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 10조 베팅 '삼성 콤플렉스'(?)

[편집위원장 칼럼]현대차의 통큰 투자가 '승자의 저주'를 부른다면?

임두만 | 기사입력 2014/09/18 [18:35]

'현대차' 한전 10조 베팅 '삼성 콤플렉스'(?)

[편집위원장 칼럼]현대차의 통큰 투자가 '승자의 저주'를 부른다면?

임두만 | 입력 : 2014/09/18 [18:35]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땅값 10조5천억과 건축비 7조원...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전 땅을 사서 본사 사옥을 짓겠다는 현대차 이야기다.

 

아무리 노른자위 땅이라도 땅값만 10조5천억 원,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들의 예상은 이 땅에 지을 현대차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타(GBS)의 건축비로 최소 6~7조원을 예상한다. 이 단순 계산만 해도 17조5천억이다. 그러나 이 건물의 완공까지 3~4년 기간의 금융비용을 한국은행 기준금리로만 따지고 기타 부가비용을 추가하면 총 20조 원 대의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투자다.

 

 

 

 

 

정부가 오늘(18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은 376조 원이다.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도 재정적자는 무려 33조 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20조 원(총액기준 전년 대비 5.7% 증액)이 늘어난 수치인데 이 같은 증가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예산안 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7천억 원 늘어난 24조4천억 원이다. 올해보다 7천억 원 정도 늘어난 수치인데 올해 SOC예산 총액은 23조7천억 원이었다.

 

이로 비교하면 우리나라 연간 SOC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투자를 지금 개별그룹인 현대차 그룹이 삼성동 한전부지에 하겠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대차 그룹의 재정건전성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가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문과 우려는 바로 오늘 증권가의 태풍이 되었다.

 

현대차 그룹의 한전 땅 낙찰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 주가가 정오 현재 8%이상 폭락했고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전은 9%대 상승했다. 시장의 반응으로 보면 현대차는 내몰리는 분위기고 한전은 거둬들이는 분위기인데 이는 누가 승자임이 확연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즉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가 작동하는듯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양재동에서 해낸 글로벌 빅5시대를 접고 삼성동에서 글로벌 빅3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하는데, 첫날의 증권 시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나는 시장의 이런 반응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앤저 시대는 일본의 아베정권이 계획적으로 만든 것도 있으나 지난 20년 일본의 장기불황이 가져 온 효과다. 여기에 달러화의 저평가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도 양적완화정책의 출구전략을 쓰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차의 가공스런 엔저 공세나 세계 유수의 자동차 그룹들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현대차 그룹의 수익성에 계속되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 현재 이날 달러-엔화 환율은 108엔 선까지 급등하는 가파른 엔저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개 기업에 부동산 부문에 국가 연간 SOC 예산과 맞먹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현대차가 삼성을 이기기 위해 저지른 도박이 향후 현대차 그룹 전체의 신용등급 등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내가 지금 타는 자동차는 만 14년이 되었다. 2000년 6월식이다. 차가 낡기도 했고, 자식들의 우려도 있어서 차를 한 번 바꿔볼까 하고 어제 기아차 매장에 들렀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고 금방 내려놨다. 내 경제 사정으로 감당하기가 힘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현대자동차의 대표 모델인 LF쏘나타의 판매 감소현상으로도 나타난다. 현대차가 자랑하는 '명차' LF쏘나타는 출시 5개월 만인 지난 8월 5596대를 판매하면서 출시 첫 달이었던 4월(1만1904대)보다 판매량이 53%나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판매율 감소 현상은 매월 판매 실적으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즉 신차의 바람으로 출시 2개월 차까지 1만대 이상을 유지했지만, 3개월 차에 6000대 수준으로 떨어진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모델인 YF 쏘나타가 출시 5개월 차에 1만3962대 판매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신형 쏘나타의 판매 부진은 확실하다.

 

 

 

 

 

이는 최근 수입차의 시장 확대로 인한 현대차의 점진적 시장점유율 저하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거기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차량을 구입하는 20~30대 소비자들도 줄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자동차 경기의 불황은 수입차 판매가 줄고 있는데서도 나타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2014년 8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7월 등록보다 9.2% 감소한 1만6442대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8월 판매량에서도 판매부진 현상은 뚜렷하다. 현대차는 8월 한 달 동안 국내 4만8143대, 해외 30만9555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35만7698대를 팔았다고 9월 1일 밝혔다. 이 수치는 지난해 8월에 비해 5.9% 감소한 것이다. 특히 국내 판매의 경우 전달보다는 19.3% 급감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내수 판매량 5만대를 밑돌았다. 따라서 이런 부진한 실적을 보는 업계의 우려감은 매우 크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8월에 여름휴가와 노조 부분파업 등의 영향으로 생산과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작년과 비교해 대부분 차종의 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랜드스타렉스와 포터를 합한 소형상용차가 작년보다 2.6% 증가했고, 중대형 버스와 트럭을 합한 대형상용차는 작년보다 55.0% 증가한 반면 승용차가 17.7%, SUV가 19.0%, 각각 감소했다. 이는 영업용 차량의 판매만 늘었을 뿐 자가용 판매는 줄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세계 자동차 시장은 말 그대로 먹느냐 먹히느냐의 생사혈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주력업종이 아닌 부동산의 과다투자는 삼성 콤플렉스를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한전부지의 입찰에 삼성그룹이 참여했다하여 과다금액을 써넣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당이든 국가든 특정 상대에 대한 콤플렉스가 작용하면 정당한 판단능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전부지의 감정가와 내정가는 3조3천억, 전문가들은 삼성과 현대가 경쟁을 하더라도 5~6조, 최대 7조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면서 이런 예상을 파격적으로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

 

공기업인 한전이야 비싸게 팔았으므로 부채감소에 호재일 것이다. 그러나 한전의 과다부채가 해소되는 대신 국내 2위 그룹이자 글로벌 자동차 그룹인 현대차 그룹이 이번 한전부지 매입으로 ‘승자의 저주’에 흔들리며 내리막을 탄다면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전의 과다부채가 주는 부담보다 확실하게 큰 충격으로 다가 올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현대차의 도박이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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