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사회당에서 배운대로...

[편집위원장 칼럼] 야당에게 하는 충고, 헐고 다시 지어라

임두만 | 기사입력 2014/09/16 [19:20]

김대중과 사회당에서 배운대로...

[편집위원장 칼럼] 야당에게 하는 충고, 헐고 다시 지어라

임두만 | 입력 : 2014/09/16 [19:20]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박영선의 탈당설이 돌 때 나는 그것을 찬성한다고 썼다. 즉흥적 판단도 아니고 비꼼도 아니었다. 진실로 그에 대해서 오래 생각한 것이었다. 박영선이 아니라 안철수나 김한길, 그도 아니면 정동영이나 천정배 등 누구라도 당 해체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야당 새정치연합은 ‘거대 새누리당에 대항하여 그나마 야권을 하나로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란 정치공학이 만들어 낸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얼기설기 지은 연립주택이었기 때문이다.

 

 

▲ 후보 기호를 작대기로 표시한 선거 벽보 (1967년 4월 4일자 중앙일보 1면)     © 조종안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노태우의 민자당, 김영삼의 신한국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 지난 70년 이 땅의 정치를 지배한 정당이다. 이 당들에 맞서서 수많은 야당들이 생기고 없어지고 합치고 깨지고 또 합치고 오늘까지 남은 것이 새정치연합이다. 그리고 이 그룹은 독자적 힘으로 단 한 번 저 지배정당을 이겨봤다.

 

김대중이 이긴 것은 독자적 힘이 아니었다. 노무현을 앞세워 이긴 것이 단 한번 독자적 승리다. 이 또한 김대중이 발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발판을 딛고 노무현이 승리를 안았다. 그러나 그 승리의 기간은 2년을 넘지 못했다. 70년 근대 정치역사에서 독자적으로 이기고 단 2년을 자기들 식 정치를 했다. 그러다가 그 후 지금까지 판판이 깨지고 있다. 이는 그들 식 이념정치를 삶에 충실한 다수국민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정치는 삶이다. 삶은 공학적이지 않다. 삶이 공학적이라면 누구나 쉽다. 하지만 삶은 실패자도 있고 성공자도 있으며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기도 한다. 계산이 맞아 들어가는 공학이 아니다. 이런 삶을 관통하는 정치를 공학적 계산으로 판단하고 다른 이들도 같을 거라고 계산하면 진다.

 

같지 않으면 같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편을 가르고 갈라진 편들끼리 서로 이익을 위한 계산만 하면 진다. 그럼에도 현재의 야권은 그 공학에 심취해 있다. 그래서 공학적 판단보다 삶에 익숙한 유권자들을 속이는 능력이 출중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아시아권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아시아인의 공통된 DNA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권력에 순응하는 DNA...이대로 그냥 DNA....

 

이웃 일본은 1955년 자민당 탄생 이후 지금까지다. 사회당 연합정권도 단 2년이었다. 직전 집권당인 민주당은 자민당 탈당파들이 만든 아류 보수당이었다. 그러니 55년 이후 단 1년을 뺀 기간 보수 자민당이 집권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은 중국공산당 1당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이래 지금까지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김일성 왕국의 건설 이후 3대째 다.

 

이들 국가의 집권층이 간악하든 포악하든 속임수에 능하든 어떻든 장기간 집권을 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대만도 싱가폴도 말레이시아도 태국도 인도네이시아도 필리핀도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득권 정당의 일당지배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아시아 민중의 현실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정치 선진국처럼 되고 싶어도 우리 안의 다수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권은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우리는 다르다는 착각에 빠져 산다.

 

그 착각이 오늘의 야당 모습이다. 현 야권 주류와 그들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은 아직도 노무현의 승리와 그 집권 2년에 취해 있다. 단 한번 이긴 것에 취해 자신에게 관대하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도 싫어한다. 4.19와 6월항쟁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시장이 권력을 지배한 시대에 광장의 혁명을 그리워한다. 그 세력들이 강경파라는 이름으로 여론도 장악하고 세력도 지배한다. 이래서는 영원히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착각이었으니 현실에 순응하면서 새누리당 1당 지배를 용인하자는 것인가? 이를 혁파하지 말자는 것인가? 혁파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혁파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말이다. 그 방법이 지금까지의 1:1이란 공학적 계산은 아니라는 말이다. 1:1도 안 되면서 1:다당으로 흩어져서는 더 이길 수 없다고?

 

있다. 비대하면 병이 든다. 비대하여 병이 들면 우선 다이어트를 한다. 한쪽이 여러 개로 나뉘면 상대도 언제나 하나로만 남아있지 않는다. 그렇게 이긴 것이 김대중이고 일본 사회당이다.

 

 

▲ 1987년 11월 18일(수) 전북 군산시 월명 종합운동장에서 유세중인 평민당 김대중 후보. 이날 평일이었고 비까지 내렸음에도 운동장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 조종안

 

 

총선에서 패했음에도 김대중은 민자당에서 떨어져 나온 김종필과 연합으로 이겼다. 50년 한국 집권세력이 자민련 국민신당으로 분열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당 또한 총선에서 패했음에도 자민당에서 떨어져 나온 일본신당의 호소카와와 연합하여 집권당이 되었다. 50년 권력을 누렸던 자민당이 일본신당 등으로 분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도 반면교사가 있다. 일본사회당이 자당 소속 정치인을 총리로 만든 유일한 시기는 1년이다. 당시 사회당을 이끌던 무라야마는 총리가 된 뒤 급격하게 보수화 된다. 당의 이념징표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연립내각은 1년 만에 총리를 자민당 소속 하시모토에게 내주면서 달콤한 1년의 집권은 끝나고 당은 해산 지경으로 몰린다. 현재 일본 사회당은 당명이 사회민주당으로 바뀌어서 원내 15석 군소정당이다.

 

한국의 열린우리당은 반대다. 집권 2년에 이념징표에만 몰두하다 국민의 삶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집권 2년만에 페기수순을 밟았다. 정 반대의 상황이지만 결과는 매우 유사하다. 결국 정당의 정치는 이념에 충실하되 국민의 삶을 중시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우리는 여기서 배워야 한다. 국민회의 김대중이나 일본 사회당의 무라야마에게서 이기는 법을 알았다. 노무현과 무라야마에게서 이긴 다음의 실패 이유도 알았다,

 

우선은 이기는 것이 필요하다면 이기는 것이 먼저다. 김대중과 사회당에서 배운 대로 하면 된다. 같은 프레임 안에서 서로 싸우며 죽이는 것 보다 작은 조직으로 흩어져서 도생하며 상대의 분열을 견인한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하나의 파이를 놓고 연대하는 방식이 이길 수 있는 길이다.

 

이긴 다음의 파이나누기는 그 다음이다. 일본 자민당이나 한국의 새누리당처럼 목적에 충실하고 목표를 향한 도전의 끈질김, 얻은 것을 내놓지 않으려는 치열함...그것을 삶의 정치로 치환시키는 교묘함...이런 스킬을 배워서 그대로 하면 된다. 무라야마처럼 징표를 아주 잃어버려도 안 되지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처럼 이념징표에만 몰두하다 모두 망해도 안 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총 2년의 집권기간을 얻었던 일본 사회당은 아예 일본 정계에서 그 흔적도 보기 어려운 상태로 소멸했다. 마찬가지로 2년간의 독자정권을 꾸렸던 한국의 야당도 이대로 가다가는 야당 역사에서 사라질 위험에 있다.

 

망한 사례는 다르지만 집권의 달콤함에 취해 착각에 빠진 기간이 길었다는 것은 같다. 그래서 사회당이 소멸되어 간 이후 자민당에서 떨어져 나온 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하다 집권한 일본처럼 우리도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새로운 야당이 집권하는 것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망가진 열린우리당 대주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은....

 

현재의 야당은 망가진 열린우리당 이후 이 세력들의 지리멸렬이 현재의 새정치연합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 잔류군이 강경파라는 이름의 주류다. 따라서 이들을 주축으로 한 이 정당은 엄격히 말해 패배자들이 이어지은 연립주택이다. 이 연립주택은 지으면서 골조를 같이한 것이 아니라 아예 골조도 다른 집을 지어서 겉만 이은 형태다.

 

이런 건물은 지진까지 갈 이유도 없다. 조금 센 태풍이면 무너진다. 무너질 때 하나의 건물만 무너지면 좋은데 필수적으로 곁에 있는 건물도 무너뜨린다. 그러니 아주 무너지기 전에 이은 부분을 털어내서 독자적 건물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독자적 건물이라면 기소도 뼈대도 작지만 단단하게 하므로 태풍 정도야 쉽게 견디고 웬만한 지진도 견뎌낼 수 있다.

 

 

 

 

 

원내 130석, 문재인이 이끄는 주류 친노 60석과 이들의 반대세력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20여 명은 같은 당을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문재인이 이끄는 강성친노 60여 명이 따로하고, 민집모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따로 신당을 창당한다면 이들 외에 50명 수준은 양쪽의 견인세력에게 끌려가든지 아니면 또 따로 하겠다는 세력도 나올 수 있다.

 

그 후 과연 안철수 현상을 지지했던 세력이 어디에 힘을 실어주는지, 호남정치 복원을 이야기하는 세력은 또 어디에 힘을 실어주는지, 분당 후 자신들의 생각대로 독자적인 정치를 하고 나서 국민들의 심판을 총선에서 받으면 된다. 대선은 총선 후 1년이 지나야 있다. 그때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야권 주류세력이 대선후보를 내고 연대해도 늦지 않다.

 

이제야말로 각자도생이다. 각자도생이 야권도 살고 정치도 살고 집권의 길도 더 가깝다. 원내 79석으로 집권한 김대중을 보면 소수당이라고 집권이 불가하지도 않은 것 아닌가? 생산적 연대, 윈윈의 연대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있지 않은가? 이대로는 안 된다.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낡은 건물은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한다. 더구나 얼기설기 이은 연립주택, 그거 미련 가질 필요 없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