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서당식 교육'을 했더니 그 결과가!

'미곡초'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유학생이 50%가 넘어요!

이미행 안성신문 | 기사입력 2011/12/02 [05:50]

초등학교에서 '서당식 교육'을 했더니 그 결과가!

'미곡초'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유학생이 50%가 넘어요!

이미행 안성신문 | 입력 : 2011/12/02 [05:50]
미곡초등학교(이하 미곡초)는 몇 해 전만 해도 학생수가 42명밖에 되질 않아 통·폐합을 걱정해야 하는 소규모 시골학교였다. 하지만 2009년 노락철 교장이 부임한 후, 1학기 사이에 64명으로 학생 수가 늘고 지금은 81명으로 더 증가하여 외적 인프라의 확장을 고민해야 할 수준이 되었다.

어떻게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보내고 싶고, 가고 싶은 학교로 변모했을까? 현재 미곡초등학교는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그 노하우를 소개한다.

▲  미곡초등학교는 2004년 돌아오는 농촌학교의 일환으로 실내 골프장이 만들어졌다.  ©미곡초 제공

역발상을 통한 맞춤형 교육

2009년 3월만 해도 미곡초는 학생들이 도시로, 시내로 빠져나가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복식학급 편성을 고려해야 하는 지경에 있었다. 이에 학교장과 교사들은 정상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학생 수를 60명 이상으로 만들어 통·폐합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인근의 고삼초등학교도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드는 소규모 학교여서, 인근 지역의 학생들을 데려온다면 소규모 학교끼리 공생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교사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홍보용 전단지를 제작하여 시내와 인근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학교 알리기를 시작했다.

미곡초가 그 당시 자랑할 것은 소인수 학교라는 것이었다. 이는 단점일 수도 있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교사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개인지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장점일 수도 있었다. 처음엔 학부모들의 반응이 차가웠지만 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학교는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부적응 학생들도 미곡초등학교에 오면 모범생이 되는 것이었다.
 
학력이 최우선

학교에 많은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다 해도 기본기에 충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학교장의 방침 아래, 미곡초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학력이 되었다. 이는 시골학교가 도시보다 학력이 뒤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깨야 한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미곡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1:1 시스템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수학과 논술이다. 특히 수학은 계단식 학습이기 때문에 그 학년에 꼭 배워야 하는 것을 놓친다면 그 과목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가버려 더욱 중요했다.
 
수학시간에 교사는 일제수업방식을 버리고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듯 학생들 곁에 같이 앉아서 문제를 풀어주고 설명을 해준다. 꼭 가정학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면 되겠다. 또 틀린 문제는 담임이 빨간 펜으로 일일이 체크해서 풀이를 설명하고 적어주고 있었다.
 
아무리 소규모 학교라고 하더라도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교사들은 “모든 학생이 함께 가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교사의 본분인데 왜 힘듭니까?”라고 반문한다. 더불어 방과 후 수업 또한 중등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강사를 초빙해 진행, 수학과 논술은 거의 전문학원 수준으로 지도하고 있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작년 해법수학 학력평가에서 미곡초는 금상을 비롯하여 참가자 전원이 수상을 하였고, 기초학습부진아 제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15% 향상을 기록했다.


▲ 원어민 교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영어수업 장면. 학교 측은 학생들의 생활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통학버스에 원어민 교사를 동승시키고 있다.    ©미곡초 제공


학원이 뭐예요?

시골학교의 학부모들이 도시로 떠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교육일 것이다. 지역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지만, 부모의 경제적 여건상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현실이다. 아이들이 도시의 아이들보다 학력이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어느 학부모나 가지고 있었다. 미곡초는 이런 불안감을 해결해주었다.

우선 원어민 보조교사를 통해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더불어 통학버스에 원어민 교사가 동승하여 생활영어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Fun English Song’이라 하여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노래로 쉽게 따라 부르게 해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골프 역시 아이들이 미국 진출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골프장에서는 모든 용어를 영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교육비 없이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교의 노력은 대단했다. 그 중 하나가 안성교육지원청 역점사업인 다높이(도시와 농촌 간, 소득계층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연구정보원이 제공하는 인터넷 기반의 학습서비스)를 활용한 ‘형이랑 아우랑’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사이버학습 활성화를 이뤘고, 멘토(고학년)-멘티(저학년)를 구축, 학생들이 협동심과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바이올린, 바둑, 탁구, 미술, 태권도 등 도시 아이들도 배우기 힘든 예체능 위주의 방과 후 수업을 편성하여 학생들에게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도 수준 높은 전문강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 만족도가 무척 높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유학생이 50%

미곡초의 뒤쪽엔 작은 산이 있고, 인근엔 조병화 문학관을 비롯하여 많은 예술인들이 살고 있다. 이것을 최대한 살려 ‘미곡사랑! 지역 연계학습’을 운영한다. 즉 토요일에는 산에서 수업도 하고, 학교 인근 농장 구석구석 알기, 도자기 굽기 체험 및 조병화 문학관 축제 참여, 혜월암 등반 등 지역 예술인들과 연계하여 예술 체험학습을 시행하고 있다.

▲ 학생들이 학예회에서 한껏 기량을 뽐내고 있다.     © 미곡초 제공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프로그램인 까닭인지 타지에서 온 학생들과 학부모의 호응이 아주 뜨겁다며, 이것이 미곡초의 전교생의 50%가 전학생인 이유가 아닌가 한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한 학부모는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계기로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올라가 주변지역에서 미곡초를 대하는 것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많은 지역 분들은 지금처럼 학교가 활성화되어 학생 수가 조금 더 증가되길 바라고 있지만, 학교 측은 “미곡초가 처음 내세운 소인수 서당식 맞춤교육에 맞도록 학교 시설 수용 적정인원, 개인별 맞춤학습을 하기에 적정한 전교생 90명 이내의 아이들이 내실 있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곡초만의 자랑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겠냐는 질문에, 노상범 교사는 “부적응 학생들이 전학을 온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빠른 시간에 적응을 잘하는 게 제일 보람 있다”고 말했다. 취재가 끝나고 나서는 길에 학생들이 멀리서 달려와서까지 인사를 했다. 밝고 순수한 학생들의 모습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모두 주인공인 미곡초를 엿본 듯했다.

이미행 기자 leemhlove@hanmail.net


[미니인터뷰] 미곡초등학교 노락철 교장
“학부모의 믿음을 생각하며 교육합니다”

▲ 미곡초 노락철 교장.    © 안성신문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좌측엔 커다란 트램펄린(trampoline)이, 우측엔 지상2층 높이의 골프연습장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 학교 운동장에 자리 잡고 있는 풍경에 노락철 학교장은 “학생들이 공부도 잘하고 교사들의 지도에 잘 따라와줘 선물로 해준 건데 너무 좋아해요”라고 설명했다.

노락철 교장은 2009년 공모교장으로 부임을 했지만, 1977년도에 교직생활 시작한 초임지이기도 하기에 애착이 남다르다고 했다. 노 교장은 학생과 그 학부모가 어떤 성품의 누군지 일일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지역민들과의 친밀감이 대단했다.

그는 “처음 공모교장으로 취임할 당시 학생의 수가 42명이어서 통·폐합 걱정 없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 교장은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고, 그러한 노력에 학부모들은 움직여 부임한 첫 해 11월에 학생수가 60명이 넘게 되었다.

노 교장은 부임했을 때 또 하나의 목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다목적실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2년밖에 지나지 않아 그 꿈을 다 이루었다며 노 교장이 웃었다. “이 작은 공간이 없어서 졸업식과 입학식을 할 때마다 급식실에서 의자를 밀고 행사를 치렀습니다. 현재는 마을주민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있는 댄스교실로 이용하고 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노 교장이 다목적실을 두고 하는 자랑이다.

그의 자택은 학교 바로 근처이다. 학교 건물 창밖으로 노 교장의 집이 보였다. “거실에서는 학교를 보기 싫어도 항상 보이지요. 안성이 좋아서 안성에서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고 그래서 학교 근처에 터를 잡았습니다”라고 노 교장이 말했다.

2004년 돌아오는 농촌학교의 일환으로 실내 골프장이 생겼지만 솔직히 아직 활성화가 되지 못했다. 재정적 부담이 큰 스포츠이기 때문에 시골학교의 학생들이 선수로 자랄 수 있을 만큼의 꾸준한 지원이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주변의 골프장들과 협의하여 필드에서도 골프를 칠 수 있도록 교육기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노 교장은 또 “30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보니 책을 많이 읽고 수학을 좋아하던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수학과 논술에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미곡초 학생들이 수학을 초등학교에서 포기해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랐고, 책을 늘 가까이 해서 사고력을 기르고, 더불어 도시아이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큰 꿈을 꾸며 사는 학생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예체능 위주의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하게 된 동기를 물으니, 노 교장은 “학부모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재정적인 것 때문에 못 가르치는 것에 대해 죄의식까지 가지고 계신 분들이 계십니다. 또 어떤 분들은 시골학교는 학습수준이 낮을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고요.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고 이런 학부모들의 걱정을 모두 해결해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미곡초는 돌아오는 농촌학교의 성공적인 모범사례로서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한 미곡초의 서당식 교육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노락철 교장은 교사들의 열정 하나만 믿고 미곡초로 전학 온 학생들에게 열의를 다해 가르칠 것을 다짐했다. 왜 학부모들이 이 작은 시골학교로 자녀들을 보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엔 학교장의 열정과 진정 학생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교사들의 따스함이 있어서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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