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안법'고래싸움 새우 등 터진 소상공인들

[취재 수첩] 본회의 통과 앞둔 '전안법', 靑-국회 차원 특단조치 필요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12/24 [20:35]

'전안법'고래싸움 새우 등 터진 소상공인들

[취재 수첩] 본회의 통과 앞둔 '전안법', 靑-국회 차원 특단조치 필요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12/24 [20:35]

국회가 전국 수백만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들의 마음을 타들어 가게 했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전부 개정안(이하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람과는 달리 '헌법 개헌'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충돌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 12월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이날 국회 여야는 '헌법 개정' 합의 불발로 끝내 본회의를 무산시켰다 ⓒ 인터넷언론인연대    

 

 

고래 싸움에 애꿎은 새우 마음만 조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안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년내 통과 여부에 수백만 소상공인 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지난 22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간 헌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본회의 개회가 무산되면서 큰 실망을 안겼다.

 

이에 따라 수백만 영세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들은 2018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범법자로 몰릴 위기에 놓였다.

 

같은 날 국회 핵심 관계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는 12월 26일, 27일 국회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실한 게 아니다. 청와대와 국회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특단의 대책(대승적 결단)을 내놓지 않으면 새해 첫날부터 벌어질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앞선 지난 2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권성동)는 전안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회의 초반부터 삐걱거리며 수백만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의 마음을 타들어 가게 했다.

 

법사위 상정 법안 본격 심의 전 야당 위원들은 문재인 정부 국무위원 활동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맞대응하면서 수차례 파행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법안 심의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여야 위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특히 자유한국당 위원들은 24번째 법안 심의 대상에 오른 전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바른정당 원내대표인 오신환 법사위 위원도 '이 법은 해당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진작 통과했어도 문제없는 법'이라고 말해 법안통과에 청신호를 켰다.

 

전안법 개정안 가결에 앞서서는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표해 눈길을 끌었다.

 

윤 의원은 "정부의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한 전안법 개정안으로 많은 소상공인에게 불편을 끼쳐 송구스럽다"며 "혼란을 빚은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전안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소상공인이 당면한 문제가 해소되기 바란다"면서 전안법 전부 개정안 찬성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의 전안법 개정안과 관련한 미적지근한 태도를 다그치면서 연내 통과에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원래 국회 일정이 12월 9일 정례회가 끝나지 않았나. 임시회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2016년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가 전안법 전부 개정안에 관심을 두고 간담회, 현장 방문을 하지 않았나. 정부 출범한 지 얼마가 됐는데 의원 통해서 발의하고 이제 법사위에 올라와서 긴급하게 처리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뭘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박운규 산자부 장관은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안전을 함께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답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논란이 예고됐고 정부가 바뀌었지만 산자부 공무원은 그대로 아니냐"라며 "지금 법이 통과돼도 6개월 시행령 기간이 필요한 거 아닌가? 진작 처리했어도 문제 될 것이 없는데 굳이 임박해서 처리한 것을 보면 산자부가 준비를 철저히 했나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운규 장관은 "철저히 하기 위해 많은 수기 과정을 거쳤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오신환 원내대표는 "법이 통과돼도 시행령에 담아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소상공인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잘 진행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운규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위원들에게 전안법 개정안 의결에 대한 이의를 물었다. 참여 의원들이 '없다'고 응답하면서 가결될 수 있었다.

 

 

▲ 12월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전안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주최한 국민의당 이언주 국회의원이 소상공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전안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숨은 공로자들 면면 살펴보면

 

전안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기자와 만나 "만고를 딛고 오늘 법사위를 통과한 전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도 무사히 통과해 수백만 소상공인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제대로 된 시행령을 통해 위축된 국내 산업 경제를 다시 새롭게 일으키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청에서 법사위 전체회의를 수 시간 동안 지켜본 박중현 전안법개정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법사위 위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중현 위원장은 "2017년 초 전국 700만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자, 핸드메이드 작가들까지 모두가 다 놀라고 사업을 접어야 할뻔했던 전안법 개정안이 드디어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법사위가 통과할 때까지 함께 싸워준 소상공인, 작가들과 의원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업계 관계자들, 소비자단체, 부서와 부처가 긴밀히 협조해서 또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과 영세산업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자기들만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업계와 소비자를 동시에 함께 배려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에는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도 한 몫했다. 이 의원은 법사위 통과가 불투명하던 지난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전안법 개정안의 법사위 상정과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었다.

 

이언주 의원은 "전안법 개정안이 뒤늦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올라왔기 때문에 절차상 법사위 통과가 무리인 상황이었는데 흔쾌히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주고 이 법안을 상정해준 권성동 위원장과 위원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안법 개정안이 급하게 통과하긴 했지만, 법안 자체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미흡한 부분과 보완할 부분이 많다. 소상공인 목소리를 반영해 현실적인 규제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전안법 개정안 통과 후에도 수백만 소상공인과 제대로 된 전안법 시행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 소속 상임위도 아니지만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법안 통과에 큰 도움을 줬다. 이 의원이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들과 전안법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당과 상임위는 다르지만, 물밑에서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들을 지속해서 만나며 전안법 개정안 통과에 도움을 준 의원도 있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국회 농해수위, 정보위원회 간사)이다.

 

이 의원은 법사위 통과에 대해 "많은 소상공인분과 청년 창업가들이 저에게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요청했다. 과도한 규제가 빨리 개정되어야 소상공인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고 청년들이 창업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 법을 찾아서 우리 국민이 시장경제에서 펄펄 날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숨은 주역은 또 있다. 이완영 의원실 김종욱 보좌관이다.

 

국회해병대전우회 사무총장인 김종욱 보좌관은 20일 법사위 개의 하루 전인 19일 국회법제사법위원장실 권통일 보좌관과 전안법개정대책위원회 위원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이로 인해 법사위 위원들에게 전안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만 하는 사유가 각인되게끔 확실한 역할을 했다.

 

김 보좌관은 "전안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다행"이라며 "좋은 취지로 청년창업자, 소상공인들이 일하고 일자리를 만들려고 해도 법안에 묶인 내용 때문에 자칫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범법자가 될 우려가 컸다. 지난번 전안법은 정부 입법으로 만들어졌지만, 이 법에 대해 19대 산자위 위원 등 여야 의원들이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었다. 전안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에서 무사히 통과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 12월 2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 인터넷언론인연대    

 

 

'전안법 개정안' 통과...연말 선물 안겨야!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2017년 9월 4일 대표 발의한 전안법 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전기용품과 마찬가지로 의류 가방 등 생활용품에도 'KC(Korea Certificate, 공급자 적합성 확인 서류)' 인증 취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만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을 보완해서 만든 법안이다.

 

올해 초 전안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19대 당시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처리한 이 법안으로 인해 수백만 영세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는 적게는 수십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을 들여야 하는 KC 인증 의무 조항을 지키지 못해 범법자로 내몰렸다.

 

이에 산자위는 2017년 2월 16일 오전 10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소상공인과 소비자 대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안법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후 의견 수렴을 거쳐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 구매대행업자가 취급하는 제품에 대해 안전 관련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게시하고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 적합성 확인 표시가 없는 생활용품을 금지하는 조항 시행'을 2017년 12월 말까지 연기한다는 부칙을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같은 달 22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전안법 중 논란이 불거진 일부 조항의 시행을 2017년 12월 31일 까지 유예한다는 원포인트 개정안을 냈고 3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전안법 개정을 둘러싼 안건은 이후 지난 12월 20일 법사위 통과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인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각 당 후보는 선거 공약에 전안법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했다.

 

이후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과 소비자간 간담회 등을 통한 수십 차례의 이견 조율을 거쳐 민주당 이훈 의원이 전안법 개정안 대표 발의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가지 정황으로 전안법은 산자위에서 논의조차 안 됐다. 이에 이 문제를 이대로 주시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의 야당 의원들과 국회해병대전우회는 소상공인 단체와 긴밀히 협의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전력 투구하면서 전체 법사위 위원들 설득에 성공하면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법사위 통과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들은 또 한 번 실망감에 휩싸여야만 했다. 지난 22일 국회는 오전 10시 본회의를 통해 20번째로 전안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간 개헌 합의 불일치로 끝내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다음 본회의 개최에 희망을 걸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박중현 전안법개정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본 회의 개최가 무산된 후 의사당을 빠져나오면서 기자에게 타들어 가는 심경을 전하며 국회 여야 의원들에게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며 거듭해 호소했다.

 

국회가 민생법안인 전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만큼은 그 시급성과 절박성을 고려해 이달 말까지는 꼭 통과시켜달라는 절박한 하소연이다. 그래서다. 민생을 챙기는 국회라고 한다면 연말까지는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들에게 법안 통과라는 선물로 화답할 때가 아닌가 한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소상공인 특히 청년 창업가들의 사업의지를 꺾어서는 결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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