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가득 '전어' 더 이상 담을 곳이 없어서

겨울 앞둔 영흥 앞바다에는 기름기 듬뿍 담은 ‘전어’가 한창 이라오!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1/11/18 [05:49]

그물 가득 '전어' 더 이상 담을 곳이 없어서

겨울 앞둔 영흥 앞바다에는 기름기 듬뿍 담은 ‘전어’가 한창 이라오!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1/11/18 [05:49]
고깃배가 영흥도 진두선착장을 출발한지 20여분 남짓 선장의 눈초리가 매섭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전자장비인 쏘나와 어탐기를 번갈아 살펴보면서 전어 떼를 찾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20여분을 그렇게 맴돌았으나 전어 떼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 고깃배는 전어떼를 쫒고 있는 가운데 뱃전에 걸려 있던 장대와 망둥어는 늦가을 햇볕에 꼬들꼬들 잘 말려져 가고 있었다.     © 추광규

 
그때였다. 선장실로 저 멀리 갈매기 20여 마리 남짓이 수면 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장면이 목격 되었다는 갑판장의 수신호가 보내져 왔다. 거리는 2~3km 정도나 될까 싶다. 그 동안 전어 떼를 찾는다고 10노트 정도의 비교적 느릿한 속도로 움직이던 배는 갑자기 전 속력으로 치닫는다.
 
"갈매기 들이 노는 곳에 전어 떼가 있을 확률이 높아서요..."
 
갑자기 활기를 띄는 고깃배 분위기가 돌기에 한 선원에게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 왔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갈매기 2~30여 마리가 모여 있고 수면 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으면 그 곳에 전어 떼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
 
불과 2~3분 만에 갈매기들이 떼 지어 놀고 있던(?) 곳에 도착하자 선장은 부저를 한번 눌렀다. '부~우' 바로 그물을 내릴 준비를 하라는 신호란다. 선장실의 어탐기를 쳐다보니 수면위에서 부터 바닥까지 일직선으로 온통 시뻘건 색깔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고기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당시 배가 서 있던 곳은 수심 15미터 가량이었는데 어탐기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시뻘건 색깔은 바로 고기떼가 어탐기에 찍혀서 바닥밑 속사정을 전하고 있었던것. 어탐기와 쏘나를 살펴보니 현재 배가 서 있는 사방 40미터 남짓의 범위의 수면에서 부터 바닥에 이르기 까지 물체가 찍히고 있었는데 바로 대형 전어 떼 한 가운데에 배가 들어서 있는 걸로 보였다. 
 
선장은 어군의 중심부위를 찾기 위해서 인지 서서히 한 바퀴를 선회했다. 드디어 전어의 진행 방향을 가늠하고 적절한 그물 투하 지점을 포착 했는지 부저를 두 번 눌렸다.
 
'부~우... 부~우'
 
▲ ▲ 250m 길이의 그물이 고기떼 주위로 뿌려지고 있다.     © 추광규

 
부저 소리를 두 번 울리는 것은 그물을 투척 하라는 신호였다. 배위에 있던 5명의 선원들의 손이 일제히 바빠졌다. 부저 소리와 함께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 가운데 배 오른쪽 편에 길게 놓여있던 250미터 길이의 선망이 순식간에 바다위에 뿌려졌다.
 
경기-인천에서 유일하게 '선망' 조업 허가된 수경 1,2호
 
지난주 금요일(11일) 영흥도에서 전어를 전문으로 잡는 배 한척이 출어 했다가 전어가 너무 많이 그물에 들어와 그물이 터져 나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또 자칫 잘못 했으면 배가 뒤집어 질뻔 했다는 것. 이 같은 말에 도대체 얼마나 고기가 많이 잡혔었기에 하는 궁금증이 한껏 고조 되었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법. 선장과 통화해 나흘 뒤인 15일 날 전어 잡는 현장을 취재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선장은 취재를 하고 싶으면 이날 10시까지 사무실로 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15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도착한 영흥도 진두선착장의 한 사무실.
 
출항시간이 가까워 오지만 사무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 색깔은 여느 일반 선원들과는 달라 보인다. 고깃배를 오래 타는 선원들의 경우 강렬한 바닷가 햇볕에 검게 그을려 있는 게 보통인데 이들의 얼굴 색깔은 상당히 거리가 멀었기 때문.
 
일반 선원들 같지는 않아 보였다. 전어 잡이는 대여섯 명이 한조가 되어 작업이 이루어 진다고 하던데 이 분들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내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었다.
 
회사원이나 공장근로자들 처럼 보였던 이들이 바로 전어배를 타기로 예정된 선원(?)들이었기 때문. 기실 이분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한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업 탓에 선장과의 알음알음으로 요즈음 들어서 고기잡이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전어 잡이가 8월 중순경 시작돼 11월에는 조업이 끝나기에 월급을 주고 고용하기가 애매해 파트타임으로 그때그때 선원들을 구해서 일을 한다는 선장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
 
오늘 작업을 나가기로 한 배는 수경 2호(6.5Ton)였다. 선장은 선주를 겸하고 있는 박응재(54세)씨. 그는 9년 전 선망 허가를 받은 이 배를 구입한 후 지금까지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 선주이자 선장인 박응재씨  ⓒ 추광규    

  
선망조업은 모선과 자선으로 이루어진 2척이 선단을 이루어 숭어나 전어와 같이 주로 수면 부근에서 군집성을 띄는 고기를 전문적으로 잡는 배로 고기떼를 발견하면 수백 미터의 길이의 그물을 원형으로 빙 둘러 친 후 높이 10여 미터 남짓 되는 그물의 밑 부분을 먼저 조여 둥그런 그릇처럼 만든 후 그물 윗부분을 좁혀서 고기를 모은 후 고기를 퍼 담는 방식으로 조업을 하는 고깃배다.
 
선망 조업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모선 '수경 1호'는 경기 인천권에서 유일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배라는 설명이 뒤이어졌다. 또 '수경 2호'는 작업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배인데 이날은 작업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이 배 한척만을 이용해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선망 허가권은 그 가격만 1억 수천만 원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비싼 몸값이다.
 
통상적으로 고깃배들은 새벽에 출어를 나가는데 이 배의 조업만큼은 오전 10시 무렵에 조업에 나선다니 상당히 독특했다. 알고 보니 바로 앞바다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로 물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날 간조 시간은 오후 1시 20분 경 이었는데 간조 시간 직전인 초들물에 전어 떼가 형성되기에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0시 30분경 드디어 출어다. 사무실에 모여 한가하게 잡담을 주고 받고 있던 선원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배는 이후 10여분 쯤 후인 10시 40분경 영흥도 진두선착장을 출발할 수 있었다.
 
'앞잡이' 배 선수에 떡 하니 앉아 바다를 노려보고 
 
영흥도 진두선착장을 출발한 수경 2호는 거울처럼 잔잔한 가을 바다 위를 느긋한 속도로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20여분 운행해 나가다 보니 저 멀리 왼쪽으로는 당진 화력발전소 굴뚝이 반대편인 좌측으로는 영흥 화력발전소의 굴뚝이 이정표처럼 바라다 보인다.
 
굴뚝의 흰 연기가 수직으로 뻗어가고 있으니 수면 위는 물론이고 상공에서도 거의 바람이 없다는 확실한 증거다. 지난 이틀 동안은 파도가 심했다고 하는데 오늘은 바다가 한 없이 잔잔하기만 했다.
 
▲ 영흥도 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뿜어지고 있는 하얀 연기는 수직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 추광규   
파도가 높게 일지 않아야 전어 어군 형성이 잘된다고 하니 기대는 더욱 부풀어 간다. 그물이 터져 나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그 생생한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픈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30여분쯤 지나 배의 속도가 느려지기에 선장에게 오늘 조업 장소를 물어보니 '다 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10여분 전쯤에 이미 조업장소에 도착해 속도를 낮추고 전어 떼를 찾고 있다는 것.
 
선장이 뚫어져라 바라다보고 있는 '쏘나'와 '어탐기'에는 간간히 붉은색 점들이 찍혀서 표시되고 있었다. 붉은색이 바로 고기떼란다. 시가 3천만 원쯤 나간다는 이 배에 달려 있는 쏘나 는 배를 기준으로 통상 반경 30미터 내외의 물속 상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반해 어탐기는 수직으로 바다 밑 상황을 알 수 있는 전자장비 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전자장비에 계속해서 찍히고 있는 바다속 어군들에 대해서 선장은 작은 어군이라며 운행을 계속해 가고 있었다.
 
선수에는 갑판장이 정좌를 한 자세로 바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수면위에서 유영하는 전어의 습성 때문에 최첨단 기계인 어탐기나 쏘나로도 놓칠 수 있는 전어 떼를 발견하기 위해서란다.
 
▲ 갑판장이 전어떼를 발견하기 위해 선수에 앉아 있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선원을 '앞잡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 추광규    

 
그렇게 초조한 시간이 30여분 남짓이 흘렀지만 고기떼가 발견되었다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선수에 앉아 있던 갑판장이 저 멀리 수평선을 왼 손으로 가리켰다.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갈매기떼 2~30여 마리가 수평선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갈매기가 그렇게 모여서 있는 것은 전어 떼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 뒤따르면서 배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갈매기 떼가 있는 곳을 향해 질주했다. 3분여 남짓이 흘렀을까 배는 속도를 서서히 속도를 줄여나가는 듯 했다.
 
갑자기 부저 소리가 한번 울리기 시작했다. '부~우' 바로 그물을 던질 준비를 하라는 선장의 신호였다. 곧 이어 두 번의 부저 소리가 고요한 바다위에 울려 퍼졌다. '부~우 부~우'
 
부저 소리가 끝나자마자 '촤르륵' 하는 경쾌한 쇳소리가 들려오면서 250여 미터 남짓의 그물이 바다위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배 앞과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물이 일정하게 내려지기 위해서는 선원들의 손발이 맞아야 하고 그걸 맞추기 위한 갑판장과 선장이 선원들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목소리였다. 그물이 내려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2분이 안될 것 같은 짧은 시간 이었다.
 
그물 가득 들어온 '전어' 뱃전에 담다 담다 더 이상 못 담아....
 
수면위로 그물의 부력을 맞추기 위해 매달아 놓은 부표가 하얗게 떠 있다. 마치 남해 바닷가의 어느 양식장을 보는 듯 하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그물이 다 내려지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물 밑 부분을 조이는 일.
 
그물이 수면 아래로 10여 미터를 수직으로 내려져 있기에 그물 안에 들어온 고기가 못 도망치게 하기 위해서는 밑 부분을 먼저 조여야 했던 것. 밑 부분을 조이는 작업은 기계가 하는 듯 했다. 발전기 시동이 켜지면서 배 앞부분에 달려 있는 로라로 그물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5분여를 그렇게 기계로 그물 밑 부분을 조이는 작업하다가 기계가 서서히 멈추는 걸 보니 이제 전어 떼는 '그물 속에 들어온 고기'처럼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게 작업의 그 전부가 아니었다. 기계를 이용해서는 그물 밑 부분을 고기들이 대량으로 못 빠져 나가게 일부분을 조였을 뿐이고 이제부터는 선원들이 손으로 그물 밑 부분과 윗부분을 고기들이 못 빠져 나가게끔 균형을 잡아가면서 당기면서 완전하게 조여야 한다는 것.
 
▲ 이 배에서 가장 젊다고 가장 힘든일을 하고 있던 박 선장의 조카  ⓒ 추광규    

 
배의 후미 부분에서 그물 윗부분을 혼자서 잡아 당기고 있던 선원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그는 박 선장의 조카인데 삼촌이 일을 도와 달라고 해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180cm 가까운 20대의 건장한 체격의 청년인데도 연신 입에서 끙끙 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그 작업이 무척이나 힘겨운 듯 했다.
 
  
▲ 전어 떼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추광규    

 
▲ 그물을 거의 걷어 올리고 뜰채로 퍼올리기 직전의 상황이다  ⓒ 추광규    


그렇게 그물의 균형을 잡아가면서 잡아당기는 시간이 20여분 남짓. 넓게 퍼져 있던 그물은 어느새 반경 10미터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그물이 점점 좁혀짐에 따라 전어 떼도 따라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어들은 자신들이 그물 속에 갇힌 것을 알기라도 하는지 쏜살같은 속력으로 그물 이쪽과 저쪽을 정신없이 반복해서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그물이 가로 6미터 세로 1미터 남짓으로 좁혀지자 선원들은 3인 1조가 되어 뜰채로 고기를 뱃전으로 퍼 올리기 시작했다.     
 
한번 그물 작업에 걸려든 전어가 무려 '3톤'
 
배 위에서 바라본 그물 안에는 전어 떼가 가득이다. 허둥대는 전어들의 운명이 애처롭게(?)여겨진다. 그물 한 쪽이 찢어질 것 같이 부풀어 있기에 도대체 고기가 얼마나 들어왔을 것 같냐는 물음에 선장은 '한 3톤 쯤 되지 않을까?'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커다란 뜰채로 퍼 올려진 전어는 물칸에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물칸 하나에 넣을 수 있는 전어는 500kg 남짓이 그 한계라고 한다. 산소까지 공급해 주지만 그 이상은 실을 수 없다는 것.
 
▲ 그물을 걷어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선원들 ⓒ 추광규    
뜰채로 한번 퍼 올리면 전어 약 30kg 남짓이 들어간다고 한다. 선원들의 손길이 바쁜 가운데 15분여 동안 작업하니 가장 먼저 채워넣기 시작한 물칸 하나에는 벌써 전어가 가득 들어간 것 같다.
 
전어들이 물칸이 좁은 듯 계속해서 10cm 높이로 쳐져있는 그물망을 뛰어 넘어 뱃전으로 뛰쳐 나오고 있었기 때문.
 
곧 이어 두 번째 물칸에 전어를 넣기 시작했다. 두 번째 물칸에 전어를 가득 채워 넣은 후에는 뒤 이어서 세 번째 물칸까지 전어를 그렇게 계속해서 채워 나갔다.
 
물칸 세 개를 모두 채우게 되면 1500k쯤 된다고 한다. 전어는 살아 있어야 제 값을 받기에 최대한 살려서 항구로 돌아가야 하지만 이날처럼 전어를 많이 잡게 되면 다른 방법을 동원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원들은 배 가장 앞부분의 큼지막한 어창을 열더니 그곳에 전어를 퍼 담기 시작했다. 물을 채우지 않은 채 그렇게 차곡차곡 쓸어 담으면 1톤가량을 더 실을 수 있다는 것. 비상용 어창마저 전어로 가득 차게 되자 급기야는 포대자루에 전어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50kg 남짓을 담을 수 있는 포대자루 10여개와 플라스틱 용기마저 떨어지고 나자 이제는 길이 10여미터 폭 3미터 남짓 되는 6.5Ton 짜리 수경 2호 안에는 더 이상 그 어느 곳에도 고기를 퍼 담을 만한 그릇도 장소 조차 없었다.
 
뱃전이 넘쳐 나도록 1시간여 동안 전어를 퍼 올리는 작업을 했으나 조여져 있는 그물 속에서는 여전히 전어가 가득했다. 남아있는 전어의 양이 대충 얼마만큼이나 되는지를 물어보니 500kg는 넘을 것이라고 한다. 남은 전어를 어떻게 항구까지 가져가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머릿속에 일고 있는 가운데 선장의 말이 떨어졌다.
 
"그물 풀어" 
 
선장이 나머지 전어를 풀어주고 그물을 걷어 올리라는 작업지시가 내려졌던 것. 즉 더 이상 욕심을 내서 고기를 퍼 올리다 보면 배가 기울어 위험할 수 있으니 그물을 풀고 나머지 전어를 놓아주라는 지시였다. 그물속에 잡힌 고기를 퍼 올리다가 더 이상 실을 곳이 없어서 상품성이 뛰어난 전어를 놓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벌어 졌던 것이다. 
 
 
▲ 선원들이 뜰채로 퍼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추광규    

  
▲ 앞 물칸 부터 전어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 추광규    

이날 잡은 전어는 곧 바로 활어차 실려 소비자들에게
 
배안 가득 전어를 싣고 돌아오는 뱃길. 선장에게 이날 잡은 전어는 어떻게 유통을 하느냐 물어보니 곧 바로 옆에서 다른 사람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싣고 갈 겁니다"
"??????"
 
▲ 급기야는 물을 채워 넣지 않는 어창에 까지 물을 넣지 않은채 차곡 차곡 쌓기 시작했다.  ⓒ 추광규    
알고 보니 인천 연안부두에서 '나는나 유통'이라는 상호로 활어 유통업을 하고 있는 최사채(52세) 사장이 활어차를 몰고 아침에 이곳에 왔다가 오늘 작업할 선원이 부족하다고 해 일일 선원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것. 
 
최 사장은 자신은 박 선장에게 1kg에 3000원에 매입해 연안부두 도매상에게 5000원에 넘긴다고 말했다. 또 도매상들은 횟집에 7000원선에 넘길 것이라면서 그는 11월 들어서 전어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워 했다.
 
"전어는 겨울 월동 기를 앞두고 11월 말까지가 가장 살이 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맛 또한 이 무렵이 가장 낫다",
 
"늦여름에 잡히는 전어는 산란을 마친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에 살도 없고 기름기도 없어 맛이 가장 없을 때인데 여름철 장사를 위해 장사꾼들이 서둘러 전어를 내놓는 바람에 정작 가장 맛이 있는 늦가을 들어서서는 사람들이 전어를 찾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이 무렵이 전어가 가장 맛이 좋을 때니 싼 가격에 전어를 맛보라는 말을 기사에 꼭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영흥도 전어 잡이는 작년 같으면 이미 끝이 났어야 하지만 올해는 수온이 높아서 이정도 물속 상황이면 이달 말까지도 이어질 것 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최 사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20여분이 흘러 배는 진두선착장에 도착했다. 이제 선원들에게 남은 일은 배에서 다시 활어차로 실어 올리는 힘든 일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물칸을 가득 채운 전어는 뱃전에 그대로 자루와 플라스틱 그릇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 추광규

두 시간여 남짓의 짧은 조업시간 동안 만선을 이루었으니 그들의 지갑도 이날 꽤 두툼해 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박 선장은 이날 판매가에서 절반은 자신이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을 가지고 선원들이 각기 맡은 역할에 따라 나누어 가진다고 말했다. 15일 영흥도 앞바다에서는 그렇게 전어가 풍어를 이루면서 어민들의 마음을 기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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