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의 사진편지] '풍경소리...풍경'

박일선 | 기사입력 2010/08/19 [06:05]

[박일선의 사진편지] '풍경소리...풍경'

박일선 | 입력 : 2010/08/19 [06:05]
풍경소리 풍경
 
천지은혜에 감사하는 절. 부모은혜에 감사하는 절. 스승은혜에 감사하는 절 도반은혜에 감사하는 절로 시작했습니다. 야생화 꽃꽂이와 향로를 가운데 두고 향내를 단전에 담았습니다.
 


“미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이끌어 갑니다. 정의가 아니라 아름다움이 이끌어 갑니다.말하고 싶은 상대에게 말할 수 없을 때 허공에 대고 말하세요. 靈과 靈으로 대화를 하세요? 시키지 않아도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듯 사람은 좋을 것을 찾아 갑니다. 공자님은 위로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 땅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형상인 것, 국회의원, 교수, 유학 등은 진짜 꿈이 아닙니다. 큰 꿈을 꾸십시오. 간절한 念을 품으세요?”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글로만 선생님을 접해 온 제자는 갖춰지지 않은 몸일지언정 감격의 큰절을 올립니다. 오이김치 가지무침 석화조림 총각무우 배추김치 매실장아찌 마늘절임 양파절임 무절임 쌈장   깻잎 다섯 가지 두부 네 가지.

나주무농약고추, 고두미토마토, 상주포도, 충주사과, 감곡복숭아, 대학찰옥수수, 감자와 양파, 토마토가 들어간 국. 현미잡곡밥 한 그릇으론 이 다 맛볼 수 없어 小食의 다짐은 무너졌습니다. 
 
긴긴 자유시간 전라도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를 가지 않아도 팔도의 꽃들을 맛보았습니다. 흙 일구고, 주방 일구고, 아기 일구는 고두미꽃도 있었습니다. 시퍼런 산야에 어둠이 내릴 때 시와 노래로 춤추며 가슴 속 이끼를 꺼내 함께 마셨습니다.
 
헤어지려던 부부의 사랑 고백. 기존 목회를 정리하고 농사꾼이 된 김씨, 농사 그만두고 사업하다 중단한 일. 두려운 남편에 매여 살아온 이야기. 견우와 직녀처럼 사랑하는 이를 만났던 추억. 원칙대신 편법을 좋아하는 상사와 함께하는 직장생활에 대한 사연 사연을 들었습니다.
 
25세 총각은 이백의 ‘山中問答’을 중국어로 읊고, 핏대를 세워가며 부르는 영화 황비홍의 노랠 불렀고, 남원 국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중학생은 꼭지 없는 채로 괭가리 연주를 했습니다.

 


손에 손 잡고 낙숫물소리 들으며 긴 머리 소녀를 불렀습니다. 이틀 밤을 자면서 더 고와진 팔도의 꽃들, 돌아가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극진히 절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임을 모시고 절했습니다. 절로 시작해서 절로 끝났으니 만사는 절로 절로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비 찾아 꽃들은 돌아갔습니다.  
 
(201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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