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위조(?) 무죄 확정된 이유는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4/08/05 [04:23]

판결문 위조(?) 무죄 확정된 이유는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4/08/05 [04:23]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재판정에서 들은 선고내용과 나중에 받아든 판결문의 선고내용이 주요 내용에서 완전히 다르다면?  여기에 더해 선고 다음날 같은 법원 민원실에 근무하는 친척에게 가니 '승소하였던데요'하고 말을 들은 사실이 있다면!

 

또한 가까운 친척관계인 이 법원직원은 이 같은 말과 함께 자신이 전날 들은 선고내용과 같은 취지가 적힌 판결문 초고를 건네줬다. 특히 친척인 법원직원은 선고 초고 2부를 컴퓨터에서 뽑은 후 복사방지 태그가 붙은 판결문 말미 부분을 자른 1부를 건네면서 '참고하라'는 말 까지 했다는 것.

 

하지만 나중에 법원에서 온 판결문에는 자신이 들었던 내용과 전혀 달랐다. 또한 자신의 친척인 법원직원으로부터 건네 받은 후 집안 장롱에 보관중이었다고 생각하는 판결문 초고 또한, 어느새 법원에서 보내온 같은 내용의 판결문으로 바꿔치기 당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판결문 위조 혐의 채 모씨 항소심에서 무죄 나온 이유는....

 

 

판결문을 위조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 받은 채모씨(65세)에 대해 지난 6월 12일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강을환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위조했다는 이유로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등의 혐의로 기소된 채씨에 대해 "견본판결을 마치 진정한 문서인 것 처럼 사용할 의사 즉 행사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

 

검찰은 무슨 일 때문에 듣기만 해도 엄청난 범죄처럼 여겨지는 '판결문을 위조'(?)했다며 채씨를 기소했을까? 또 어떤 이유로 1심에서는 징역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나온걸까? 

 

채 씨가 항소심 선고 직후인 지난 6월말경 기자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털어놓은 사연이다.

  

"서울 전농동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던 중 지난 2008년경 세무서는 경품으로 보관하고 있던 상품권과 관련해 부가세 1억 6,106만원을 부과했다. 저는 이 같은 과세는 부당하다며 서울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이 소송에서 치열하게 다툰끝에 선고일은 2009년 2월 11일이었다.

 

선고당일인 이날 판사는 '부가가치세 161,062,540원의 부과처분 중 36,926,400원을 초과하는 부분을취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판결을 선고 받았다. 또 다음날 친척인 법원 직원 B씨로 부터 동일한 내용의 판결초고 2부를 받아 집 장롱에 보관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한 판결문에서 이상한점이 있었다. 판결문에 '부가가치세 161,062,540원의 부과처분 중 130,536,521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고 되어 있었다. 확인을 해보니 법원 직원 B씨의 부모가 저의 친형에게 부탁해 보관하고 있던 판결 초고를 위와 같은 다른내용의 판결등본과 몰래 바꿔치기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저는 2011년 10월 서울 행정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내가 들었던 내용 그대로를 재현한 판결문에 굵은 글씨로 '견본입니다'라고 쓴 다음 2009년 2월 17일자 판결정본 및 2010년 10월 18일자 판결정본 각 1부씩과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행정법원은 이 같은 저의 행위가 공문서 위조 위조 공문서행사라고 고소한 결과 1심에서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 받았다가 지난 6월 12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또 검찰은 물론이고 저 또한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 형은 확정되었다."

 

채씨는 1심 선고일에 재판장이 자신의 승소라고 하는 말을 분명히 들었을뿐 아니라 다음날 같은 취지의 판결문 까지 받았지만 집에 보관하고 있던 문제의 판결문이 바꿔치기 당하면서 결과적으로 항소심에서도 패소했었다며 억울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자신이 법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경찰 고소등을 통해 판결문이 바꿔치기 당한 진실을 밝히고자 했지만 더 이상 진실이 밝혀지지 않자 억울하다고 판단해 2011년 10월 서울 행정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채 씨의 이 같은 재심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제소기간이 도과 한 후 제기 되었다'면서 소송을 각하했다.

 

재심에서 각하를 당한 것과는 별개로 행정법원은 채 씨가 제출한 '견본' 판결문을 문제삼아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형사법원으로 넘겨졌다. 피고인이 된 채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1심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과는 달리 2심은 "피고인이 위 재심청구서에 첨부한 것 외에 달리 이 사건 견본판결을 다른 사람에게 행사하였다거나 다른 관공서 등에 제출한 적이 있었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견본판결과 같은 내용의 판결을 당시 법정에서 실제로 선고 받았다는 점을 재심사건에서 주장하기 위하여 견본으로 만들어 제출한 것이지 이를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오인케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오해이든 아니면 가까운 친척인 법원 직원의 선의(?)때문에 빚었진 일이든 어쨓든 이로 인해 5년이 넘게 법원과 검찰청을 넘나들고 있는 채 씨.

 

이번 판결로 판결문을 위조했다는 누명을 벗었다지만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사법부를 불신하는 마음이 강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사법피해를 주장하며 2014년 대한민국 '사법부' 주위를 맴돌고 있는 한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고도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씁쓸한 사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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