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작성 '판결문'...'바'를 띄어 써야 할까?

김성호 기자 | 기사입력 2014/10/05 [04:11]

판사 작성 '판결문'...'바'를 띄어 써야 할까?

김성호 기자 | 입력 : 2014/10/05 [04:11]

[신문고뉴스] 변호사가 작성하는 소장, 판사가 작성하는 판결문을 보면 ‘바’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바’의 띄어쓰기를 잘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며칠 후면 한글날(10월 9일)이다. 다시 공휴일(정확하게는 관공서의 공휴일)로 지정되고 두 번째 맞이하는 한글날이 된다.

 

 

한글날은 3·1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과 함께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정한 국경일이고, 국경일 중 3·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공휴일이다.

 

‘국어기본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05. 1. 27. 제정되었고, 종전 ‘한글 전용(專用)에 관한 법률’을 대체하게 되었다.

 

국어기본법 제3조는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제1호), ‘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제2호), ‘어문규범’이란 제13조에 따른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제정한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 국어 사용에 필요한 규범(제3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글 맞춤법’은 국어기본법 제3조에서 말하는 어문규범 가운데 하나이다.

 

글을 ‘한글 맞춤법’ 등 어문규범에 맞게 쓰는 것이 쉽지 않다. 변호사나 판사 등 법률가들도 소장, 준비서면, 의견서 또는 판결문 등 글을 많이 쓰게 되지만 한글 맞춤법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변호사가 작성하는 소장, 준비서면이나 의견서 또는 법원 참여관이나 실문관이 작성하는 보정명령이나 판사가 작성하는 판결문을 보면 ‘바’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바’의 띄어쓰기를 잘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글 맞춤법’에 의하면 ‘의존명사’는 앞말과 띄어 쓰고, ‘어미’는 어간과 붙여 쓴다. ‘바’를 잘못 쓰는 경우는 주로 어미라서 어간과 붙여 써야 하는데, 의존명사라고 생각하고 띄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의존명사여서 띄어 써야 하는데 잘못 붙여 쓰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준비서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띄어 쓰기 잘못은 “…말씀드렸는 바, 위 녹취록…”, “…주장하는 바, 그 주장은…”, “…바뀌어 졌는 바, 피고는…”, “…사항 중 하나인 바, 이하에서는…”, “…파탄에 이르렀는 바, 이에 대하여…”, “분명히 했는 바, 피고는…” 등인데, 이런 “바”는 모두 어미로서 붙여 써야 한다.

 

이와 같이 ‘바’가 의존명사일 때에는 띄어 쓰고, 어미일 때는 붙여 써야 하는데, ‘바’를 띄어 쓰는 것은 의존명사라고 잘못 생각한 탓으로 보인다. ‘바’는 구어체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아니고 주로 문어체에서 사용된다. 띄어쓰기가 어려우면 그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을 않을까. 잘못 쓰는 ‘바’가 법률서면에 너무 자주 사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맞춤법도 법이다. 한글 맞춤법이 국어기본법의 어문규범인 점을 고려하면, 맞춤법이 틀리 글은 국어기본법 위반이라 할 수 있다.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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