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은 좋으나 합종연횡은 망한다

[편집위원장 칼럼] '연합, 연대 교조주의'는 스스로를 갉아먹어 죽이는 세균

임두만 | 기사입력 2014/12/27 [02:43]

창당은 좋으나 합종연횡은 망한다

[편집위원장 칼럼] '연합, 연대 교조주의'는 스스로를 갉아먹어 죽이는 세균

임두만 | 입력 : 2014/12/27 [02:43]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현재 야권의 장외에 있는 대체적인 여론은 신당창당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흐름은 여러 갈래다. 우선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당을 창당하자며 105인 선언을 내놓은 명진스님, 손호철 교수, 정지영 감독 등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있다. 그런데 이 모임은 직접창당보다는 창당촉구 세력에 가깝다.

 

반면 스스로 합리적 진보주의자들의 모임이라며 박범진 전 의원과 유재천 전 상지대 총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등 각계 원로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사회민주주의 포럼’은 아예 내년 1월 전국을 순회하며 세력을 넓힌 뒤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한다.

 

▲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6일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2·8전당대회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세력에 가입하거나 개입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여타 정치권 안팍의 인사들은 정중동 자세로 이들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여러 갈래의 흐름이 하나로 묶어지지 않고 각개약진하면서 변방의 소리만 내다가는 결국 안철수 신당이 걸었던 길과 마찬가지로 새정치연합이란 거대 야당의 물살에 휩쓸려 좌초할 것이다.

 

그러나 이 흐름을 강하게 견인하는 한 세력이 나오면서 하나로 묶어 낸다면 새정치연합이 장외의 거센 물살에 되려 휩쓸려 좌초할 것이다. 결국 현재의 야권은 이 두가지 흐름을 놓고 누가 더 강한 물살을 만들 것인지의 경쟁 구도에 돌입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정치권 안팍의 지대한 관심을 끄는 두 축은 정동영과 천정배다. 그런데 정동영의 움직임이 빠르다. 정동영은 야권 장외에서 신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과 합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26일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만났고, 27일 전국의 자기 지지층 인사들과 송년회를 가지면서 의견을 모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결심을 굳히는 포석일 뿐 새정치연합 탈당과 국민모임이 촉구하는 신당의 핵심이 되려는 뜻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반면 천정배는 앞서 광주에서 ‘호남의 희망’이란 정치연구소를 개소하고 ‘호남정치 복원’이란 화두로 맹렬하게 뛰고 있다. 각종 언론에 나타난 그의 ‘호남정치 복원’이란 지역적으로 호남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야당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저항정신, 개혁정신, 민주주의 정신을 호남정치가 고스란히 갖고 있으므로 이런 정신이 깃든 제대로 된 민주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야당으로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또 새정치연합 비대위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이에 밖에서 누군가 신당을 만든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도 주장한다. 그 신당과 정치적 신조가 맞으면 적극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신당이 생긴다면 당의 모든 결정권은 전 당원이 보유하는 전당원 투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로 보면 천정배는 현재 진행 중인 야권의 대중적 진보정당 운동과는 또 궤가 다르다.

 

이에 현재 새정치연합 안에서 당권을 향하여 뛰는 박지원 의원이 많이 바빠졌다. 현재 당 안에 있는 비노계 지지층이 결국은 정동영 천정배 등을 지지하는 층과 겹치는데 이들이 당의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면 당권은 친노가 미는 문재인 의원에게 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문재인도 신당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만 목소리의 강도는 박지원과 현저하게 다르다. 문재인 측은 당권만 획득하면 밖의 흐름은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0년의 야당 측 주류를 자임하는 친노측 흐름은 제3지대 신당이든 새로운 대중정당이든 어떤 세력이 출범해도 “저 악독한 한나라당 세력과 대항하려면 야당이 흩어지면 안 된다. 만약 흩어지면 표갈림으로 인해 한나라당 천국을 만들어 줄 것이다”란 교조주의만 주문처럼 외우면 되었다. 그러면 야권이나 진보적 언론이라는 언론들, 심지어 야권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보수언론들까지 그 교조주의를 확대재생산 해줬다.

 

그러므로 누가 어떤 당을 만들어 출범해도 선거 때 ‘다 죽는다. 연합공천하자’ ‘후보 연대가 아니면 절대로 정권 탈환이 어렵다’는 통했다. 그래서 지금 당 밖에서 무슨 굿을 하고 장단을 쳐도 당권만 잡으면 된다는 심리가 팽배하다. 그래서 문재인은 박지원보다는 바쁘지 않다.

 

물론 박지원도 이들과 같은 심리가 분명하다. 그가 당권을 잡으면 그 또한 똑 같은 말을 더 강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당이 분열되는 중에 치러지는 당권싸움 전당대회는 절대로 불리하다. 박지원과 문재인의 처지는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지금 신당창당은 안 된다고 방방 뜨는 것이다.

 

그래서다. 나는 지금 야권이 살려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신당이 출범한 뒤 다시 연대 또는 연합공천 어쩌고의 교조주의에 휩쓸릴 세력이라면 아예 신당 출범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의 야당이 이처럼 힘도 정치력도 없는 정치조직이 된 것이 바로 그 교조주의가 당을 장악하고 있어서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내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1.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 후 열린우리당 창당과정 : 유시민 김원웅이 이끌던 개혁신당과 한나라당 탈당파인 이부영 등 독수리5형제 등이 재야 친노들과 힘세, 제3지대에 세력을 규합한다. 이후 새천년민주당 소속이던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등 이른바 ‘천신정’ 그룹이 주도한 집단탈당 결행으로 40여 명이 탈당, 이들 제3지대와 당을 만든 것이 열린우리당이다.

 

2. 2006년 열린우리당 분당 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 협상 체결이 주요 이유이긴 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민심이탈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을 연쇄탈당으로 이끌었다. 이들의 탈당 명분은 그러나 당 밖의 새천년민주당과 친 민주당 그룹과의 재합당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야권 통합이다. 특히 이들을 탈당으로 견인한 측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이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한나라당 틸당파인 손학규 세력 등과 재야 지지층을 묶어 제3지대에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보름 후 열린우리당과 합당했다.

 

3. 2008년 통합민주당 창당 : 열린우리당에 합세하지 않고 노무현 정권 내내 줄곧 당을 지킨 새천년민주당은 2007년 대선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에도 합류하지 않았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처참하게 패배한 뒤 결국 모든 야권세력 재통합이란 명분으로 통합민주당을 창당할 때 비로소 새천년민주당도 이 정당과 합당하는 것으로 야권통합은 이뤄진다. 그러나 창당 대표에 손학규가 선출되자 이해찬 유시민 문재인 등 친노 주류가 다시 이탈한다.

 

4. 2011년 민주통합당 창당 : 2008년 총선 참패 후 통합민주당에 참여치 않고 밖에서 암중모색을 하던 친노 그룹이 2원화로 움직인다. 유시민 천호선 이재정 등은 국민참여당을 창당, 독자행보에 나서고 이해찬 문재인 등은 혁신과 통합이란 포럼 형태의 조직을 구성, 빅텐트론을 주장한다. 빅텐트론의 불쏘시개는 문성근이었다. 문성근은 이전 개혁당 운동에도 나선 인사다.

 

이런 문성근이 제 야권정당을 하나로 묶자며 이를 위한 백만 명 서명운동(이른바 백만민란)을 일으킨다. 때맞춰 서울시장 오세훈이 뻘짓을 하면서 기회도 재공한다. 이 틈새에 박원순이 무소속, 민주당, 혁통, 백만민란, 진보계열 모두의 우산을 만들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된다. 그리고 박원순의 당선에 기회를 제공받은 야권은 빅텐트론이 모든 논리의 블랙홀이 된다.

 

이윽고 문성근의 백만민란, 이해찬 문재인의 혁통, 참여연대, 민주노총, 박원순 지지그룹 무소속 등이 모여 제3지대에 시민민주당이란 급조 정당을 창당하했다. 이어사 다시 이 정당이 통합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이름만 민주통합당으로 바뀐다.

 

5.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창당 : 안철수 현상을 등에 업은 안철수가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다가 지레 좌초, 하루아침에 민주통합당과 합당한 정당이 오늘의 새정치연합이다.

 

이상은 2002년 12월 노무현 당선 후 현 새정치연합까지 당의 세력화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열린우리당 이후 어떤 세력이든지 자력으로 선거를 치러본 기록이 없다는 말이다. 개혁당의 유시민 후보가 2002년 경기 고양시 덕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될 때부터 시작된 연합공천이란 이 ‘악마의 혼’이 오늘 야당을 이 꼴로 만든 것이다. 그럼 그 이전 야권은? 무조건 백병전이었다.

 

 

 

1. 1981년 전두환 정당으로 출범한 민주한국당도 민정당 국민당과 다당제로 싸웠다. 그 이전 1970년대 야당들이었던 신민당 통일당, 그 이전 1960년대 야당이었던 민주당 민국당 신한당...뭐 어떤 정당이든 자력으로 유권자에게 존재가치를 물었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비토하면 정당도 정치인도 사라지거나 권토중래를 노려 다음을 준비한다. 이건 진리다. 1987년 대선에서 양김이 분열하여 정권을 빼앗겼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지금도 주장한다. 당시 단일후보였어도 군부정권에게 선거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쿠데타 세력이 정권을 빼앗기면 죽는데 야권후보가 당선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어떻든...그야 지금도 양론이 팽배하므로 지금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2. 그 이후로도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자력으로 싸웠다는 점은 명백하다. 1985년 12대 총선도 민정당 민한당 신한민주당으로 나뉘어서 싸웠다. 여기서 깨진 민한당은 스스로 소멸했다.

 

3. 1988년 13대 총선도 민정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공화당 신한민주당 한겨레당으로 분산하여 싸웠다. 여기서 의석을 얻지 못한 신한민주당과 한겨레당은 스스로 소멸했다. 원내 3당과 4당으로 전락한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은 3당 합당으로 여당 행을 했다.

 

4. 1992년 14대 총선도 민자당 민주당 국민당 민중당 신정당으로 각자 출진하여 싸웠다. 여기서 의석을 얻지 못한 민중당은 사라졌고 이재오 등 민중당 세력은 후일 김영삼이 이끌던 민자당으로 귀순했다. 혼자서 살아남은 신정당의 박찬종은 바바리코트의 사나이로 한 때 정치기린아가 되기도 했다. 이후의 박찬종...그는 결국 선거로 승부를 냈으나 실패했다.

 

5. 1996년 15대 총선도 신한국당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자민련으로 각자 싸웠다. 여기서 패퇴한 이기택 이부영 등의 민주당은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의 한나라당에 흡수되었다. 흩어져서 싸우게 한다고 야권분열 원흉으,로 몰렸던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는 비록 79석을 얻는데 그쳤으나 이듬해 대선에서 정권을 잡는 집권당이 되었다. 국민의 선택이다.

 

6. 2000년 17대 총선은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이인제의 국민신당 등과 합당하는 등 몸집을 불리며 새천년민주당으로 거듭났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이 민국당으로 분당되었다. 그리고 유권자는 백병전을 치른 민국당을 사망시켰다.

 

7. 마지막으로 2004년 18대 총선, 열린우리당에 참여치 않은 새천년민주당을 유권자가 사망시켰다. 이런 모든 결과는 선거가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론 : 선거는 국민들에게 축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나 정당들에게 천국으로 느낄 수도 있고 지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를 감수하는 사람만 후보로 출진한다. 정당을 창당하고 그 정당의 존재가치를 물을 수 있는 길은 선거 외에는 없다. 그런데 자기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정당을 창당하고는 선거에선 다른 세력 힘을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사기다.

 

신당 창당, 나는 찬성한다. 그러나 창당 후 어떤 이유로든 기존 정당과 연대 또는 연합을 꾀한다면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창당 후 죽을 각오로 전쟁에 나서고 이기면 승자요 지면 사망한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나는 그런 점에서 김윤환이 정치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앞서 기록했듯이 2003년 이후 '연합공천, 야권연대'라는 교조주의는 야권 스스로를 갉아먹은 세균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당? 창당은 좋으나 스스로 선거를 통해 존재가치를 인정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를 희망으로 이끄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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