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진화 '돼지오줌보에서 브라주카'

김병윤 | 기사입력 2014/04/19 [04:44]

축구공 진화 '돼지오줌보에서 브라주카'

김병윤 | 입력 : 2014/04/19 [04:44]

[신문고뉴스] 김병윤 = 축구는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가장 인간적인 ‘스포츠’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어서 축구는 기원전에 생겼다는 게 정설이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중국 등에서 옛날부터 공을 차고 놀았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렇게 축구의 역사가 길고 다양한 만큼 축구공의 역사 역시 아주 길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중세 때 영국에서 사형수의 피가 흐르는 머리를 군중 속에 마구 던져, 차도록 했다는 것이 가죽으로 된 축구 공 원조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어 마른 풀을 뭉친 지푸라기나 돼지 방광(오줌보) 등등을 차기도 했다. 1872년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축구공을 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한 이래 냄새나는 오줌보 공은 사라졌다.

 

처음 탄생된 축구공은 가죽을 있는 그대로 기다랗게 자른 조각을 붙인 것이었다. 이 같은 공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처음 열릴 때까지 사용됐으며 지금의 배구공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1963년 FIFA는 축구공의 재질이나 형태 등을 규정하는 ‘공인구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축구공이 ‘산티아고’이다. 이것 역시 지금의 축구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축구공은 FIF월드컵 역사와 함께 수많은 축구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1970년 멕시코 FIFA월드컵부터 정오각형 12개와 정육각형 20개 가죽을 덧대 만든 공인구 축구공이 처음 등장했다. 이 때 나온 공이 ‘텔스타’로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축구공의 원형이다.

 

'텔스타'는 정오각형에는 검은색을, 정육각형에는 하얀색을 칠한 ‘점박이’ 모양으로, 그 단순 명쾌한 모습은 세계 축구인 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텔스타’ 축구공의 기본적인 틀은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 공인구까지 유지됐다. 이후 FIFA월드컵 공인구는 세계적인 스포츠 메이커의 전유물이 됐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단체와 스포츠용구회사의 ‘정략결혼’이라고 할만하다.

 

세계적인 스포츠 메이커가 공인구를 독점한 뒤, 축구공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1978 아르헨티나 FIFA월드컵에서는 ‘탱고’라는 이름의 최첨단 패션 축구공이 탄생했다. 그러나 단지 표면 디자인이 달라졌을 뿐 기본 골격은, 정오각형 12개, 정육각형 20개로 이루어진 1970년 멕시코 FIFA월드컵 공인구 '텔스타'와 같았다.

 

그러나 완벽한 가죽 박음질로 완전방수와 함께 탄력과 회전력의 혁신을 일으켰다. 정오각형 주위를 하얀 원으로 감싸고 나머지 부분을 검게 칠한 ‘탱고’의 충격적인 모습은, 그때 우승을 거머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줄무늬 유니폼과 함께 축구계에 라틴풍을 몰고 왔다. 1986 멕시코 FIFA월드컵 때는 100% 인조가죽의 ‘아즈테카’가 나왔다. 이후 공은 방수와 탄성,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1990년 이탈리아 FIFA월드컵 공인구는 각 20개의 탱고 문양 안에 에트루리아 사자머리문양이 삽입된, 폴리우레탄 폼(Foam) 내부층을 가지고 완전 방수효과와 빠른 속도를 지향한 '에투르스코 유니코(Etrusco Unico)였으며 1994년 미국 FIFA월드컵 공인구는 ‘퀘스트라’였고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은 ‘트리콜로’였다.

 

그리고 2002년 한. 일 FIFA월드컵은 점박이 전형을 처음 벗어난, 흰색 바탕에 황금색 삼각형 바람개비와 붉은색 불꽃 무늬를 새긴 ‘피버노바’가 공인구로 채택됐다. 그러나 표면 디자인은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역시 1970년 멕시코 FIFA월드컵 공인구 '텔스타'와 같았다.

 

이어 2006년 독일 FIFA월드컵에서는 32개였던 가죽 조각을 14개로 줄이고, 손으로 꿰매는 수작업까지 없앤 뒤 고열 고압에서 조각을 붙이는 특수공법으로, 더욱 완벽한 원형구조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팀 가이스트’가 등장했다. 21C 들어 처음으로 개최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 공인구는 '자블라니'(Jabulani)였다. '자블라니'는 아디다스가 만든 역대 공인구 중 최고의 역작으로 역사상 가장 원형에 가깝게 평가받고 있다.

 

독일 바에이른주 샤인펠트 연구소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2년여 작업을 거쳐 탄생한 ‘자블라니’는 새롭게 개발된 미세 특수 돌기의 공 표면과, 3D 곡선 형태의 가죽 조각 8개를 붙여 이전 공보다 더욱 완벽한 구에 가까운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자블라니’의 표면에는 특수 돌기가 전체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골키퍼가 잡을 때, 미끄러짐 현상을 방지하고 발과 공 사이의 환상적인 그립 감을 제공해 주도록 했고, 이와 함께 공기역학을 이용해 공이 날아가는 궤적의 안정성을 높여, 선수들이 어떤 날씨와 환경 속에서도 공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최첨단 공법으로 제작됐다.

 

이 같이 ‘돼지 오줌보’에서 ‘최첨단 폴리우레탄 신소재’까지, 축구공은 FIFA월드컵의 역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해왔다. 2014 브라질 FIFA월드컵에서 사용될 국제축구연맹 공인구는 '브라주카'(brazuca)다.

 

브라주카의 특징은 역사상 가장 적은 6개의 패널이 합쳐져 더 나은 그립감과 터치감, 안정성을 갖췄으며, 2년 반 동안 날씨, 고도, 습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쳐 완성됐다. 이만큼 축구공은 기술적으로 날로 진화하며 축구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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