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도장'에 등록한 아들..'땀맛 제대로 아는데!'

아이가 권투를하고 싶다고!…아이가 좋아하는 것 찾아주는 것도

강찬희 | 기사입력 2011/08/15 [05:03]

'권투도장'에 등록한 아들..'땀맛 제대로 아는데!'

아이가 권투를하고 싶다고!…아이가 좋아하는 것 찾아주는 것도

강찬희 | 입력 : 2011/08/15 [05:03]
중학교 1학년 큰 아이가 방학기간 동안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운동을 하고 싶은데?” 라고 물으니 “권투!”라고 대답했다. 체육관 위치까지 확인 한 아이는 채근까지 해댔다. 아이는 운동을 좋아한다. 소위 땀 맛(?)을 아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3품에 유소년 축구까지 했지만 중학교 입학 후 아이는 운동과 멀어져야 했다. 초등교육과 중학과정이 확연히 다름을 아이 스스로 느꼈던 것이다. 



방학 중 운동을 하고 싶다는 아이 제안을 부모로서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결심하고 체육관을 알아보았다. 우선, 인검(인터넷검색)으로 각 체육관의 위치를 파악하고 아이와 발품을 팔아 체육관을 방문해 운동 분위기와 수강료(?)등을 체크했다.

부모로서 나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방학 무렵, 아이가 헬스를 하고 싶다고 해서 2개월 티켓(?)을 끊어주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헬스장 적응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담 코치(추가 비용이 필요했음)가 없다보니 ‘나 홀로 보이’가 됐고, 그러다 보니 흥미를 잃어 한 달 만에 헬스를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한 달 수강료를 날렸던 것. 

안양1번가 주변 권투 체육관을 방문해 담당자와 상담을 시작했다. 그 중 한 곳에서 책임지도를 약속받고 아이를 등록시켰다. 무엇보다 젊은 코치인상이 좋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찾았으니 실망시키지 말아 줄 것을 부탁했다. 운동을 시작한 아이는 열심이었다. 전담코치는 7일에서 10일은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아이는 잘 견뎌 주었다. 중도포기하면 다시는 운동을 안 시키겠다는 부모 협박도 인내의 조건이 됐으리라!

 


아이는 땀 맛(?)의 절정을 느끼는 듯 열심히 학원과 체육관을 오가며 나름대로 잘 생활하고 있다. 체육관을 흔쾌히 보내주게 된 데에는 안타까움도 한몫했다. 아이는 방학인데도 제대로 여행한번 가지 못하고 학원만 열심히 오갔다. 맞벌이 부부 이다보니 데리고 여행 다닐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게 늘 안타까웠었다. 

많은 지인들은 충고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고. 또 부모와 아이가 충분히 교감을 이뤄야 감수성 예민한 중. 고등학교 시설을 잘 보낼 수 있다고.

지난 해 말 취재를 하기위해 청소년 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이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 간 소통부족이 양쪽 모두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를 주는가를 실감했다. 반복되는 가출이 범죄로 이어졌다. 한 학생은 “더 이상 부모라고 생각지 않는다” 는 말까지 했다. 그 말을 들은 다음 안타까운 마음이 몇 날 며칠 지속됐다. 

어느 가정이든 자녀를 키우며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 서로 이해가 없는 가정, 아이와 부모가 대화 없이 각자 역할에만 충실한 가정을 선택할 것인지!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견을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가정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초점이 학업성적에만 있고 아이의 꿈과 희망이 부모 것이 되어 있지는 않은 가정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땀 맛을 아는 아이는 키워먹기 힘들다. 가끔 아이들에게서 참으로 신비한 면과 각기 다른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다. 문제는 세심한 관찰 없이 부모 기준과 잘못된 사회 관념 잣대로만 보고 기회와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초3, 딸아이는 청소년 수련관에서 운영하는 미술 방학 특강을 수강 중이다. 매주 토요일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 표정이 매우 밝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하기 때문 아닐까? 학습 이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이들의 적성, 특기를 찾아주는 것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름이 지나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마주 앉아 서로 열린 마음으로 한 번 되돌아보는 방학 중 한 날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 글은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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