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노조선거' 불공정-사전검열 문제 논란

[인터뷰] 한규철 후보 “토론주제 일방선정과 연설문 사전제출 부당”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4/08/25 [04:56]

'농협노조선거' 불공정-사전검열 문제 논란

[인터뷰] 한규철 후보 “토론주제 일방선정과 연설문 사전제출 부당”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4/08/25 [04:56]
▲ 농협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한규철 후보.     ©인터넷저널

“농협노조 위원장 선관위가 투표를 앞두고 한차례 열기로 한 후보자토론의 주제를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 주제에서 벗어나는 토론내용을 삭제하며, 토론에 앞서 10분씩 하도록 한 연설 내용을 사전에 제출토록 했습니다. 후보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인데, 이런 불공정․검열이 어디있습니다.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를 부를 우려가 있어, 선관위에 시정을 요구합니다.”

내달 1일 치러지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이하 농협노조) 13대 정․부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한규철(52․남, 기호1번)씨가 관계자의 제보로 취재에 나선 본지에 털어놓은 말이다.

 

농협노조 정부위원장 선거에는 그 외에 우진하(기호2번), 허권(기호3번)씨가 출마했다. 선거규정에 따라 선관위는 한차례 합동 연설 및 토론회를 열고 그 내용을 농협방송(자체 직원상대)에 2번씩 송출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위원장 선거 방송연설회 및 합동토론회 지침’(선관위 공고)에 따르면, 22일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인 합동토론회 주제가 △인사부문(승진 이동 별정직등, 4급승진제도, 주제에 포함된 내용기타) △복리후생부문(농협노조 조합원들의 처우개선정책) △정년연장(법제화한 60세 근로연장 관련)으로 한정되고 해당 주제 이외 토론내용은 선관위 심의를 거쳐 삭제될 예정이라며, 후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또 합동토론 전 각 후보에게 10분씩 할애한 연설과 관련해서도 원고(10분 분량)를 선관위에 사전(하루전)에 제출토록 했다며 이 또한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일 조합원에게 배포한 ‘호소문’에서도 “‘공정선거, 멋진선거’를 구호로 내건 선관위가 불공정선거를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선거일반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또 22일 합동토론회 30분 전까지 한 후보당 질문서 3건을 준비해 선관위에 제출하면 토론주제에 부합한 지 여부를 검토해 질문서를 확정토록 한다는 토론지침도 내놨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공정한 농협, 강건한 노조를 실현하려는 저의 선거공약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려는데 그 길을 선관위가 막고 있다”며 “특정후보에게 유불리를 초래할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우려했다.

농협노조 선거규칙 21조(입후보자격심사 및 등록필증교부)에 따르면 “합동토론회는 농협방송국(직원들 대상으로 하는 방송)에서 실시할 수 있으며, 토론회와 관련된 일체의 사항은 선관위의 선거방침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후보는 ‘공정농협과 강건한 노조’를 캐치프레이즈로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2012년 3월 2일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농협 ‘신용․경제분리’(이하 신경분리, 노무현 정부 때 10년기한으로 추진키로 결정됐으나 MB정부에서 5년으로 단축) 때 노사가 11조원의 부채에 대해 정부로부터 △6조원 출연 △조세 및 보험특례를 받아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직원들이 떠안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이어 농협이 부채 11조원을 떠안고 있다보니 내년에만 △원금상환으로 4천억원 △신용․경제지주의 경우 브랜드(농협) 사용료로 중앙회에 4천5백억원을 지불하는 등 모두 1조1500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할 텐데 구조조정으로 2천억원만 마련한다 해도 직원 수천명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또 ‘강건한 노조’를 위해서는 조합원의 신뢰를 받는 투명한 노조가 돼야 한다고 밝히고, 지난 집행부의 경우 ‘종합농협 팔아먹은(신경분리) 경영진과 끝장투쟁을 하겠다’고 공약(당시 노조위원장 후보 공약집) 해놓고 2012년 3월 신경분리 때 어떤 이유에선지 투쟁을 포기했으며,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노조위원장이 당연직 대표)에서 지난 4월 10억원의 횡령사고가 터졌지만 실무자 2명을 징계하고 대표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 후보는 ‘신경분리 5적’을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당선되면 먼저 ‘5적’ 선정을 위한 진상조사위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신경분리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것은 부채청산 과정에서 닥쳐올 것으로 예상되는 구조조정 태풍을 막으려는 취지다. 그는 또 해법으로 △학교와 공기업에 친환경농산물 제공 △박근혜 정부의 대북 복합영농사업(쌀, 농약, 농기계, 비료, 기술 전수) 성공(농협이 파트너로 역할)을 들었다.

농협노조 정․부 위원장 선거는 내달 1일 치러진다.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3일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이뤄진다. 여기서도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5일 최종 투표에서 다수득표자를 선정하게 된다.

한 후보는 62년생으로 지난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25년째 근무중이며, 현재는 신용지주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사무총장과 인천지부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한편, 본지는 농협노조 선관위측에 관련한 입장을 확인하려고 노력했지만, 선관위측은 "외부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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