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두개로, 말 어눌해 지고 팔 다리 힘 빠지면....

중풍 치료는 스피드가 생명, 뚫어 준다고 하는 시술 받아야

박호 | 기사입력 2012/09/16 [05:05]

사물이 두개로, 말 어눌해 지고 팔 다리 힘 빠지면....

중풍 치료는 스피드가 생명, 뚫어 준다고 하는 시술 받아야

박호 | 입력 : 2012/09/16 [05:05]
진료시간이 끝나갈 무렵, 가끔 한번씩 들르던 환자 한분이 찾아왔다. 시간이 없어서 바로 치료실로 들어갔고 나도 따라 들어갔다. 환자는 좀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낮에 갑자기 말이 안나왔다고 했다. 입이 돌아갔다가 펴졌다고 했다. 몸에 기운이 빠졌다고 했다. 속이 미식하고 두통도 있다고 했다.

급히 검사를 해보니 겉으로 보이는 문제는 없어 보인다. 간단히 치료를 하고 보낼 수도 있었지만, 마음이 찜찜해서 계속 물어보고 여러 가지를 관찰했다. 이마의 주름, 혀의 상태. 우려스러운 점이 있어서 보호자와 연락하고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진료의뢰서를 한 장 써서 보냈다. 이처럼 중풍을 걱정하여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 중 아주 일부는 의심이 되는 경우가 있다.

2년 전에는 한의원 근처에서 장사를 하시는 환자 한분에게 빨리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라고 보낸 적이 있다. 한 달쯤 지나서 이 환자가 다시 찾아왔다. "그때 원장님 말씀 듣는 건데, 안 듣고 병원 안 갔다가 중풍이 와서 입원했다가 퇴원했어요." 했다. 다행히 동작은 다 하는 것 같은데, 여기저기 많이 불편하다고 치료해달라고 했다.

이런 일은 적지 않다. 한번은 환자 한분에게 급히 응급실로 가라고 했고, 환자도 즉시 응급실로 갔다. 3일간 치료받고 퇴원 했는데, 그 뒤 다시 중풍으로 쓰러졌다. 중환자실에 있는 것만 확인되어 가슴 아파 한 일이 있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중풍의 가능성이 있는 것을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일생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중풍이 오면 무조건 후유증이 남는다. 걷지를 못하던, 말이 어눌하던, 다양한 증상이 평생 괴롭힌다. 전신 또는 몸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일반 근육통과 다르게 뇌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니 치료도 쉽지 않아서, 의사인 나로서도 같이 안타까워할 뿐이다.

중풍은 초기 대응이 제일 중요하다. 중풍이 발병하면 그것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어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이것은 중풍이 이미 온 것이다. 이런 경우 밤이건 낮이건 무조건 응급실로 가야한다. 발병 3시간 이내, 발병 6시간 이내, 이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그 시간 안에 시설이 갖추어진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면 조치가 가능한 치료가 있다. 흔히 뚫어준다고 하는 시술을 할 수 있다. 물론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니다. 혈압 등 여러 상태를 보고 가능한 환자만 시행한다. 그래도 이 시술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하늘과 땅차이다. 그래서 그 시간 내에는 무조건 응급실로 가야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아쉽게도 이미 응급조치 할 것이 없다. 그 때부터는 길고 긴 중풍후유증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양방병원을 가도 되고 한의원을 가도 된다. 오랜 한의학의 경험으로 준비된 중풍치료가 있고, 응급 이후의 치료는 한의학적 치료가 훨씬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내용이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넘어가고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중풍증상은 어떤 것이고, 그러면 즉시 응급실을 간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너무 당황해서 119 부르는 것도 생각 못하고 택시를 타는 분들도 있다. 나중에 "아차 왜 내가 119를 생각하지 못했지?" 하는 분들도 봤다.

앞서 말했지만 중풍의 전조증과 초기증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중풍전조증이란 향후 중풍이 올 가능성이 있는 증상을 말한다. 보통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팔다리 힘이 빠지고, 어지럽거나 구토감, 감각이상, 말이 둔해지는 등의 증상이 있는데, 잠깐 왔다가 지나가므로 무시하기 쉽다. 이런 경우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초기증상은 한쪽이 마비되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 경우의 대처는 앞서 말했다.

중풍에 걸리면 '바람 맞았다.'고 한다. 정확한 해석이다. 중풍(中風) 가운데 중, 바람풍인데, 여기서 중(中)은 '맞다, 뚫다.'로 해석하며 된다. 예고 없이 왔다가는 바람처럼 갑자기 병이 찾아온다. 그래서 중풍이라고 했다. 일단 중풍에 걸리면 모든 것이 바뀐다.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사람도 만나기 어렵고, 책도 읽기 어렵다. 10분이면 가던 거리를 몇 시간동안 걸어야 도착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는 하지만 이전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억하라. 자다가라도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어 들 수 없다면 119를 부르고 응급실에 간다는 것을. 즉시.


글쓴이 : 박 호 (동의한의원 원장, 안양 중앙시장 동의한의원 사거리, 031-465-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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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라클 2012/09/18 [23:31] 수정 | 삭제
  • 감사합니다.유익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