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수상한 경찰 수사 발표...‘안이박김’ 현실화?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8/11/17 [15:53]

'혜경궁 김씨' 수상한 경찰 수사 발표...‘안이박김’ 현실화?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8/11/17 [15:53]

경찰이 '혜경궁 김씨' 논란과 관련 트위터 계정 주인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결론을 내리고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19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수사발표가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재명 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명 도지사 페이스북 글 캡처     

 

 

이 지사는 경찰 수사 발표가 나온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08__hkkim이 김혜경이라는 스모킹건? 허접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경찰이 트위터계정주를 제 아내로 단정한 ‘스모킹 건’이 참 허접합니다.”라며 조목조목 밝혔다.

 

그는 먼저 “5.18.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이걸 캡처해 카스에 공유한 게 동일인인 증거랍니다”면서 “여러분이 사진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공유한다면 트위터에 공유한 후 트위터 사진을 캡처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겠습니까? 아니면 사진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바로 공유하겠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번잡한 캡처과정 없이 사진을 바로 공유하는 게 정상이니, 트위터 공유사진을 캡처해 카스에 올린 건 계정주가 같다는 결정적증거(스모킹건)가 아니라 오히려 다르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입학사진을 트위터가 최초 공유했다는 단정도 그렇습니다”면서 “아내가 사진을 잡고 찍어 카스에 공유한 후 10여분 후 손가락이 찍힌 그 사진이 트위터에 공유되었습니다. 트위터 계정주는 아내 카스를 보는 수많은 사람중 하나일 수 있는데, 이 점을 애써 외면하고 ‘트위터가 처음 사진을 공유했다'는 거짓 가정하에 '사진 주인이 트위터 계정주'라 단정한 경찰의 무지와 용기가 가상합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도지사는 세 번째로 “계정주가 쓴 ‘아들 둔 음악 전공 성남 여성’이라는 글이 증거라 합니다”면서 “익명계정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흉내 내고 스토킹 하는 일이 허다한 건 차치하고, 그가 이재명부인으로 취급받아 기분 좋아했다든가, 이재명 고향을 물어보았다든가, 새벽 1시에 부부가 함께 본 그날 저녁 공연 얘기를 트위터로 나눈다는 건 부부가 아닌 증거인데 이는 철저히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주장대로라면, 아내는 지금도 성남 산지 30년이 안되므로 계정주(2013년 개설)가 성남 산 지 30년이라 한 건 아내가 아닌 증거겠지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 지사는 계속해서 “분당에서 트위터와 동일 시기에 기기변경한 사람은 아내뿐이라는 것도 증거가 아닙니다”면서 “이는 계정주가 분당거주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인데, 표적을 정한 꿰맞추기 수사라는 근거가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계정이 만들어진 2013년에는 인증절차 없이 계정을 만들었고, 인증이 강화된 지금도 그가 경찰서장일지언정 이메일과 전화번호만 알면 전화번호 뒷자리가 같고 메일 일치하는 그의 계정을 만들 수 있고, 기존 계정을 그의 계정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더구나 계정과 관련 있다는 이메일은 비서실과 선거캠프에서 일정공유용으로 만들어 쓰던 것으로 아내가 쓰던 메일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해 주었다”면서 “아내는 경선에서 패한 남편 대신 진심을 다해 김정숙 여사를 도왔고, 우리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지금도 우리부부는 문재인정부 성공이 국가발전과 이재명성공의 길이라 굳게 믿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트위터 글은 조사 착수도 안하는게 보통인데, 이 트위터 글 때문에 대규모 전담수사팀이 구성된 건 대상자가 이재명 아내이기 때문”이라면서 “경선결과에 승복하고 대선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한 경선상대 아내가 경선 당시 상대를 비방해 명예훼손했다고, 경찰이 가혹한 망신주기 왜곡수사 먼지털기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경찰은 누군가 고발하고 신고한 그 수많은 악성 트위터글이나 댓글은 조사착수도없이 각하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따져 물으면서 “국민이 맡긴 권력을 사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행위”라고 정면에서 비판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이 같이 비판한 후 “한겨울 눈 덮인 숲 속 참나무 밑에 밤송이 몇 개, 밤나무 입 가지 몇 개 흩어놓았다고 밤나무가 되진 않습니다”면서 “천둥번개 폭풍 몰아쳐도 계절은 바뀌고 물은 아래로 흐릅니다. 봄이 되면 참나무임도 자연히 드러날 겁니다. 사필귀정..상식과 국민을 믿고 꿋꿋하게 갈 길을 가겠습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네티즌들 찬반 극명하게 엇가리지만 미묘한 기류 감지돼

 

이재명 도지사의 페이스 북 해당 글에는 댓글이 오후 3시 37분 587개가 달리는 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그의 지지자들은 경찰 수사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이디 ‘이*수“는 ”'혜경궁 잠정결론'은, 김부선 형새 또는 공지영 검새가 수사한 모양새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규’는 “문재인 대통령을 트위터에서 비판했다고 수사? 이거 국제적으로 졸지에 우리나라 인권탄압 후진국으로 만드는 거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그러겠나? 이명박근혜 때도 안 그랬어. 누군가 국제인권기구에 청원을 넣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 트윗을 이재명 지사 부인이 쓴게 아니라잖아. 증거도 없잖아”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吳*澤’은 “동일인이 아니라는 수많은 결정적 증거는 무시하고 추론적인 증거만으로 동일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경찰이 무능해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면서 “이재명지사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바보라도 그런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과 함께 탈당을 강요하는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를 촉구한 친노 친문 지지그룹으로 보이는 이들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댓글인 것.

 

아이디 ‘Bumsoo *’은 “진실과 상식에는 이런 허접하고 구질구질한 얘기는 필요치 않습니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누가 되지 않도록 탈당부터 하세요”라고 말했다.

 

즉 친문지지 그룹이 차기 대선 주자를 미리 점찍어 놓은 상황에서 안희정에 이어 이재명 등 정적 제거에 나선 것은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에 딱 들어맞는 댓글인 것. 

 

실제 지난 대선 본선 상대들은 적폐의 온상으로 정리되고 예선전 상대였던 최성 안희정 이재명은 정리하는 소위 '안이박김' 설이 사실화 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안이박김’이란 말이 회자된바 있다.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처리한 뒤 박원순과 상대하면 김경수가 차기 대권주자’라는 것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음모론적 시각이 사실화 된다면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작업은 겉으론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프레임 설계가 그들 스스로에게 패착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안이박김’? 정치는 설계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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