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동헌' 옮겨 지은 '청운사 대웅전'

전북 김제에서 열리는 '제10회 하소백련 축제'에 다녀와서

조종안 | 기사입력 2011/07/23 [03:05]

조선시대 '동헌' 옮겨 지은 '청운사 대웅전'

전북 김제에서 열리는 '제10회 하소백련 축제'에 다녀와서

조종안 | 입력 : 2011/07/23 [03:05]

▲ 계단식으로 된 백련지와 나무숲에 가려, 있는 듯 없는 듯 보이는 김제시 청하면 청운사 전경     © 조종안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웃돌았던 19일(화), 전북 김제시 청하면 '하소백련지'에 다녀왔다. 지인의 소개로 아내와 점심 먹으러 갔다가 다양한 형태의 조각 작품과 시화전을 감상하고 '청운사'(靑雲寺) 주지 도원 스님에게 생활에 양분이 될 좋은 말씀도 들었다.

군산에서 김제 방향 자동차 전용도로를 20분쯤 달려 '소토리'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다랑이 논처럼 계단식으로 된 연꽃밭들을 지나 맨 먼저 들른 곳은 '수자타'(좋은 곳에 태어나란 뜻의 인도어) 식당. 음식 주재료가 연잎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들어서니 백련(白蓮)향이 그윽했다.

 
▲ 청운사 무량광전 앞마당     © 조종안


청운사를 비롯한 하소백련지 일원에서는 '연인동화(蓮人同和)'를 주제로 '제10회 하소백련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7월9일(토) 개막식부터 축제가 끝나는 8월15일까지 살풀이, 연주회, 시화전, 불교 미술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고. 

식당에서는 자반, 칼국수, 콩국수, 잣죽, 부침개, 동동주에 돼지고기 수육도 팔았다. 재미있는 것은 메뉴가 모두 '백련'으로 시작한다는 것. 뭘 먹을까 고민하다 백련 자반(연잎밥)을 시식해보기로 했다. 옆에 있던 지인이 기름기를 쏙 뺀 돼지고기 수육도 맛이 좋다며 추가로 주문했다.

 
▲ 연잎에 싸여 나온 백련자반. 약밥과 달리 담백하면서 향이 좋았습니다.     © 조종안


연잎을 갈아 만들었다는 부침개와 연잎밥은 별미였다. 수백 종의 연(蓮) 중 백련잎은 식용으로 으뜸이란다. 특히 수육을 연잎에 싸서 연잎으로 만든 된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잘 익은 겉절이에 싸먹기도 했는데 백련의 그윽한 향이 뒷맛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김제시 청하면에 위치한 2만여 평의 백련 재배지는 새우가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의 배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하여 '하소백련지(蝦沼白蓮地)'라 부른다고. 이곳의 백련은 다른 백련과 달리 순수하게 청백색만을 띄며 전국 최고의 백련재배단지란다.

깊은 산사 분위기 풍기는 청운사 

점심을 맛있게 먹고 대웅전, 무량광전 등이 자리한 경내로 올라갔다. 처음 방문한 사찰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자갈이 깔린 야트막한 오르막길은 진흙 속에 뿌리를 두면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는 순백의 '백련방죽'을 끼고 있어 운치가 더했다.

해발 70m에 자리한 청운사는 '새우산'으로도 불리는 청하산(靑蝦山) 자락에 둘러싸여 있었다. 대웅전, 관음전, 무량광전, 여사채, 필하당, 해우소 등 일곱 개의 법당과 전각이 들어서 있었는데 12개의 연지와 나무들에 가려 있는 듯 없는 듯 고즈넉했다.

 
▲ 시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무량광전 법당.     © 조종안


무량광전 법당에는 고령임에도 젊은이보다 작품 활동이 왕성한 하반영 화백(94세)을 비롯하여 4인의 유명 작가들 작품(서양화, 시화 등)이 전시되고 있었다. 마당에서는 고(古) 기와 탁본과 조각, 도예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익살맞은 작품들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청운사에는 중국 남송 때 보각스님 글을 담은 문집으로 조선 시대 스님들의 교과서로 알려진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도 보관되어 있었다. 1531년 전남 장흥 천관사에서 만든 목판을 다시 판각하여 찍어낸 것으로 조선 중기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단다.

 

▲ 흙과 인간을 테마로 하는 조각 및 도예 작품 전시회가 열리는 경내.     © 조종안


마당에서 다양한 형태의 달마상을 감상하는데 청아한 풍경소리가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타고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때야 경내에 고요가 깃들어 있음을 느꼈다. 주변 야산들이 높은 산봉우리로 보이면서 깊은 산사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만경현 동헌(東軒) 옮겨 지은 대웅전(大雄殿) 

필하당(연꽃이 피는 곳이라는 뜻)에서 만난 청운사 주지 도원(道源) 스님은 수행하는 생산 불교를 이념으로 새로운 불교상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가에도 문화와 예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12년 전 충남 아산 인취사에서 백련을 분양받아 연꽃밭 열두 개를 조성해 이름을 '하소'(蝦沼)라 지었다며 사찰 내력을 설명했다.

 
▲ 사찰 내력을 설명하는 청운사 주지 도원 스님.(속명: 유삼영)     © 조종안


청운사는 134년 전(1871년)에 '은암 스님'이 창건했고, 1891년 '월인 스님'에 이어 1941년 '벽운 스님'이 중창하였다. 1960년에는 해체하려는 조선 시대 만경현 '동헌'을 매입하여 옛 요사 자리에 대웅전을 세웠다고. 

-스님은 고향이 어디신지요?
"경신년(1950년)에 청운사에서 태어났으니 지금 앉아 있는 이곳이 고향입니다.(웃음) 스물여덟에 출가하였지요. 제주도에 10년, 전주에도 몇 년 머물렀는데요. 저는 종파를 가리지 않습니다. 시대적으로 생긴 것이지 원래 불교에는 '종파'라는 게 없었으니까요." 

-무형문화재(27호) '탱화장'이라 들었습니다. 탱화를 언제 시작하셨나요?
"40년쯤 되었나, 만응(萬應) 스님이 스승이십니다. 스님은 출가해서 자기 다스림을 하고 다스려진 것을 어떻게 되돌리느냐, 그렇게 되돌리는 것을 불교에서는 회향(回向)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세상에 되돌려주는 것, 수행의 방법, 나이 들어 불교와 관련된 소일거리를 찾으려고 배웠습니다."

-문학, 특히 시(詩)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시는 철학적이거나 생활적인 언어를 압축해서 걸러낸 말이지요. 스님이 하는 말과 생각들은 대부분 시로 정리되니까요. 그래서 한자는 말씀 언(言)과 절 사(寺)를 붙여 시(詩)라고 합니다. '절 말'이라는 뜻이니 스님 말은 '시'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되지요.(웃음) 부처님이 명산에서 설법하는데 가만히 앉아 빙그레 웃고, 옆에 있는 제자가 또 빙그레 웃고···. 거기에서 나온 말이 이심전심(以心傳心)입니다." 

 
▲ 청운사 대웅전과 5층 석탑. 청운사 부근 일대가 전시장이었습니다.     © 조종안


-대웅전이 다른 사찰과 달리 자그만 하던데요?
"그럴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지금의 만경읍사무소 자리에 있던 만경현 동헌을 옮겨다 주삼포(柱三包) 건물로 지었거든요. 동헌은 원래 다섯 칸 건물인데 해체하는 과정에서 네 칸으로 지어졌고, 기둥은 450여 년 된 나무로 세웠답니다. 얼마나 단단한지 '시멘트 못'도 들어가지 않아요. 건물은 작지만, 조선 중기 양식으로 설계되어 조선 건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스님 호(청운)를 따라서 사찰 이름을 '청운사'로 지었나요?
"그래서가 아니고요. 동네 이름이 선비를 상징하는 '청운동'이고 산도 '청하산'입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은암 스님이 어느 날 충청도 계룡산에 올랐다가 늦게 내려왔는데 남쪽에서 섬광이 비치더랍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이상하게 생각한 스님이 논산, 함열, 임피, 대야를 거쳐 이곳(청하)까지 내려왔더니 바위 사이에서 석간수가 흐르더랍니다. 그래서 초막을 짓고 살기 시작한 게 청운사가 세워지게 된 내력입니다." 

연을 중심으로 불교를 표현하려 한다 

도원 스님은 "연(蓮)을 중심으로 불교를 표현하려 한다"면서 "오염된 진흙을 맑게 정화하면서 자라는 게 연꽃이어서 무량광전 단청도 오색의 연과 문양을 기본 바탕으로 고안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백련 재배와 해마다 열리는 축제가 지역이 풍요로워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필하당에서 나와 잠시 경내를 돌아보면서 김제시가 백련이 피는 시기(7월 초~8월 초)에 대표적인 볼거리로 내세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는 기와 탁본 뜨기, 돌탑 쌓기, 백련염색, 불교미술 등 각종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나 사랑하는 연인이 둘러보면 좋을 듯싶었다. 


▲ 연잎을 재료로 만든 고소한 부침개     © 조종안
▲ 청운사 입구 연꽃방죽,     © 조종안
▲ 고(古) 기와 탁본     © 조종안


▲ 장승 부부     © 조종안

▲ 하소 백련지를 찾은 관광객     © 조종안
▲ 범종각     © 조종안
▲ 관음전     © 조종안
▲ 시화전이 열리는 무량광전 법당     © 조종안
▲ 대웅전 법당의 아미타불좌상     © 조종안
▲ 5층 석탑     © 조종안
▲ 답답하고 힘겨운 날 찾는다는 하소연,     © 조종안
▲ 연꽃     © 조종안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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