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지겹다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

[편집위원장 칼럼] 뼛속까지 친노친문인 친구 & 태생적 보수인 친구

임두만 | 기사입력 2014/08/30 [05:17]

세월호 지겹다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

[편집위원장 칼럼] 뼛속까지 친노친문인 친구 & 태생적 보수인 친구

임두만 | 입력 : 2014/08/30 [05:17]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어이 친구, 내가 어제 문재인의 단식중단에 대해 평가하면서 여당은 앞으로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자기들 뜻대로 할 것이라고 했었어. 근데 하룻만에 내 말대로 되네?

 

김영오씨가 목숨이 경각에 달렸고, 문재인이 단식 중이며, 야당이 이에 장외투쟁으로 나서자 할 수 없이 하는 척, 유가족도 만나고 양보론도 나오고, 심지어 여당 안에서 수사권과 기소권도 줘야 한다는 말도 나왔지. 박근혜는 민생 코스프레 한다고 부산도 두 번이나 가고 영화도 보고 사람들도 만났지. 야당이 어찌해도 자신들은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쇼를 한 거지.

 

 

▲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은 29일 오후 광화문 5번출구 동아일보사 앞에서 약3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지만 이 집회가 불법이라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종로경찰서 정보과 확인결과 이날 집회는 광화문 7번출구로 신고되어 있으나 실제로 집회는 5번출구인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었다.     © 박훈규 기자

 

 

근데 김영오씨는 물론 문재인까지 단식을 풀어버렸어. 그러니까 어때? 그동안 이 나라에 총리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관심 없이 행동하던 정홍원이 총리랍시고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뭐 어쩌고 하면서 한마디를 하셨네? 그리고 이는 또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말야...참 웃겨요.

 

이거뿐이야? 이완구와 함께 새누리당 원내대표단 일원으로 세월호 유족들을 뻔질나게 만나고 다니던 김재원(이 친구는 박근혜와 김무성이 사이가 나쁠 때 김무성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들이 보도되자 그 소스로 지목을 받았는데, 김무성에게 쪼르르 가서 “형님 제가 아닙니다”라고 90도 조폭인사를 했던 친구지)이 "특검추천권 유가족 양보 검토는 사실무근"이라고 탈탈 털어버렸구만. 그러면서 "유가족 대책위를 만나는 것은 유가족 대책위를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아예 선을 그었어. 어때? 내말대로지?

 

저들은 양보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내가 어제 글에도 썼지만 저들은 원래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어. 근데 정국이 안 돌아가니까 할 수 없이 조금치라도 양보를 하려 했었지.

 

오늘 저들은 단식정국에서 자기들이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을 한 거야. 그러니 그냥 원래대로 가겠다는 거야. 난 어제 글에서 “이 패악한 정권과 여당은 자신들이 승기를 집으면 양보라는 것을 모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라는 결론을 맺었어. 지금 딱 그리 된 거야.

 

내가 점쟁이라고? 천만에...이 정도는 앞을 내다보고 정치라는 것을 해야지. 이 정도 계산도 없이 정치를 하니까 하고많은날 당하기만 하는 거야. 이제 세월호 정국은 확실하게 여당에게 이니셔티브를 빼앗겼어. 뭐 옴치고 뛸 공간도 없어. 걍 국회 들어가서 휘둘림을 당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우린 이제 정치를 좀 아는 사람들이 야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야 돼.

 

그건 그렇고... 이번엔 세월호 사건 이제 지겹다. 그만하자고 하는 다른 친구에게 딱 한마디만 할게. 친구야. 일제가 36년을 조선 땅을 강점하고 온갖 못된 짓은 다했어. 그치? 그건 너도 인정하지? 근데 너하고 니들 같은 보수라고 하는 친구들이 한국보수의 아버지라고 추앙하는 박정희하고 그 꼬붕 김종필이가 무상 3억 달러 유상 3억 달러를 받고 그 36년을 팔아먹었어.

 

니들이 지금 세월호 지겹다 그만하자고 말하는 사고로 치면 일본은 사실 지들 할 일을 한 거야. 달라는 돈 주고 과거사 정리 했거든. 그랬으니 일본 놈들 입장에서 보면 “이 ‘지긋지긋한 조센징’들은 돈도 받아먹었으면서 7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침략자니 뭐니 하면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영령들에게 참배하는 것도 지랄을 해.”이거야.

 

어때 이런 일본 놈들의 생각이 맞는 거야? 힘으로 강점한 땅의 꽃다운 여자들을 강제로, 또는 억압으로, 또는 온갖 꼬드김으로 끌고 가서 자기네 군인들 스트레스 풀어주는데 사용하고서 이제 세월 지나니까 “우린 그런 일 없어”라고 해도 되는 거야? 이미 50년 전에 박정희에게 돈으로 다 보상했으니까 된 거야? 그러니 이제 우린 찍소리 하지 말고 있어야 돼?

 

세월호? 이제 136일 지났어. 그 136일 지난 일을 ‘그만 하자. 지겹다’고 하는 친구가 보기에 어때? 일본은 자기들 돈이라도 주면서 보상과 배상을 했거든? 근데 세월호 피해자들에겐 지금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어. 그래도 듣기 싫으니까 그만했으면 좋겠어? 지겨워?

 

그럼 친구 자네는 일본이 우리가 욕하고 항의하고 저항하는 거를 놓고 ‘이제 지겹다 그만하자 우리 할 일 다했다’고 하는 거도 받아들여? 정신대 할머니들 하는 일이 지겨워? 70년 전에 당해놓고 지금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지겨워? 그렇지 않다면 자네는 이중인격자고 그렇다면 자네는 인간이 아니지. 난 이중인격자나 인간이 아닌 사람과 친구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참 고향이 웬수야 그치?

 

어이 친구, 치킨에 자장면에 처먹으면서 사진 찍는 할배 할매들 가슴에 ‘단식 며칠 차’어쩌고 써있데? 근데 그 단식이란 게 혼자서 처먹는 거라며? 그럼 혼자서 처먹든지 하지 왜 때거리로 모여서 처먹으며 사진 찍나? 그 사진 찍어서 보내야 일당 나오나? 또 어제 뉴스 보니까 무슨 대학생이란 애들이 세월호 특별법 반대하는 시위를 하면서 유인물을 나눠주드만. 그 대학생 새끼들은 대가리가 비었나? 그놈들은 일제가 뻔뻔하게 나오는 것도 ‘70년 지났으니까 이제 우리가 그만하자’고 하면서 일본이 맞다고 할 놈들인가?

 

 

 

 

 

 

어이 친구, 하여간 같은 땅에서 쌀로 만든 밥 먹고 배추로 만든 김치 먹으며 사는 놈들이지만 내가 보기엔 개새끼들이 너무 많아. 이런 개새끼들이 설치는 나라를 좀 바꾸자고 야당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야당 지도자란 작자들은 멍청하고 계산도 없고 지들 살기 편하다고 좋은 게 좋은 거로 짝짜꿍이나 하고, 애들 말로 참 족같애. 친구지만 늙은 놈이 욕하니까 듣기 싫어? 뭐 그래? 우린 친구잖아. 친구끼린데 욕도 좀 하고 그래야지.

 

근데 말야. 친구야. 오늘 열여덞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둘이 세월호 사건의 진상조사가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데. 어린 애들이지만 참 대단해.

 

하지만 내가 예측컨대 야들 아마도 대단한 압박이 들어올 거야. 교육부는 갸들 다니는 학교에 빨리 중단시키라고 압박하면서 불이익 어쩌고로 협박질일 거고, 그러면 학교장은 담임에게 빨리 데려오라고 하면서 못하면 인사고과 불이익 줄 것이라고 협박하고, 담임은 부모에게 가서 퇴학처분 어쩌고 하면서 협박하고...그래도 말 안 들으면 조중동은 이제 이게 다 진보교육감이 어쩌고 전교조가 어쩌고 하면서 진보 탓 할 거고.... 밥충이 ‘깽판연합’늙은이들 몰려가서 온갖 깽판은 다 할 거고...그렇지 않겠어?

 

근데 이런 애들을 보호할 야당도 정치권도 우리에겐 없어. 참 한심하지. 아마도 야당이 갸들에게 가서 우리 어른들이 할테니 니들은 밥 먹고 공부해라고 할 거야. 근데 실제는 암 것두 못하지. 애들만 단식 중단시키면 장땡이지. 문재인이 단식으로 김영오 단식 중단시키더니 자기도 단식을 푸니까 세누리당 애들 날개 달고 지들 맘대로 하겠다고 나서도 막지 못하는 야당이 뭘 할 수 있겠어?

 

그래서 친구 자네도 알듯이 애초에 내가 ‘자식 잃은 김영오씨는 단식을 중단하세요. 대신 제가 하겠습니다’로 나서라고 했던 거야. 그래서 김영오씨 단식 중단하면 1차 목표 달성, 대신 계속하면서 유족 측 유리한 법 받아내면 2차 목표 달성, 이렇게 승리의 경력이 쌓이면 다음 현안도 승리한 수 있는 밑천 만들어...일석3조였거든. 근데 걍 떡시루 엎은 거야. 고사도 지내보지 못하고 떡시루 엎어버렸어. 아까운 쌀, 아까운 팥 다 버린 거지 뭐. 그 떡시루 찌느라고 뜨거운 불 땐 거도 다 허사야.

 

근데도 어제 내가 쓴 글이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이 있더만. 누구냐고? 자네가 좋아하는 뼛속까지 친노친문인 사람들이지. 그 전날 문재인 단식에 의의를 부여한 글을 썼더니 좋아하더니 다음 날 문재인 비판하는 글 쓰니까 맘에 안 든다고 날 친노친문만 미워하는 반노반문쯤으로 딱지를 붙여. 하여간 그쪽 사람들 딱지붙이기 무지 좋아해.

 

어이 친구 다시 말할게. 난 이 패악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정치인은 누구라도 지지해. 근데 반대로 근시안에 사로잡혀 이 패악한 정권이 계속 연장될 수밖에 없는 정치를 하면 누구라도 비판해. 내 스텐스는 그거야. 문재인이 단식으로 야당을 일원화로 대열을 만들고 박근혜 정권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었으면 해서 그렇게 하라고 사기를 북돋아 줬어. 근데 쪽박도 깨고 떡시루도 엎었어. 그래서 비판한 거야.

 

암튼 나는 오늘 공개적으로 뼛속까지 친노친문인 친구와 ‘나는 태생적으로 보수야’라고 보수가 자랑인 것으로 말하는 친구 두 명에게 한편의 편지를 썼어. 따로 안 쓰고 같이 썼다고 기분나빠 하지 마. 나도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껴야지. 글고 내가 보기엔 자네들 둘 다 위치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으나 DNA는 같다고 봐. 자기가 보는 것만 옳고 남이 보는 거는 다 그르다는 고집도 같고, 은근히 상대방을 이용하면서 짝짜꿍을 하고 있는 거도 같애.

 

그걸 뭐 소설적 용어로 말하면 ‘적과의 동침’이라고 하고, 정치적 용어로 말하면 ‘적대적 공생관계’라고도 해. 내가 보기에 자네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들이 딱 그래. 서로의 지형을 지키면서 그냥 자기들만 나쁘지 않으면 되는 ‘적과의 동침’이거나 ‘적대적 공생관계’야. 서로 극렬히 비난하고 싸우는 것 같은데 내심은 서로를 보호해주는 거...

 

어때 찔려? 그나마 찔리면 괜찮아. 찔리지도 않고 기분만 나쁘면 그건 회생 불가야. 그래서 내가 더 비참해. 당신들과 친구란 것이 비참하고 만나면 막걸리 잔 놓고 웃어야 하는 것이 비참해. 그래서 이제 제발 털고 살았으면 해. 그냥 우리 친구 그만하고 따로 살았으면 좋겠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