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라포트 생산공장 된 106억짜리 생태하천

시멘트 폐기물을 하천으로 마구 쓸어 넣어도 끄덕없는 업체는?

김남권 | 기사입력 2014/01/05 [07:26]

테트라포트 생산공장 된 106억짜리 생태하천

시멘트 폐기물을 하천으로 마구 쓸어 넣어도 끄덕없는 업체는?

김남권 | 입력 : 2014/01/05 [07:26]
최명희 강릉시장은 지난해 5월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남대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4년여 만에 큰 결실을 보게 됐습니다. 과거와 같이 수초가 무성하고 철새가 날아들고, 우리시민들에게도 최고의 휴식공간으로 거듭 나게 됐습니다”라는 말을 한적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최명희 강릉시장의 말과는 달리 7개월여 만에 생태하천은 최고의 휴식공간과는 거리가 먼 시멘트 물이 줄줄흐르고 있었다. 106억원이 투입된 생태하천이 방파제 공사에 사용되는 '테트라포트'공장으로 변신(?)했기 때문.
 
강원 강릉의 도심 가운데로 흐르고 있는 한 하천부지에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트 생산 현장이 들어서 하천과 토양이 수개월 째 심각한 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이로인해 인접한 남대천은 물론 하류인 안목항까지 시멘트 물로 오염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강릉 남대천은 강릉시가 생태하천을 복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4년여에 걸쳐 국비와 도비 등 총사업비 109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5월 ‘남대천생태하천복원사업’을 마무리하고 생태공원을 조성한 곳이다.
 
하지만 이 생태 공원으로 조성된 남대천 하천부지에 지난해 말부터 방파제에 쓰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트(일명 삼발이) 생산 현장이 생기면서 하루에도 수십대의 레미콘 차량이 드나들며 분진을 발생 시키고, 토양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멘트 오염수로 범벅이 됐다.
 
하천 부지에는 이미 만들어진 테트라포트가 하천과 도로쪽으로 수백개씩 쌓여 있으며, 한쪽에서는 콘크리트가 부어진 거푸집에서 테트라포트를 굳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바닥에는 거푸집에서 흘러 나온 시멘트 오염수들이 그대로 토양으로 흘러 들고 있었다.
 
 

▲ 강릉 남대천 하류의 하천부지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 데트라포트 생산 공장이 들어서 펌프카로 시멘트를 거푸짚에 쏟아 붓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토양이나 하천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은 전혀 없다.   © 김남권    

 

오염수 방지 시설이라고는 거푸집 아래 비닐이 전부
 
현장의 하천 쪽으로는 레미콘 차량의 호퍼를 씻는 과정에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시멘트 폐기물들도 다수 발견됐다. 레미콘 차량 세척 과정에서 버려진 강한 유독성의 시멘트 물이 상당 기간동안 다량으로 남대천으로 흘러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에는 6가크롬, 알루미늄, 납, 안티몬, 바륨 등의 유해중금속이 들어있으며 콘크리트 작업에는 혼화제, 지연제 등 다양한 발암성 높은 약품이 사용되어 생태계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남대천이 흐르는 하천 인근에는 레미콘 차량의 호퍼에 남은 시멘트를 청소하며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굳은 콘크리트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청소때 같이 버려졌을 시멘트 물들은 남대천으로 그냥 흘러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 김남권     
강릉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인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시멘트 가루나 오염수들은 물과 혼합되면 하천에는 치명적으로 유해한 성분으로 변하기 때문에 하천 전체가 죽어 버릴 수 도 있다"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강릉 남대천에는 지난해 6월 이 생산 현장 인근에 있는 하천에서 17일과 24일 두 차례나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강릉시가 긴급 수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특히 하류지역 물고기들이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행동을 자주 보이고 있어 수중 용존산소량이 부족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이 콘크리트 생산 시설은 처음이 아니고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 비산 먼지나 오염 방지 시설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몇 개월전에 환경부 장관까지 참석하는 생태공원 준공식을 바로 옆에서 치렀는데 이해가 안간다"며 강릉시의 이중적인 행정처리를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문제는 이 테트라포트 생산 업체가 강릉시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은 업체라는 점이다. 강릉시는 이 업체에게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 5월 31일까지 약 5개월여 동안 하천부지에 대한 점용허가를 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강릉시 건설과 하천 담당자는 전화 통화에서 “법에서 정한대로 안목항의 해안침식 방지를 위한 사업에 필요한 테트라포트를 생산하도록 하천 점유허가를 내줬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릉시의 해명과는 달리 이 테트라포트 생산시설은 법에서 점용허가를 금지하고 있는 ‘시멘트관련제품의제조업’에 해당 돼 강릉시의 점용허가는 하천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하천법 시행령 제44조에는 시멘트나 석회, 플라스틱 및 시멘트관련제품의제조업의 경우에는 하천부지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점용허가를 토지 점용을 허가한 하천관리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바에 따라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는 아무런 고시가 없었다.
 

▲ 수백개의 완성된 데트라포트가 쌓여 있는 너머 하천에는 수십마리의 철새들이 하천에서 수영을 즐기고 다.     © 김남권


이런 불법적인 점용허가를 해준 이유에 대해서 강릉시 건설과 담당자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해양 수산과에서 협조를 부탁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고비산먼지나 오염수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해양 수산과에서 문제가 없도록 잘 관리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럴 줄을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협조를 요청 했다는 강릉시 해양수산과 담당자는 “해안 침식방지를 위한 공익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허가를 준거고, 하천오염이 안되기 때문에 허가를 내 준 것”이고, “잘한다고 했는데....현장 관리 문제는 확인해 보고 조취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김남권 기자 hignbodo@hign.co.kr

<하이강릉>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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