엠빙신’으로 불렸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신간 <잉여와 도구: 억압된 저널리즘의 현장 MBC를 기록하다>는 이처럼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뒤 MBC가 왜 ‘엠빙신’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기록물이다. 방송기자가 마이크를 빼앗긴 뒤 지난 5년 그곳에서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말했다.

 

파업을 종료할 때는 승리를 말하고, 실패한 파업은 아니라고 자위했으나 결국은 처절한 실패였으며 그 실패 이후 구성원들의 저항과 패배, 배제와 포섭, 유예와 저항의 풍경을 낱낱이 기술했다.

    

때문에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치욕스러운 역사에 대한 가감 없는 기록.”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면서 “2012년 MBC 파업 이후 파업 참가자들은 보도국에서 배제되어왔는데, 평조합원으로 참여한 후 말과 글의 힘을 빼앗긴 내부인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저자는 공영방송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내부인들의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고 저자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민주당 신경민 의원(전 MBC기자 뉴스데스크 앵커)은 이 책의 저자에 대해 “임명현 기자는 2008년 광우병 회견에서 보여준 대로 질문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언론인이다. 무너진 MBC를 지켜보면서 그는 통렬하고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귀 기울여 듣고 방송과 언론, 기자 그리고 인간의 가치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MBC 해직 PD이자, 현 뉴스타파 진행자이며 영화 ‘자백’과 ‘공범자들’의 감독이기도 한 최승호 감독은 “<공범자들>이 영상으로 묘사한 일들의 배후에서 일어난 심리적 변화를 이 책은 외과의가 메스로 근육가닥을 헤집으며 수술하듯 정밀하게 묘사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MBC라는 우리 시대의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일들이 저널리스트들의 의식에 미친 영향에 대한 기록”이라며 “공범자들은 기자들의 저널리스트로서의 DNA를 말살하고자 했고 실패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읽고 이해해야 할 책이다.”라고 추천했다.

 

그래서다. 나는 MBC 5년 치욕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음모저지 특별위원장인 김태흠 의원들께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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