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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있는 공무원을 고대하는 시민 입장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기사입력  2017/11/11 [10:55]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문구는 이 시대 공직사회를 상징하는 명징한 단어일 것이다. 공무원 중에는 영혼을 버리고 사는 것을 훌륭한 처세술로 여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영혼 없이 살면 고민할 필요도 없고, 불만도 있을 수 없고, 존재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권력자는 영혼 없는 공무원을 총애하고 간택함으로써 이들은 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렸고, 이로 인해 악순환의 고리가 쌓였다.

 

 

▲ 이명박 구속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만들어 나무에 묶어둔 전단지가 가을비에 젖어가고 있다.     ©임두만

 

 

유사 이래 국가의 녹을 먹는 수많은 공직자가 영혼을 버린 사례는 역사가 켜켜이 보여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나라를 팔아넘긴 이완용, 이지용 같은 을사오적도 그 정점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타락하고 부패한 공무원 영혼은 세상을 곪을 대로 곪고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어 결국, 국가가 멸망하기도 하였다.

 

독재 권력이 시민을 핍박하고 헌법 가치를 짓밟는데 앞장선 중심축 중 하나도 완장 찬 영혼 없는 군인·정보기관·경찰·검찰 등의 공무원이었다. 3·15 부정선거, 5·16 군사쿠데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항쟁, 민간인 학살, 각종 간첩 조작사건 등 이루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폐가 쌓여있다. 

 

박근혜 정권의 헌정 농단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확인되는 사실은 영혼 없는 공무원이 중심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고 고도화하고 있을 때 국정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는 근거 없는 북한붕괴론이나 퍼뜨리면서, 기껏 한다는 짓이 댓글이나 쓰면서 최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것이었다. 너무 한심해서 한숨도 안 나온다.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국정원 댓글과 특수활동비 상납, 국정 역사교과서 이런 것도 전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가 아닌 최고 권력자에 대한 헌사였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각 요직에 있는 공무원들은 마치 범죄 집단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국정 농단과 헌법 가치 파괴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합동하여 시민을 개, 돼지 취급하면서 쥐어짜고 괴롭혔다. 사악하고 부패한 공무원 영혼의 감염 속도는 빛의 속도로 민주주의를 질식시켰다.  

 

법치주의를 빙자하여 법치주의를 짓밟은 대표적인 관료 집단이 검찰이었다. 검찰 적폐 사례는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검찰이 요즘 매우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폐청산의 대상인 검찰이 적폐를 청산한다고 부지런을 떨고,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다른 기관도 비슷하다. 이런 조치를 공무원 영혼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귀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가. 

 

헌정 농단 사태의 한 축을 담당하였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은 검찰과 법원에서 고해성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무원의 고해성사는 공무원 영혼 부활의 출발점이다. 이들을 용서하기 힘든 심정도 있으나, 고해성사를 통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의 고해성사를 통해 최소한 이들의 진정성을 긍정할 수 있지만, 검찰은 그 누구도 자신의 죄상을 고해성사하는 일도 없었다. 검찰의 진정성을 추측하는 것조차 지금으로서는 어리석은 짓이다.

 

과연 검찰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법의 이름으로 자행한 부정의 한 작태를 반성하고 있어서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국민을 속이는 거대한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일까. 반성하지도 않는데 마치 참회하는 것처럼 위장 전술을 펼치는 자기기만일까.

 

수십 년 동안 검찰과 공직사회 개혁을 수없이 부르짖어 왔지만 끝내는 실패했다. 오히려 검찰과 행정관료 권력은 확고부동하게 유지·확대되었다. 검찰과 관료는 국민과의 싸움에서 항상 백전백승하였고, 백전백패는 항상 시민의 몫이었다. 이번에도 개혁에 실패한다면, 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적폐 양산은 계속 될 것이다.

 

사기가 성공하려면 속는 자가 속이려하는 자의 의도를 몰라야 가능하다. 그래서 속이는 자는 속이려는 맘을 들키지 않으려고 갖은 수단을 다 획책한다. 그러나 시민은 영혼 없는 검찰과 공무원 관료의 DNA를 명확히 보았고, “이게 나라냐”고 부르짖으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분명히 목도하였기 때문에 쉽사리 속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의 ‘영혼’을 판별하는 핵심 기준은 헌법이 제시하는 것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다. 여기서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이지, 헌법가치가 짓밟히고 조롱·왜곡당하는 상황에서 팔짱끼고 있으라는 중립의 의미가 결코 아니다. 헌법을 수호하며 권력자와 정권 아닌 국민전체에 봉사하라는 정의 명제가 공무원 영혼의 핵심 가치다.

 

공무원이 단순히 철밥통으로 사는 것은 시민과 헌법 질서를 모독하는 것과 같다. 시민 대다수는 영혼 있는 공무원을 간절히 원하고, 기다리고 있다. 민주공화국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김희수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인권연대] 발자국 통신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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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1 [10:55]  최종편집: ⓒ 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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