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모래강, '내성천' 지켜내야만 하는건!"녹차라떼(?)라는 낙동강, 내성천 만큼은 꼭 지켜야"태어나서 지금까지 낙동강 옆에서 살고 있지만 강에 대한 추억은 없다. 낙동강에서 나고 자라신 아버지 말씀으로는 강에서 멱도 감고 물놀이도 하셨다는데 내가 기억하는 낙동강은 물을 담고 있는 거대한 수조, 그뿐이다. 강 양옆에 강물보다 높은 제방이 쌓여져 있고 비가 오면 수위가 높아지고 가물면 수위가 낮아 강바닥을 드러내는 그 정도의 변화만 보이는 것이 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우리나라 마지막 남은 모래강인 내성천이 영주댐 수몰지구로 사라진다는 소식에 내성천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면서도 피부로 심각성이 다가오지 않았다. 영주댐건설로 수몰지구. 자연그대로의 모래강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 마지막 강. 내성천 비경과 생물들은 우회철도노선건설로 훼손될 위기. 이미 영주댐 건설 진행 중. 상당수의 모래 유실. 강주변의 아름드리 버드나무 파괴. 수몰지구의 몇몇가구는 이미 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남. 시공 건설업체는 삼성물산... 내성천에 대한 기계적인 조사를 머리에 박고 지율스님의 텐트가 자리 잡고 있는 내성천 운포구곡을 찾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두발로 강을 건너고 보니 ‘강으로부터 심신을 치유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발을 담그는 순간 알게 됐다. 발바닥에 닿은 강모래와 함께 반짝이는 물, 발위를 지나가는 물고기 그 물고기를 바라보는 즐거움과 강을 걸을 때 마다 나는 시원한 물소리 그곳에 서있는 것 자체가 강의 품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낙동강, 한강도 원래 내성천처럼 모래강이었다고 한다. 제방을 쌓지 않고 물을 가둬놓지 않고 원래 모습 그대로를 보존했다면 우리집 앞의 낙동강도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4대강 공사로 강의 흐름을 막아 녹차라떼가 됐다는 낙동강의 모습을 보며 댐공사로 수몰된다는 내성천만큼은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 1지류로, 발원지는 탄산 약수로 유명한 봉화군 물야면의 오전약수이다. 내성천은 여기서부터 250리(106.29km)를 흐르며 봉화, 영주, 예천 지역에 1,814.71㎢의 유역 평야를 형성한 후 삼강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내성천으로 흘러드는 지천은 가계천, 낙화암천, 용각천, 서천, 목계천, 한천 등이다. 내성천은 편의상 도시와 지천을 중심으로 상류와 중류, 하류로 나눌 수 있다. 상류는 오전약수에서부터 봉화시내를 거쳐 이산, 평은, 용혈리까지 구간이다. 중류는 영주 서천-수도리-호명-가오실 공원 구간이다. 하류는 예천의 한천-경진교-회룡포-삼강까지 구간이다.(‘내성천 강 모래길’에서 발췌 리슨투더시티 글,사진 지율스님) 내성천의 풍요로움에 흠뻑 빠져 만끽하고 있을 때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니 반쯤 깍인 벌거숭이 산이 보였다. 포크레인 한 대가 산에 붙어 따다다닥 소리를 낸다. 분명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내성천이 훨씬 더 아름다웠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영주댐 본 공사를 위한 보조댐을 지어 강물의 흐름을 막은지 후 불과 1년도 안된 상황이지만 영주댐 하류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심각하다고 한다. 공사로 인해 내성천으로 흘러들던 모래의 유입이 보조댐 때문에 반절이상 줄어든 상태인데, 가벼운 고운 모래가 계속 쓸려나가게 돼 강바닥에는 무거운 돌들만이 남게 됐다고 한다. 내성천을 뒤로 하고 영주댐 공사현장으로 가까이 갔다. 영주댐 공사현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을, 가장 먼저 수몰될 금광리로 향했다. 마을을 한바퀴 도는 동안 한사람도 만날 수 없었고 이미 마을의 몇몇 집은 철거된 곳도 눈에 띄었다. ‘사람이 없나보다’하고 발길을 돌릴려는데 꼬부랑할머니가 보여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할머니 얼굴을 보니 댐건설로 사라질 마을에 대해 묻는 것이 할머니 마음에 상처가 될까 물어보지 못하고 같이 마을회관 쪽으로 걸어 갔다. 벌에 쏘여 퉁퉁 부은 나의 발을 보시곤 말없이 된장을 꺼내 주셨다. “여기 아니면 아들네집에서 살지” 하시는데 입장바꿔 생각해봐도 오랫동안 지낸 마을에서 가족같은 이웃사람들과 헤어져 남은 여생을 도시에서 산다면 계속해서 고향이 그립지 않을까. 고향에 갈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속에 있는데. 눈 감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마을 길. 사시사철 변하는 주위의 산과, 내성천. 가족보다도 가까운 이웃사촌들. 집 앞 텃밭에서 옥수수, 고추를 심고 맛보는 재미, 이런 것들보다 영주댐이 더 중요한 건가. 돈의 논리로 보는 사람들 눈에는 이 질문이 바보같아 보이겠지만 나의 눈에는 내성천, 산, 마을을 물속에 넣으려는 영주시와 삼성물산이 몰상식하고 바보 같아 보인다.
영주댐 공사현장, 이곳은 운포구곡의 절경이였던 운포이다. 이미 산중턱의 나무가 잘려나가 산이 반쯤 헐벗었다. 이곳에 있었다는 운포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은 거대한 수술장을 방굴케 했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이지만 발에는 아직 강모래 느낌과 된장냄새, 귀에는 끊임없이 들리던 공사소리로 온몸을 어지럽히고 있다. 다시 이곳에 오면 오늘의 내성천을 만날 수 있을까. 정말 영주댐 공사가 완공되어 내성천과 마을이 수몰될까? 머리가 복잡하다. <브레이크뉴스> 대구 경북 판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