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언제 부터인가 집밖에 나와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차를 마시는 것을 꺼려하게 되었다. 무언가 초라해 보이는 느낌 때문이다. 배가 고파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참곤 했다.
다른 사람은 별 관심을 갖지 않겠지만 내 스스로가 그냥 그렇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서 커피를 즐길 자격을 갖춘 듯 당당한 느낌이 든다. 큰일을 끝내고 난 뿌듯함이랄까? 두 달 동안 7편의 여행기를 썼다. 최종 편을 A신문에 올리고 나니 뿌듯함과 더불어 뭔가 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곳에 에너지를 모두 쏟았음일까. 다시 쓰라 해도 더 잘 쓸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대견하다며 나를 칭찬한다.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의 와인’이라고도 불리어지는 Dutch Coffee를 주문했다. 찬물로 한 방울 씩 떨어뜨려 오랜 시간 추출한다고 해서 ‘커피의 눈물’이라고도 한단다. 살짝 와인 맛이 나는 커피가 은근 매력적이다. 커피의 탄 맛과 함께 느껴지는 와인 맛, 기분 전환하기엔 그만이다.함께 할 친구를 찾았건만 이야기 나눌 친구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커피 향으로 달랜다. 2년 전 순례법회를 가던 중이었다. 어느 보살이 나에게 N불교신문에 올릴 순례법회기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소녀 시절 문학소녀를 자청하던 풋풋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흔쾌히 썼고 서툰 글이었지만 쓰는 동안 참 행복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뚝불뚝 샘솟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 방법을 찾고 있을 때 길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다. 글쓰기 반 모집’ 글자가 커다랗게 확대되어 다가왔다. 주최 측이 교회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첫 시간, 모두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 집사님, 권사님하며 반갑게 인사 나누고 있었다. 나만 다른 종교를 가진 것 같아 조심스럽고 낯설었지만 글을 쓴다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글을 써 나가며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우린 좀 더 깊은 만남을 나누게 되었다. 20개월이 지난 지금 끝까지 자리를 지킨 다섯 사람이 있다. 여러 사람이 들고 나고를 되풀이 했지만 처음부터 자리를 함께한 대단한 인연이다. 칠순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감성과 열정을 지닌 순정씨(가명), 늘 밝고 상냥한 미영씨(가명)는 내 글의 좋은 점, 아쉬운 점을 콕콕 집어 내 글이 발전하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 옥섭씨(가명)는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녀의 열정에 우린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좋은 글을 추천해주고, 글을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선민(가명)씨도 빼놓을 수 없다. 함께해 준 그들에게서 힘을 얻고 미흡하면 한 대로 나는 꾸준히 글을 썼다. 글벗이 있어 많이 행복했고 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곳 커피 집 분위기가 좋다. 커피를 직접 볶는 듯 곳곳에 향긋한 커피향이 배어 있다. 살짝 허술한 듯 꾸밈없는 이곳이 무척 마음에 든다. 기념으로 예쁜 갈색 커피 드립 기구를 구입했다. 혼자 커피를 마시며 글벗들을 생각하니 행복감이 두 배가 된다. 따스한 봄 햇살과 커피 향에 취한 내 얼굴이 앞에 있는 거울에 살짝 비춰진다. 참 환하다.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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