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쌀 대신 과일로 술”...새마을 공장에서 와인산업 시작

[인터뷰] 국내 와인 1세대 영천뱅꼬레와이너리 하형태 대표가 영천에 와이너리 세운 까닭은!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9/03/12 [20:05]

박정희 “쌀 대신 과일로 술”...새마을 공장에서 와인산업 시작

[인터뷰] 국내 와인 1세대 영천뱅꼬레와이너리 하형태 대표가 영천에 와이너리 세운 까닭은!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9/03/12 [20:05]

 

 

‘보현산 천문대’, ‘국내 첫 화약탄약창’, ‘전국에서 가장 저수지가 많은 고장’

 

세 가지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보현산 천문대’는 국내에서 가장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첫 화약탄약창이 들어선 이유는 이곳이 국내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또 저수지가 가장 많은 이유는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곳이라는 점이다.

 

국내 와인 1세대를 이끌고 있는 영천뱅꼬레와이너리 하형태(65) 대표가 경북 영천에 와이너리를 세울 때 이 같은 점에 주목했다고 했다. 즉 영천은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기후 덕분에 높은 당도와 좋은 향을 가진 포도가 생산 된다는 이유에서 이었다는 것. 한 병의 와인에는 그곳의 토양 햇빛 물 공기가 담기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여 졌다.

 

▲영천뱅코레와이너리 전경     사진 = 시사포토뱅크

 

 

국내 최대 과일의 고장 영천에는 16곳의 와이너리가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 곳이 영천시 금호읍 원기리 최무선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영천뱅꼬레와이너리’다. 2006년 프랑스어로 와인을 뜻하는 ‘뱅(Vin)'과 한국을 뜻하는 ’꼬레(Corre)'를 합성해 와인에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우리나라 와인 문화의 역사를 새겨 가는 대표적인 와이너리인 이곳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천뱅꼬레와이너리에서 주로 키우는 품종은 엠비에이(MBA-Muscat Bailey A)로 일명 머루포도다. 유럽의 양조용 포도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네도 등도 키운다고 했다. 이곳을 대표하는 와인은 엠비에이 품종으로 만든 ‘뱅꼬레 레드 와인’을 비롯해 ‘뱅꼬레 로제 와인’ ‘뱅꼬레 화이트 와인’ 등 다섯 종에 이른다. 뱅꼬레 화이트 와인은 2017년 아시아 와인 트로피 은상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9일 영천뱅꼬레와이너리에서 만난 하형태 대표는 우리나라 와인 1세대 라고 할 수 있다. 영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경북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부터 1999년 까지 18년 동안 두산주류에서 와인 부문에 종사했다. 회사를 나온 이후에도 와인 인생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  하형태 대표    사진 = 시사포토뱅크

 

 

◆ 한국 고유의 과일 ‘감’으로 와인 담아보니.....

 

하형태 대표는 “영천뱅꼬레와이너리는 2005년부터 준비를 시작한 후 2006년 6월 설립했다”면서 “현재 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딸(하세비 실장)이 와인 양조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영천의 포도재배 환경과 관련해서는 “경북은 복숭아 감 사과 배 호도 대추 참외 자두 포도 등 9가지 과일의 고장이다. 비가 적은 경북은 과일이 잘되고 비가 많이 오는 호남은 곡식이 잘된다. 특히 영천은 비가 적은 곳이어서 온갖 과일 재배에 적지”라고 설명했다.

 

와인을 접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서는 “경북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후 교수님의 추천에 따라 OB에 입사한 후 경산에 있는 마주앙 공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아무도 지원을 안 해 내려오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와인 초창기여서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하면서 저에게 기회가 많이 왔다”면서 “해외에 나갈 때에는 관의 신원조회를 거쳐야 할 때 였다.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한국을 잘모를 때였다. 동양에서 온 와인메이커 직원이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치켜 세웠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우리나라 와인의 시작은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 예전에는 오크통에 담아 와인을 숙성 시켰지만 지금은 스텐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킨다고 했다. 사진 = 시사포토뱅크    

 

 

그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 식량이 부족한데 쌀로만 술을 만들지 말고 과일로도 술을 만들라고 하면서 정부에서 새마을 공장을 대기업을 위주로 해서 지정했다. 이렇게 해서 진로는 ‘몽블르’ 해태는 ‘노블와인’ OB는 ‘마주앙’을 만들었다. 그 공장들이 새마을 공장이었는데 정부의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마주앙이 8~90% 마켓 셰어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88년 올림픽 이전에는 주류 수입을 통제를 하면서 국내 와인이 각광을 받았다. 수입 주류는 관광호텔 등 특정한 곳에만 공급했다”면서 “하지만 88올림픽을 앞두고 주류 수입을 자유화 하면서 대기업들이 수입에 뛰어 들면서 국내 와인산업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와인산업이 지자체에서 주목받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와인이 갖고 있는 시장잠재력과 함께 6차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었다.

 

▲ 사진 = 시사포토뱅크     

 

 

그는 “최근 들어 지자체에서 와인을 지역 특산 6차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면서 “포도 생산부터 가공 재배 그리고 이것을 체험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국내에서도 와인 문화가 더 형성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희망했다.

 

어려움도 말했다. 그는 “지자체 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없을 때가 많다”면서 “20여 년 전 전북 완주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와인 특구가 생겼다.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당시 군수가 바뀌면서 사업도 흐지부지 됐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아이스 와인과 관련해서는 “원래 아이스 와인은 포도밭에서 얼린 것으로 만드는 게 원칙인데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할 수가 없어 냉동해서 만들고 있다”면서 “포도를 얼린 후 짜면 즙이 나오고 얼음만 남는데 그게 바로 물이다. 걸쭉한 즙으로 와인을 만든다. 즉 얼려서 농축하면서 맛이 살아있고 향도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안산 대부도 등에서 생과용인 캠벨 포도로 와인을 만든 것과 관련해서는 “캠벨 한 품종으로 4종류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면서 “껍질을 까서 제조하면 화이트 와인이 그리고 껍질째 와인을 만들면 레드와인이 만들어 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와인 시장의 규모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와인시장은 4~5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수입 와인이 95% 국내산이 5% 정도”라고 말했다.

 

와인의 특징에 대해서는 “몇 년 전 롯데백화점을 갔는데 그곳에서 와인 세일을 하고 있었다. 35,000원 짜리 와인은 50%를 세일하고 있었다. 그곳에 6,300만 원짜리 프랑스 와인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와인은 한푼도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로 그것이 와인 가격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 하성태 대표의 뒤를 잇고 있는 하세비 실장    사진 = 시사포토뱅크

 

 

하 대표의 와인 예찬은 이날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그는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면서 “1991년 방송된 미국 CBS의 한 시사교양프로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즐겨 사용되고 있는데 당시 방송에서 한 의학 연구를 소개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심장병 발생을 비교 분석했는데 육류 섭취 양은 비슷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즐기면서 미국에 비해 심장병 발생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레드와인이 동이 났다"고 설명했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화이트 와인은 가볍고 식전에 즐긴다”면서 “와인 잔에 1/3에서 1/4 정도 채우면 된다. 잔을 흔드는 것은 향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이며 심호흡으로 향을 즐기면 된다. 와인은 절대 자작하면 안 된다. 잔은 안돌리고 웨이터 들이 계속해서 첨잔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와인은 서구문화에서 넘어 온 건데 몸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귀한 술이다. 귀족들만 마시던 술이 대중화 되었다”면서 예찬을 멈추지 않았다. 와인 제조와 관련해서는 “원료인 포도가 중요하다”면서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더 안 된다. 즉 원료인 포도가 7~80% 기술은 2~30% 정도 차지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자신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감 와인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설명에 공을 들였다.

 

그는 “프랑스는 포도 종류만 4,000종 이상”이라면서 “이와 반해 우리나라는 과일 품종이 많다. 프랑스는 다양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지만 다양한 과일 종류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입맛에 맞는 과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봉 감으로 만드는데 감을 와인으로 담기에는 쉽지 않았다. 조금만 잘못하면 식초로 가버리면서 콘트롤 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감 수요가 많이 줄고 있다. 재배는 많이 되는데 인건비도 안된다고 한다. 어린이나 특히 여성들은 변비가 생긴다고 감을 잘 먹지 않는다. 감 와인이 우리 감 생산 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감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떫은맛은 사라지고 탄닌 성분만 남게 된다”면서 “감은 훌륭한 와인을 담을 수 있고 앞으로도 좋은 감 와인은 많이 나올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과일이 맛이 있다”면서 “사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맛이 있다. 배도 마찬가지다. 감은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과일이다. 중국 일본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영천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영천뱅꼬레와이너리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데 테이스팅 룸 한쪽에 세워져 있는 오크 퉁에 익숙한 그림과 함께 글씨가 적혀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허영만 화백이 지난 11월 이곳을 방문한 후 적은 글이었다. 글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 사진 = 시사포토뱅크    

 

 

Vincoree

 

외로운 길을 지금까지 지켜 오신 와이너리에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만 중단 마시고 곧게 가시기 바랍니다. 2018. 11. 2 허영만

 

 

 

 

 

 

▲벵꼬레 오디는 아름다운 루비색이 특징인 잘 익은 베리류의 아로마와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뱅꼬레 레드는 과일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풍부한 짙은 루비색의 와인이다.

 

▲뱅꼬레 화이트는 화려한 금빛 신선하고 부드러운 아카시아 계열의 향기와 입안에 적당히 머무르는 산미가 싱그러운 조화가 일품이다.

 

▲뱅꼬레 로제는 노을을 연상시키는 분홍 빛 사과 자두 복숭아의 복합적인 과일향이 으뜸이다.

 

▲뱅꼬레 아이스는 청초하게 맑은 크림슨 컬러 풍부한 아로마와 벌꿀 캐러멜의 감미로운 향기가 가득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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