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본래 의미는 '실종'..'사육'하려는가!

대기업 입사에 목매는 대학, 명문대 합격에 사활 거는 고등학교

이정심 | 기사입력 2011/01/15 [05:59]

교육 본래 의미는 '실종'..'사육'하려는가!

대기업 입사에 목매는 대학, 명문대 합격에 사활 거는 고등학교

이정심 | 입력 : 2011/01/15 [05:59]
연말 모임에서 처음 만나는 옆자리 사람과 담소를 나누면서 으레 하기마련인 이른바 호구조사를 하였다. 또래인 우리 둘은 당연히(?) 아이 얘기를 하였고, 그녀는 같은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준이의 어머니를 아느냐고 물었다. 
 
준이와 나의 아이가 작년 1학기에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기억이 났다. 방별로 간식 준비를 하면서 한두 번 잠깐 만났었던 준이 어머니에 대하여 옆 좌석 사람은 호평을 하였다.
 
인상에 부합하는 후덕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귀띔을 들은 후 해가 바뀌고 퍼뜩 생각이 나서 준이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아이들의 학교는 1학년 겨울방학과 동시에 2학년 반 편성이 됐기에 몇 반이냐고 물었더니 10반이라 한다. 대학 입학을 최우선으로 삼는 이 고등학교는 학년마다 성적 우수자로 두 반씩 편성하는 까닭에 10반 배정은 우수반에서 탈락했다는 뜻이었다.

학년 초에 비해 성적이 낮아진 것이다. 우수반 진입 경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들러붙어 있는 불안과 열패감이 나의 것처럼 느껴졌다. 우열반 편성이 있었던 나의 고교시절에는 탈락자의 심정에 그다지 관심 없었는데 말이다.

우열반 도입은 경쟁을 유발하여 열심히 하자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노력을 촉진하자는 의도이겠지만 선별이 되면서 학생은 성적에 꽁꽁 묶여버리고 공부의 내용은 변질된다. 한때 경쟁은 상승작용을 하는 기제였으나 지금은 너와 나를 피폐하게 하는 구실이 됐다.

그녀의 아들은 ‘이제 마음먹고 하려는데 시간이 없어서 수학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을 따라가기가 벅차다’고 토로한다고 전했다. 마음잡고 하려니 시간이 부족하다는 상황에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시작이 늦었다는 학생을 기다려줘야지 내버려두고 가는 교육은 아무리 곱씹어도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에게 패배를 안겨야 내가 앞서는 것은 게임이지 교육이 아니다. 학교는 인간에게 배우는 즐거움, 새로운 세계를 아는 희열, 성장을 북돋아주기 위해 존재하고 우리는 진학을 한다.

sky대학에 몇 명을 합격시켰느냐에 사활을 거는 학교, 고시합격이나 대기업 취업률이 얼마인지에 명성이 달려있다고 믿는 대학이 있는 한 교육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교육이 아니라 ‘사육’을 하려는가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바를 쫓지 않을 수 없다고 학교 당국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을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좋다는 대학을 보내려고 하고 안정되고 선망하는 직업을 택하기를 희망한다.

부모가 자녀의 행복을 바라보는 척도가 편협하고 구태의연한 면이 있음은 인정한다. 한국사회는 학교를 다니는 목적, 대학을 가는 이유에서만은 완벽하리만치 의견일치를 본다. 우리에게 명문대학 입학이란, 본능이 요구하는 정도라 할 만하다.

그렇다 해도 교육을 담당하는 모든 부문이 하나의 길 만 닦고 있는 것이 더 문제이다.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가기 급급하다. 다양한 진로라든지 행복의 기준, 공부하는 방식, 학습의 내용에서 안내자가 아닌 획일적인 제품 생산자에 그치고 있다. 변화를 선도하기는커녕 감지도 못하고 모르쇠 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생처지에서는 학교가 영 신통치 않지만 의무교육이기에 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서 다니고, 학교 당국은 ‘싫으면 어쩔 건데?’하는 담대함으로 오늘을 지나고 있다. 부모의 처지에서는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대안을 모르니 남들과 보폭을 맞추고 있다.

축사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항생제 범벅인 사료를 먹으며 살찌워지는 가금류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해 뜰 때부터 별이 졸리운 시각까지 책상 앞에 앉아 영문도 모르고 교사가 주는 지식을 머리에 쑤셔 넣는 대한민국 학생과 겹쳐진다. 먹이를 찾아 마당을 돌아다니며 날개를 퍼덕이는 닭이 닭의 본모습이듯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를 하며 규제와 규율에 매여 있지 않은 청소년으로 살아가게 해야 한다. 생명을 공장에서 물건 제조하듯 다루면 어떤 재앙이 다가오는지 똑바로 응시해야 하는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글은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이정심님은 참교육학부모회안양지회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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