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의 주인, ‘행복한마을의료생협’

[인터뷰]정금채 이사장, 오춘희 이사, 정홍상 이사

이민선 기자 | 기사입력 2013/05/27 [04:55]

환자가 병원의 주인, ‘행복한마을의료생협’

[인터뷰]정금채 이사장, 오춘희 이사, 정홍상 이사

이민선 기자 | 입력 : 2013/05/27 [04:55]
만약, 내가 병원의 주인이라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나를 왕처럼 떠받들지 않을까? 누구나 한번쯤 꾸어봄직한 달콤한 꿈이다. 이 꿈이 곧 현실이 된다. ‘행복한 마을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행복한마을)조합원만 되면 가능하다. 행복한 마을은 안양권(안양. 군포. 의왕. 과천)시민들이 기금을 모아서 만든 ’의료생협‘ 이다.
 
행복한 마을에서 운영하는 한의원이 오는 6월 개원한다. 5월23일 오전 10시, 개원을 앞두고 있는 한의원(안양 범계역 부근)을 찾아 환자가 왕처럼 대접받을 수 있는 이유를 정금채 이사장한테 들었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일반 병원과는 다릅니다. 조합원(환자)이 주인이고 의사가 고용인이죠. 조합원이 출자도 하고 운영에도 참여 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평등해 지는 것이지요. 의사가 환자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중심이 되고 의사가 돕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겁니다.”
 
‘평등한 관계’ 라고 하는 걸 보니 환자를 왕이 되는 건 아닌가 보다. 허나, 운영에 참여 한다는 것을 보니 조합원이 병원의 주인인건 분명한 듯하다. 생각 해 보니 환자가 왕이 되면 안 되겠다. 환자가 의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의사 지시도 안 따르고 자기 멋대로 하면 치료가 잘 안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 정금채 이사장과 오춘희 이사     © 이민선   

 
“건강 할 때 건강을 지키게 해 줘야” 
 
행복한 마을이 운영하는 병원은 치료를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예방을 잘 해서 되도록 이면 환자를 만들지 않는 게 주된 목적이다.
 
“건강 할 때 건강을 지키자는 게 가장 큰 취지입니다. 그래서 치료 보다는 예방에 더 큰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에 걸려 환자가 되면, 그 때는 스스로 치료 할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을 합니다. 환자 스스로 자기를 치료 할 수 있게 의사가 도와주는 것이지요. 즉, 약에 의지하기 보다는 생활습관에 변화를 준다든지, 또는 운동을 통해서 건강을 회복하게 한다든지…….”
 
행복한 마을은 건강 할 때 건강을 지키게 하는 활동을 현재 진행 하고 있다. 어떤 사업인지 오춘희 이사한테 들었다.
 
“건강실천단 사업인데요, 참여한 분들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일주일에 한번 씩 모여서 건강에 대해서 서로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건강에 관한 강의도 듣고,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이를 테면 ‘힐링’ 하는 것이지요. 핵심은 현미와 채식이에요. 현미하고 채소가 몸에 좋은 건 아시죠?(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100배도하고 있어요, 일종의 운동이죠, 절하는 게 굉장한 운동효과가 있어요. 원래는 108배를 했는데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항의가 들어와서 하하하...교회 다니는 분들이 강력하게 항의해서 100번 절하는 것으로 바꿨어요. 이런 건강 모임을 계속 활성화 시킬  생각이에요”
 
오춘희 이사는 이런 모임을 활성화 할 구체적인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건강 좌담회, 건강 수다회 같은 걸 만들어 자연스럽게 건강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모임에 다섯 명 이상만 나오면 의사를 참여하게 해서 건강 토론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경영과 가치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어려운 일
 
예방이나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게 역시 돈 문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 발걸음이 가벼우려면 진료비가 싸야 할 텐데, 과연 행복한 마을은 얼마나 싼 가격에 진료를 할 수 있을까? 오춘희 이사한테 들었다.
 
“건강보험에 해당되는 진료비는 규정 때문에 내릴 수 없고요, 건강 보험에 해당 안 되는 진료비는 약 10% 정도 내릴 계획입니다. 너무 조금 내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30%는 내려야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고요. 참 어려운 문제예요, 경영과 추구하는 가치를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 문제이지요.”
 
의료비용 문제에 대해 정금채 이사장이 추가로 설명했다.
 
“약의 오 남용, 과잉진료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료비를 내리는 것도 중요 하지만 적정선을 지키는 것도 (과잉진료나 약의 오남용을 막는 차원에서) 중요 합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병원은 약을 남용 하지 않고 과잉 진료를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의료비는 자연스럽게 내려가겠지요.
 
대체로,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병원은 항생제를 일반 병원의 10% 정도 밖에 안 씁니다. 빠른 치료 보다는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서 병을 극복하게 하는 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치료가 이런 식으로, 가능하면 약을 덜 쓰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료비는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 정금채 이사장     © 이민선    
행복한 마을 조합원은 현재 6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작년 2월부터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고, 4월에 발기인 대회를 했으니, 짧은 기간에 굉장한 호응을 받은 셈이다. 호응도 있었지만 동시에 우려도 제기됐고, 그 우려는 지금도 사람들 입에 가끔씩 오르내리고 있다. ‘병원도 많은데’ 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금채 이사장에게 들었다.
 
“병원도 많은데 병원 하나 더 보탠다, 이런 건 아닙니다. 물론, 의료비 낮추는 효과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재 건강에 대해서 잘 못 접근하고 있는 부분을 바꾸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의료의 공공성 회복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병원을 하나 더 늘리는 차원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의사들이 우리 생협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한의사 정홍상...한의원 접고, 행복한 마을에 투신
 
행복한 마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의사는 현재 3명(한의사 1, 치과의사 2)이다. 그 중 한명인 한의사 정홍상 씨는 이 사업을 최초로 제안 한 사람이고, 현재 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오는 6월 개원할 행복한 마을 한의원’에서 직접 환자를 돌보게 될 ‘핵심인물’ 이다.
 
정홍상 씨는 경기도 의왕에서 한의원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행복한 마을 개원을 앞두고 잠시 쉬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듣고 보니 ‘의료 생협’을 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운영하던 병원을 접었다는 이야기인데, 혹시! 병원이 잘 안돼서?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정금채 이사장한테 과감하게 물었다.
 
“하하 그 분이 경영하던 병원이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잘 안돼서 그런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환자들 중에 마니아층도 꽤 있었고...잘 되던 한의원 접은 것이지요, 그 분이 오래 전부터 ‘의료생협’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제안을 한 것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죠." 
 
▲ 오춘희 이사     © 이민선    
이 말만 듣고도 한의사 정홍상씨가 의료생협을 추진한 이유를 알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본인한테 직접 들어야 더 정확할 것 같아서 25일 오전 11시 경 전화를 걸었다.
 
“의료라는 게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고 공공영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또 건강이라는 게 혼자 잘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고 지역사회가 다 건강하고, 그런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 될 때 건강해 지는 것인데, 이런 것을 개인 병원으로는 이룰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의료생협에 관심 갖게 된 것이죠. 하하하, 예전에 하던 병원요? 우리가족이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정도는 됐어요.”
 
행복한 마을 ‘의료생협’은 ‘한의원’으로 소박하게 출발하지만, 조합원 출자액이 늘어나면 치과와 양방병원도 개원 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금채 이사장과 오춘희 이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시민들 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오춘희 이사]“‘행복한 마을은 창립되는 과정이 폭발적이었어요, 작년 4월에 발기인 대회 할 때는 ‘이게 과연 될까’ 하고 초조해 하기도 했는데, 단 기간에 폭발적인 힘이 모아져서 현재 조합원이 6백 명을 훌쩍 넘었거든요. 아마 오랜 기간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시민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될 것이라 낙관하고 있어요. 시민들이 출자도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도 하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정금채 이사장]“협동조합이라는 용어가 참 익숙해 졌어요. 저는 이러한 현상이 시민이 사회의 주인으로 커가는 과정이라 생각 합니다. 시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의료생협 ‘행복한 마을’ 에도 많은 관심 가져서 건강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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