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성탄은 너무나 춥고 무겁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2014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4/12/25 [18:47]

"우리의 성탄은 너무나 춥고 무겁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2014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4/12/25 [18:47]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가 올해는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했다.

 

▲  단상에 놓인 십자가    © 추광규

오늘(25일) 오후 3시 30분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야외무대에서 '2014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준비위원장 조정현 목사)가 주최한 예배의 주제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이었다.

 

예배에 앞서 3시부터는 30여 분간 오카리나 공연과 시낭송등 문화행사가 진행됐다. 예배는 모임-말씀-드림-성만찬-보냄 순서로 진행됐다.

 

1부 순서인 '모임'에서는 입례와 촛불점화, 예배부름이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공동대표인 박연미 장로의 인도로 시작됐다.

 

2부 순서인 '말씀'에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박제민 간사가 오늘의 기도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의 위로와 진상규명을 기원했다.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안현아 목사는 오늘의 기도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해 용기와 지혜를 주시기를 기원했다. 말씀읽기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이 나와 시편 85:8~13절을 읽었다.

 

이어 3부 순서인 '드림'에 이어 4부 순서인 '성만찬'으로 이어진 후 오늘 예배의 핵심인 5부 순서인 '보냄'으로 이어졌다.

 

5부 순서인 '보냄'에서는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이 나와 유가족 증언을 진행했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사건은 일어나지 말아야할 참사였다"면서, "이제 우리 부모들에게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라는 책임이 지워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면서, "오늘 같이 축복된 날 저희 가족들을 위로해 주시는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진 '우리의 결단' 순서에서는 '2014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연합예배 참가자 일동'명의의 성탄호소문이 낭독됐다. 

 

안산시민대책위 김은호 목사(안산 희망교회)와 한송이(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가 공동으로 낭독한 이 호소문에서 "하늘에서는 정의가 굽어보듯 모든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두 손 꼭 맞잡고 함께 한다는 약속을 합시다."고 강조했다.

 

 

▲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은호 목사(안산 희망교회)와 한송이(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   ©  추광규


 

이어 ▲ 세월호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등을 호소했다.

 

예배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인 정영택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 되었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인 정영택 목사가 축도 하고 있다.    © 추광규

 

 

오늘 예배는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가족들의 슬픔과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는 의지를 모으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오늘 예배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안산 시민대책위원회가 준비과정에 함께 참여하여 예배의 의미를 살렸다.

 

한편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는 2002년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이랜드 비정규직 등 시대의 고난을 받는 이들과 함께 성탄의 소망을 나누면서 함께 하는 현장예배가 되었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는 '부활절 연합예배'와 함께 기독운동이 교회를 주체로 함께 참여하는 주요한 마당이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는 2010년 한반도 평화(전쟁반대)를 위해 드렸고, 2011년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 2012년 쌍용자동차 2013년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드려져 왔다.

 

지난해 드려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때 봉헌된 헌금은 쌍용자동차, 밀양, 콜트콜텍, 넝마공동체, 강정, 재능, 유성기업 등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에게 전달하였다. 올해 봉헌된 헌금은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다음은 성탄절연합예배 호소문 전문이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연합예배 호소문

 

2014년 4월 16일 아침, TV를 보던 모든 국민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304명의 꽃 같은 어린 학생들과 승객들이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사라지는 참혹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개인의 일상에 알알이 박혀 지금도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큰 슬픔이 있습니다. 우리사회 핵심 지도층과 참사의 책임자들이 보여준 반인륜적 태도 때문입니다. 그들은 희생자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진실을 규명하며, 한발 더 나아가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책임회피와 권모술수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더 큰 상처와 모욕을 주었고, 그것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공권력으로 억압했습니다.

 

아기 예수로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함께 기뻐해야 하는 오늘, 성탄을 기뻐하기에 우리의 비통은 너무나 큽니다. 세월호를 따라 아기를 잃은 베들레헴의 어머님들의 애끓는 눈물과 탄식은 절망의 낭떠러지에 쏟아집니다. 우리의 성탄은 너무나 춥고 무겁습니다. 평화와 생명의 메시아가 이 땅에 오셨지만 아기들의 주검을 부여잡고 위로받는 것조차 거절하며 통곡의 피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에겐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이 기쁜 성탄절에 우리는 평화와 생명을 거부하는 세력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다시 기억합니다. 지금 여기 그들은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으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땅에서는 진실이 돋아나고, 하늘에서는 정의가 굽어보듯 모든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두 손 꼭 맞잡고 함께 한다는 약속을 합시다.

 

 

 

 

 

1. 세월호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고 명한 말씀 따라 사는 주님의 따름이 들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울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눈물을 거둬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들입니다. 절망과 고통 속에 있던 이웃들과 늘 함께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제 그들을 보듬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들의 마음을 유가족들의 슬픔 곁에 둡시다. 우리의 기도가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우리의 손길이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때까지 이 손을 놓지 맙시다. 우리가 떠나기까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 아기예수처럼 우리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합시다.

 

2.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세월호 유가족들이 무엇보다도 간절히 바라는 것은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숨김없이 밝히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용기를 내어 일상의 삶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 비록 미흡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이제 본격적인 진상조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때 의혹은 사라지며 진상은 만천하에 드러날 것입니다. 그래야만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법의 심판과 억울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면이 가능할 것입니다.

 

3.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는 우연히 벌어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본과 권력을 움켜 쥔 이들이 힘없는 약자를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 무참히 살해한 조직적 살육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와 황금제일주의 그리고 권력독점욕은 우리 사회구조의 모순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이 세 가지 구조적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드시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엄숙한 회개와 반성을 촉구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기쁨대신에 자본주의 물질만을 추구하던 우리에게 돌이키라고 명령합니다. 이 시대를 어둠으로 뒤덮고 있는 맘몬의 세력을 거부하고 말구유에 작은 생명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사회의 구조적 악폐(惡弊)를 한 땀 한 땀 해결해 나가기 위해 우리 모두 굳게 손을 맞잡읍시다. 아기 예수로 오신 주님의 사랑, 소망, 기쁨, 평화가 우리 모두에게 넘치기를 빕니다.

 

2014년 12월 25일 2014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연합예배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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