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님께 묻습니다

류선 | 기사입력 2014/05/11 [06:24]

[독자기고]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님께 묻습니다

류선 | 입력 : 2014/05/11 [06:24]

[편집부 주] 본지는 지난 3일 오바마 '박근혜 조롱', 미국은 수습에 골몰(?)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4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결례에 대해 보도한바 있습니다. 류선님은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 문제점을 따져 묻는 기고글입니다.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님께 묻습니다. 위 내용을 접했을 때 저는 심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자타공인 세계최강국을 자랑하는 민주주의 선진국가의 대통령이 ‘국가 대 국가’의 정상회견에서 입에 올린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답변을 마친 후 박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한참을 머뭇거리자 문제의 발언을 하기 직전의 장면이다.         © 편집부


 

더군다나 각 나라의 외신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슴없이 던진 농담이라고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Poor President”란 단어를 언급하셨다지요? 거기에 더해 “even”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식석상의 정상회견에서 말입니다.

 

일반시민들이 사석에서나 사용할 법한 단어를 썼다고 합니다. 자신의 직위를 망각한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직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오바마 대통령님’이라는 호칭 대신 ‘오마바 씨’ 또는 ‘당신’이라는 오칭을 사용하겠습니다.

 

'당신'이라는 단어는 공인이 아닌, 미국의 국민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호칭입니다.  

 

오바마 씨, 당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을 무시한 행동을 했습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조롱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직 대한민국의 국민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것이 올바른 선거였든, 부정선거였던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 가운데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해 아직까지도 의문을 제시하며 스스로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진실을 파헤치려, 선거가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단히 싸우고 있습니다.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를 이긴 저급한 나라라고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은 무혈의거로 민주주의를 이룩한, 세계에서 거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나라입니다. 정치권력과 수구언론이 눈을 막고 귀를 막아도, 또 다시 스스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민주주의 기본이념을 지키려 온갖 역경을 거쳐 왔던 나라입니다.

 

힘의 논리로 맞서는 국가권력에 촛불로 대항하는 현명한 국민이 사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정당성을 찾아갈 것입니다.  

 

지금 오바마 씨는 정당성에 의문을 받고 있는 한 작은 나라의 대통령만 보이십니까? 초강대국인 당신의 전임 대통령조차 존경하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잊으셨습니까? 초강대국인 당신의 전임 대통령이 얼굴이 붉어질 만큼 당당하게 말하던 대통령은 모르십니까?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그 과도기의 시행착오 속에서 계속 진보하고 있는 중입니다. 당신이 조롱할 만한 대상의 국가가 아닙니다. 도대체 아시아의 어느 나라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념 속에 성장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가르쳐 주십시오.

 

아직도 사회주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입니까? 정치세습으로 인해 제국주의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입니까? 정치적 협작으로 인해 새로운 독재를 이어오고 있는 러시아입니까? 말할 가치도 없는 왕조국가 북한입니까?  

 

오바마 씨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의 나라는 복지국가입니까? 당신의 나라가 자타공인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 선진국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복지’라는 정치적 화두로 싸우고 있는 나라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자국민의 의료보험 체계조차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어느 나라입니까? 당신의 나라는 초강대국일지는 모르나 복지국가는 아니라고 감히 말합니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국가의 본보기는 미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바마 씨의 이번 방문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따른 자구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국의 바닥난 재정 속에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는 동북아 정책의 마지노선이었겠지요.

 

동남아 순방에 왜 가장 핵심적인 중국은 빠져있나요?  이 중차대한 사항에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굴욕적 언사를 서슴치 않음으로써 얻고자 한 것은 무엇입니까? 써 준 것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대통령만 보이던가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더듬거리고 있는 한 나라의 ‘가엾은’ 혹은 ‘불쌍한’ 한 늙은 여인만 보이시던가요?

 

그 광경을 목을 끄덕거리며 지켜보고 있던 수구언론의 기자들만 보이던가요? 그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던 대한민국의 국민은 보이지 않던가요? 그래서 뒤늦게 수습하려 했습니까? 그래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반응에 안심했나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말입니다. 무엇이 다릅니까? 작금의 시련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썩어빠진 대한민국의 수구언론과, 당신의 처신이?!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지금의 대한민국은 지난 대선 이후 최고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 더해서 정치에 대한 불신, 언론에 대한 불신,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어 놓은 가치관의 불신으로 인해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어지러운 시기를 틈타 한 나라의 어리석은 대통령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려했다면 그것은 최강대국의 위상에도 심히 큰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 당신의 하얀 피부를 처음 보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미국의 대통령. 그동안 당신에게 느꼈던 잠시나마의 존경의 마음이 이제는 검은 피부 속은 하얀 속내를 보며 탄식하게 됩니다. 신자유주의라는 허울 좋은 거창한 표상 아래, 무너져 가는 약소국이 몇입니까?  

 

힘의 논리에서 언제나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는, 유일한 나라는, 바로 당신의 나라입니다. 나는 지금 당신의 경솔한 언사만을 언급하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믿고 뽑아 준 당신의 국민들에게 결코 실망을 시키는 대통령이 아니길 바랍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온갖 부정부패와 조작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것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은 이 혼돈의 시기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부러워했던,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부러워하지 않았던, 교육의 힘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는 그 흔한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직업도 없는, 무지한, 최하층민입니다. 

 

“위기의 시대에는 악한 자의 아우성보다 착한 자의 침묵이 더 무섭다.” 당신의 나라에서 존경받았던 한 인권 지도자의 명언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이에, 1.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님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합니다. 2. 오바마 씨, 한 나라의 국민이 개인적인, 어리석은 소견이라 여긴다면, 무시하십시오.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님, 혹은 오바마 씨, 당신은 어느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 대한민국의 한 국민 올림.

 

 

 

추신: ABC방송 조나단 칼 기자, “푸틴 대통령이 바다에 빠지면 구해주실 건가요?”라고 질문했다지요? 지난 러시아 방문 때 푸틴 대통령에게 한 소녀가 엽서로 보낸 질문을 인용한 것이라 들었습니다. 그 당시, 그 소녀 같은 대한민국의 어린 자식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음을 당신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공식석상, 정상회견, 기자라는 사람이 입에 올려서는,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상황임을 몰랐습니까? 백악관 출입기자라지요? 당신으로 인해, 백악관의 언론수준도 청와대만큼이나 땅에 떨어졌습니다.   얼마 전, ‘목숨’을 걸고 뛰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대안언론의 기자가 대한민국의 수구언론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가 기자야?! 이 개새끼야!….” 이 말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조나단 칼?! 네가 기자야! 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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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러스 2014/05/12 [02:43] 수정 | 삭제
  • 저를 또 한번 깨우쳐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 CPMAC 2014/05/11 [16:50] 수정 | 삭제
  • 꽃 같은 아이들의 떼죽음으로 인해 정신이 모조리 빠져 있는 틈에 자칫 놓칠뻔 했던 외교사적 큰 오류를 이제사 님께서 똑바로 짚어 주셨네요. 크게 공갑하고 감사드립니다. Mr "오"가 직접 이 글을 본문 그대로 읽고 사과해 오기를 기다려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