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당신도 이 남자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극단 기린' 의 연극 청문, "역사는 결코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현주 컬쳐인시흥   기사입력  2012/01/25 [05:50]
역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이 바로 역사다. 하지만 역사는 결코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채 홀로 세상을 떠나려는 이 남자. 사랑하는 아내도, 목숨처럼 귀한 자식도, 신(神)도, 친구도, 이웃도 모두 이 남자 가는 길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잘 되었다’ ‘어서 가라’며 가는 길을 더욱 재촉할 뿐이다.

한 평생을 오로지 자식과 아내를 위해 살아왔다 자부하는 남자.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세상을 참 ‘잘’ 살아왔다 자부했던 이 남자는 과연 왜 세상을 등지려는 걸까? 그리고 그를 붙잡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잘 생각했다며 재촉하는 이들은 과연 왜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일까? 

극단 기린(대표 이상범)은 1월10일부터 15일까지 KPU아트센터에서 스물두번째 정기공연인 <청문(聽聞)>을 무대에 올렸다. 이야기는 남자가 절규하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 살았는데? 한 평생을 오로지 자식과 아내를 위해 살아왔어. 너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한강에 뛰어 들어 절규하는 남자.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스스로 평화로운 가정을 일궜다 생각했지만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경제적인 몰락 그리고 딸의 죽음. 이 모든 것이 왜 그의 잘못이겠냐만은 사람들은 모두 그를 탓한다. 결국 세상을 버릴 결심을 한 그에게 아내는 그 동안 자신을 ‘인간’으로 대접해 주지 않았음을 탓하고 아들은 ‘자랑스럽지 못한 아버지’를 힐책한다.
 
그리고 이미 저 세상으로 간 딸은 아비의 더러운 야욕으로 인해 자신의 숭고한 사랑을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을 원망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들조차 외면한 이 남자. “난 단지 당신들을 위해 살아왔을 뿐인데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나?” 가는 길까지 따라와서 자신의 잘못을 들추는 사람들이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헌금을 바친 신조차도 그를 외면한다. 그의 부모조차도 그를 외면한다. 마지막에는 그와 관련된 친구, 이웃, 심지어는 자연조차 그에게 ‘왜 그렇게 살았냐’며 호통친다. 그는 정말 잘못 산 것일까?

이 남자는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세상이라 하지만 돈만 있으면 뭐든 이룰 수 있는 황금만능주의 대한민국.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하면서 살아야 하는 세상.
 
‘나’와 ‘내 가정’의 안녕을 위해 숨가쁘게 살아야만 하는 세상. 그렇게 살아야 대접받고 인정받고 ‘잘 산다’고 칭찬받는 그런 세상. 그 세상 속에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내던져진 대한민국의 아버지. 바로 그 아버지의 울부짖음이다.

이 연극에서처럼 그 누가 이 아버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그는 오로지 한 곳만을 바라보면서 가정을 위해 살아온 죄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기 때문에 모두들 외면하고 원망하고 힐책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해도 이 모든 것이 결코 이 남자만의 잘못은 아닐 터.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든 사회가, 세상이 잘못된 것이리라.

연극은 굴곡 없는 직선 형태로 이어진다. 한 남자의 절규 뒤에 차례로 한 사람씩 나와서 그를 원망하고 힐책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이 난다. 다소 지루할 수는 있지만 한 번쯤은 깊이 있게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만드는 연극 [청문].
 
세상이 이 남자를 만들었고 스스로 강물에 뛰어들게 했지만 아무리 고된 세상이라 할지라도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을, 역사는 결코 혼자서는 만들어 갈 수 없음을 그리고 이를 깨달음으로 인해 세상을 새롭게 다시 엮어갈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 주는 작품이었다.



한편 연극 청문은 시흥에서의 공연을 끝내고, 2월부터는 대학로로 무대를 옮겨 공연한다.


 

공연개요
일    시: 2012년 2월1일(수) ~ 2월 19일(일) 연우소극장
평일 8시 / 토,일 4시
관람연령: 중학생 이상 관람가
티켓가격: 전석 25,000원
제    작: 극단 기린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문화재단,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공연문의: 극단기린 김혜선 031-431-2995 / hyesun0824@gmail.com www.kirina.co.kr

▲ 공연관람에 함께한 이들.     © 컬쳐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2/01/25 [05:50]  최종편집: ⓒ shinmoongo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