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마음의 발자국, 사진으로 ‘힐링’

조종안 | 기사입력 2014/03/26 [04:18]

사진은 마음의 발자국, 사진으로 ‘힐링’

조종안 | 입력 : 2014/03/26 [04:18]

 

▲ ‘포토 테라피’에 대해 설명하는 김수관 교수     © 조종안

   

 

"사진은 우리 마음의 발자국입니다. 삶의 거울이기도 하지요. 또한, 우리 영혼의 반영이자 한순간의 기억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어디로 가는지, 종종 사진과 말을 나누고 사진 속에 담긴 인생의 비밀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감각자극의 80%가 눈을 통해 들어옵니다. 사진은 감정을 담은 종이-사람으로부터 와서 사람에게로 가고, 과거로부터 미래로 퍼집니다."

 

지난 21일 전북 군산시 영화동 평생교육원(3층)에서 열린 '사진 테라피'(포토 테라피) 강의에서 김수관 군산대학교 교수가 했던 말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사진으로 힐링하세요'. 김 교수는 "사진이 좋아 사진 찍기에 파묻혔다가, 사진을 가지고 또 다른 어떤 일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사진 활용 교육과 사진 테라피"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스트레스 해소와 질병 치료를 위한 자연요법인 향 치료(아로마 테라피), 음악치료(뮤직 테라피), 색채치료(컬러 테라피) 등이 한국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이 경험했고 효과를 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로마(향유) 테라피를 한복에 접목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서양에서 유래된 자연요법을 한방에 접목하기 위해 전국의 한의과대학 교수들과 개원의 주축으로 연구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특히 천연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스 오일을 이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하는 아로마 테라피는 요즘도 이용되고 있는 자연요법이다. 서양에서는 약 대신 치료하는 치료제로 보편화하여 있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사용되어 600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연요법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아플 때마다 약을 먹으면 내성이 생기고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라고 주장한다.

 

사진도 마찬가지.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남이나 내가 찍은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자연요법의 하나, 즉 '힐링'이다. 매일 혼내기만 하는 아버지를 증오하던 아들이 어느 날 색바랜 옛날 가족사진에서 자신을 무릎 위에 앉히고 포근하게 감싼 아버지 모습을 발견하고 '아~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는 분이구나!' 하고 감격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사진에는 끝없이 다양한 '현실'이 담겨 있으며 할 말, 나눌 비밀, 드러낼 기억 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 장의 사진에도 찍은 사람, 찍힌 사람, 나중에 볼 사람, 보관하게 될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가족사진이 예가 되겠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언어로 승화하여 서로의 생각, 감정 그리고 관계를 형성해주기도 한다.

 

'하찮은 사진도 귀한 기록이 되고, 문화 콘텐츠가 된다'

 

▲ 필자가 여덟 살 때 가족사진. 사진을 대할 때마다 사진 속 형제들과 얘기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 조종안

 

 

 

구닥다리 앨범을 정리하다 소꿉동무와 찍은 코흘리개 시절 사진이나, 돌아가신 부모와 정겨운 형제들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을 발견하고 감탄사를 터뜨렸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도 57년 전에 찍은 가족사진을 앞에 놓고 지난날들을 성찰하고 반추하면서 고마워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도 무료할 때는 1950~1970년대 사진 속 주인공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즐거움을 느낀다.

 

김 교수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미디어에 관심 있는 군산 동원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찍기, 사진 보고 시(詩) 쓰기, 사진으로 꿈 찍어보기 등을 통해 청소년들로 하여금 애향심을 고취하고, 창의성과 상상력, 그리고 비전을 갖게 한 바 있다.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방학기간 동안 사진작가도 돼보고, 시인도 되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작년 5월 군산학(群山學) 강의에서는 원로 사진작가에게 기증 받은 1960년대 군산의 모습과 자신이 찍어서 보관해온 사진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당시 군산 사람들의 생활상을 중심으로 강의를 펼치면서 수강생들과 교감을 가졌다. '열악한 시대에 찍어놓은 하찮은 사진도 훗날 귀한 기록이 되고, 지역의 문화 콘텐츠가 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

 

사진은 기억을 재생시키는 감성의 예술

 

▲ 수강생(왼쪽)이 100여장의 카드 중 자신의 기분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골라 김 교수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조종안

   

 

 

이날은 첫 강의여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들어 우울해진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강의를 신청했다는 수강생부터 남편과 함께 야외촬영을 나가는데, 호흡을 맞추기 위해 신청했다는 부부 수강생, 인물 사진과 기록 사진 중심의 김수관 교수 개인 사진전을 관람했었는데 작품들이 인상적이어서 신청했다는 수강생 등 다양했다. 아로마 테라피는 들어봤는데, 사진 테라피는 처음 듣는다며 궁금증을 자아내는 수강생도 있었다. "

 

사람은 태어나면서 사진과 함께합니다. 뱃속에서부터 사진에 찍히기 때문이죠. 죽을 때도 사진과 함께 죽습니다. 영정사진 없는 장례식장은 없으니까요. 생각해볼 것은 사람은 죽어도 사진은 남는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그렇게 남아 자손에게 큰 영향을 주죠. 그처럼 우리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사진,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지 않나 싶게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기록성, 예술성, 언어성, 복제성, 고립성이 담겨있으며 신뢰감을 형성해주고, 기억을 재생해주며, 찍은 사람의 심리를 표출한다"고 말하는 김 교수. 그는 "사진 예술은 미술과 문학의 중간에 위치한 독자적 예술 양식으로, 만드는 솜씨보다 현실을 올바로 파악하는 눈(감성과 지성)이 더 필요한 감성의 예술"이라고 부연한다.

 

포토테라피 프로그램은 사진을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나의 문제를 꺼내보고, 문제의 극복방안을 논의해보고, 자신의 바람과 소망을 표현하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다져나가는 시간을 가진다.

 

필요에 따라 출사도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김수관 교수는 "매주 금요일 오전(10시~12시)에 열리는 '사진으로 힐링하세요'는 성인을 대상으로 4주 동안 계속되며 수강생들의 호응이 좋으면 연장해서 강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신문고뉴스] 조종안 기자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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