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 '권력' 눈 밝은 백성이 만들어..

[6.15경기본부 칼럼] 겉 다르고 속다른 '쪽팔리지 말자!'

범상 스님 /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기사입력 2014/11/13 [04:06]

대쪽 '권력' 눈 밝은 백성이 만들어..

[6.15경기본부 칼럼] 겉 다르고 속다른 '쪽팔리지 말자!'

범상 스님 /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입력 : 2014/11/13 [04:06]

[신문고뉴스] 범상스님 =  ‘쪽팔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속된 말로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이다. 그러나 본래 쪽이라는 말은 ‘이쪽’ ‘저쪽’ 또는 ‘안쪽’ ‘바깥쪽’ ‘위쪽’ ‘아래쪽’ ‘내 쪽’ ‘너 쪽’ 등등과 같이 어느 편을 지칭하며, 개인에 있어서 ‘안쪽’은 마음(생각) ‘바깥쪽’은 얼굴(신체)을 지칭한다.  

 

▲ 도끼상소 즉 지부상소(持斧上疏)라고 한다. 조선조 임금에게 상소를 올릴경우 그 것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도 있었다. 상소는 올곧은 말이 많아 임금이나 권력자의 비위를 건드려 보복당할 위험이 크기에 그를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도끼를 들고 상소를 했던 것.   

 

 

이 같은 뜻을 가진 ‘쪽’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서 내 것이 아닌 상태’인 ‘팔리다’가 합쳐진 ‘쪽팔리다’는 자신의 안쪽(마음)과 바깥쪽(행동)이 일관되지 못하거나 겉 다르고 속 다른 것이 남에 들켰을 때 임자(자신)의 양심이 마지막으로 느끼는 부끄러움을 말한다.

 

최봉영은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에서 한국인은 ‘저’로서의 ‘나’와 ‘우리’로서의 ‘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중심적 상태인 ‘저’라는 쪽이 상대되는 쪽과의 관계를 인식하게 되면 우리가 되고, 우리가 만물과 하나 될 때 모두가 된다. 모두는 공공(公共)으로서 고루고루 두루두루를 이루는 세상을 아름다운사회라고 한다.    

 

고루고루는 ‘나’라는 범위(우리) 안에서의 조화를 말하고, 두루두루는 모두가 이루어내는 조화를 말한다. 이때 공공은 마치 소리가 공간을 메우고 울리듯이 고루고루와 두루두루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우리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본연의 가치이다.

 

이처럼 우리⇄모두⇄공공은 ‘저’라는 쪽에서부터 출발하므로 사람다운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쪽이 팔리면 안 되는 것이다.  

 

앞서 쪽팔림은 ‘임자(자신)의 양심이 마지막으로 느끼는 부끄러움’라고 말했다. 그래서 쪽팔림을 깨닫지 못한 상태 즉, 마지막 양심마저 돈, 권력, 명예 등에 팔게 되면 파렴치(破廉恥)가 된다.

 

파렴치는 ‘양심이 팔리다’의 한자적 표현 파렴치는 모두에 대해 거짓과 위선, 차별과 억압 등으로 쪽팔림을 감추려하거나 정당화시킴으로서 사회분열과 반목 등의 폐해를 낳는다.  

 

대쪽 갈라져서 다른 쪽이 되었지만 합쳐지면 완벽히 하나가 되는(사리와 행동이 일치했던)같았던 조선선비들이 쪽을 팔아버린 통에 나라가 망했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 후손들은 식민지를 겪으면서 파렴치한이 되었으며, 현재는 자신들이 자행하는 거짓과 위선, 차별과 억압 등은 민족과 국가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라며 권력과 자본력을 동원하여 옳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  

 

권위(폭력)를 동반하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쪽팔림에 노출되어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권력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아름다운사회를 만드는 일은 언제나 사회구성원들의 몫이다. 다시 말하면 대쪽 같은 권력은 권력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눈 밝은 백성들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쪽과 쪽의 관계인 ‘우리’와 ‘모두’를 깊이 통찰했던 선조들은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지식인이라는 쪽(역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상소를 올렸고,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이번에는 임금이 쪽을 팔 수 없기에 민심을 수용했다.  

 

뿐만 아니라 비록 나라를 빼앗겼을 지언정 마지막 자존심인 쪽팔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객기에 가까운 여유를 부렸던 선조들의 모습은 “종종걸음을 치는 일본인들에 비해 한양거리의 조선인들의 느긋함과 여유는 여느 식민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며 충격에 가까운 서양인들의 고백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식민지가 지속되면서 쪽발림 발림 즉 고깃덩이에서 뼈를 발라내다(외부로부터 자존감을 박탈당함)의 세상이 되었고 여기에 대해서는 죽음으로 맞서면서 세상에 경종을*단발령에 죽음으로 항거하는 등 울렸다.

 

그 힘이 수많은 의사, 열사, 투사 등으로 이어졌고 3.1운동에서는 백성들의 기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식민지가 지속되면서 쪽팔림에 순응하고, 쪽발림에 무감각해지면서 과거사 청산의 기회를 놓친 한국사회는 출세를 위해서는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혼란스러운 세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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