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해제 선지식 찾아 공부하는 시간

고산 스님 "생활 가운데 드는 모든 의심이 간화선이라 할 수 있다"

김성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2/15 [06:09]

'동안거' 해제 선지식 찾아 공부하는 시간

고산 스님 "생활 가운데 드는 모든 의심이 간화선이라 할 수 있다"

김성호 기자 | 입력 : 2014/02/15 [06:09]
 
 
 
[신문고뉴스]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끝이 없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욕심 버리고 대화하면 이산가족상봉? 남북통일도 금방 됩니다. 나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계사년 동안거 해제일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목) 지리산 쌍계총림 금당선원 방장 고산스님(81)은 남북이산가족상봉과 관련 남북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남북 모두 통큰 결단을 요구한것에 다름아닌 것.
 
 

 

계사년 동안거 '선원'의 스님들 어떻게 수행했나
 
조계종단은 이날(13일) 언론사 취재진과 함께 지리산 쌍계총림 금당선원을 찾아 동안거 수행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계종단의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 금당선원은 육조 혜능스님과 관계가 깊은 수행처다. 신라 성덕왕 21년(722) 삼법과 대리스님이 중국유학을 갔다가 육조 혜능선사의 머리를 이운해와 사찰을 세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육조 혜능스님의 선풍을 계승하듯 쌍계사 창건주인 신라 진감선사를 비롯해 고려 지눌스님과 조선시대 사명, 부휴, 벽송, 소요스님 등이 정진했고, 근대에 와서 경허, 용성, 금오, 동산, 청담스님이 수행하셨고 그 맥을 방장이신 고산스님이 지켜오고 있는 곳아다.
 
이번 동안거 기간에 금당선원에는 17명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여 새벽 3시에 일어나 2시간씩 저녁9시까지 정진하며 한명도 낙오없이 정진을 했다고 한다. 금당선원은 동방장, 서방장 두 개의 방이 마주보고 있는데, 서방장은 24시간 용맹정진을 하는 곳으로 누구나 언제든지 정진을 한다. 이번 동안거에도 한분의 스님은 3개월 내내 장좌불와 정진을 했다고 한다.
 
1978년 금당선원을 중수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수시로 대중과 함께 정진을 하면서 지도하고 계신 방장 고산스님(81)께 마음공부 이야기를 여쭈었다. 종단 원로의원이시고 전계대화상 소임을 맡고 계신 고산스님은 온화하면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 하셨다.
 
다음은 금당선원 안거를 취재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3시 도량석에 이어 3시 30분 행자부터 방장스님까지 사중 모든 대중이 함께 부처님께 예불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방장스님께서는 먼저 오셔서 108배를 하셨는데 혼자만 하시는건지요?
"매일 하는 일과이고 개인적인 공부이다. 누구에게 강요할 일은 아닙니다."
 
-해제 의미와 만행을 나서는 수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당부할 것은 없습니다. 수좌 스스로 다 알고 있습니다. 해제는 쉼없는 수행의 길입니다. 공부하면서 의문나는 것을 또다른 선지식을 찾아 묻고 해결하는 시간이다.
 
다른 생각을 가지면 수행하는 데 방해만 됩니다. 선지식을 찾아 의심나는 점을 물어볼지언정 좋은 거 구하려 애쓰지 말고 세상 사람들 춤추고 노는데 끄달려서는 안됩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계정혜 삼학을 갖춰야 합니다. 계행이 청정하고 지혜를 갖추면 선정에 들 수 있습니다. 해제를 하더라도 계정혜 삼학을 떠나서 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 쌍계총림 금당선원의 수행가풍, 특징은 무엇인지요?
"무슨 일이든 하나라도 잡으면 쉬지 말고 성취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여야 합니다. 화두를 드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염불을 하든 밭에서 일을 하든 한 소식 할때까지 쉬지 않고 끝을 봐야합니다. 한마디로 하면 불식촌음(不息寸陰). 한시도 방심하지 말고 매사에 정진해야 합니다. 그걸 고산가풍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 간화선 위기라는 말도 있었고, 선방의 절반 가까이 위빠사나 수행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간화선 수행법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간화선은 근기에 맞는 최고의 수행법입니다. 위빠사나, 관법 등은 현대사회에 맞지 않습니다. 간화선 말고 다른 것 하라면 무기공에 떨어져 멍하니 앉아 있어 공부도 못하고 세월만 보내게 됩니다. 생활 가운데 드는 모든 의심이 간화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간화선 수행을 해야 합니다."
 
-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합니다. 하화중생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구보리 하화중생은 내가 먼저 깨달아서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기가 깨닫지 못하고 남을 가르치는 것은 한 봉사가 다른 봉사를 이끌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종단 종헌에도 ‘자각각타 각행원만’이라 했습니다. 내가 먼저 깨달아야 다른 사람을 안전하게 안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일이 됩니다."
 
- 조만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예정인데, 이조차도 성사가 될지 의문입니다. 남북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마음의 담장을 허물어야 합니다. 한 가정이 화목해 평화를 찾으려면 마음에 쌓인 담장부터 헐어야 합니다. 부인은 부인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들딸대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니 가정의 화합이 오겠습니까? 남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자기욕심 차리고 남한은 남한대로 욕심 차리려고 대화한들 무엇이 풀리겠습니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대화를 해야 통합이 되는 것입니다.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끝이 없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욕심 버리고 대화하면 이산가족상봉? 남북통일도 금방 됩니다. 나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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