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시 표방하는 곳에서 '성소수자' 금기시 될 것"

성북구 주민참여예산 불용, 인권도시 성북 어디로 갈것인가 토론회 열려

이계덕 | 기사입력 2015/01/20 [21:03]

"인권도시 표방하는 곳에서 '성소수자' 금기시 될 것"

성북구 주민참여예산 불용, 인권도시 성북 어디로 갈것인가 토론회 열려

이계덕 | 입력 : 2015/01/20 [21:03]
 
▲     © 이계덕
 
 
[신문고] 이계덕 기자 = 2014년 12월 31일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성소수자와 성북구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성북구 주민들이 제안해, 주민들이 논의하고, 주민들이 선정한 주민참여예산 사업이었던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가 보수기독교 단체의 반발로 인해 무산됐기 때문이다.
 
당시 김 구청장은 늦게라도 해당 사업을 결정할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의 법적 정당성과 명분이 있지만 (자신이) 교회 목사님들과의 약속을 했기 때문에 원안대로 추진할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김 구청장의 선택은 '성북교구협의회'라는 기독교단체가 지난 2014년 8월과 9월을 전후해서 '동성애 상담소'를 반대한다며 만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고 지속적으로 반대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결국, 김 구청장은 스스로 "어쩔수 없이 교회를 선택했다"고 말했고 그 선택배경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해가 바뀌어 2015년 1월 20일 성북구청 4층 '아트홀'에서는 성북무지개행동의 주최로 '인권도시 성북, 어디로 갈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성북구청에는 성북지역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이 다시 모였다.
 
청소년 무지개와함께 지원센터의 제안자였던 안영신 즐거운교육상상 활동가는 "지난 2011년 정부는 주민참여를 통해 사각지대 예산을 발굴하고 지자체의 예산 낭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방재정법을 통한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을 의무화하였고, 성북구 복지분과 위원장을 맡으면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사업제안이 있었다"며 "이렇게 청소년 성소수자 의제가 주민참여예산제와 만나게 되었고, 복지분과 우선순위에서 2순위 사업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업이 제안됐을때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적극 호응했고, 설왕설래 끝에 성북구의 7순위 사업으로 선정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제출됐다"며 "현장실사에서 '본 사업의 취지가 매우 좋으며 지원이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할 사업이라고 판단한다'고 보고됐고, 2013년 8월 주민참여예산 총회에서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가 600여개 제안사업 가운데 57위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안 활동가는 "2014년 사업으로 선정된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지방선거에 발목잡혀 선거이후로 미루자고 이야기가 됐고, 다시 선거 이후에는 성북교구협의회가 등장했다"며 "그 사이 서울시민인권헌장과 관련 박원순 시장의 반인권적 행보가 이어졌고, 성북구는 서울시의 입장을 주목하며 성북구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입장의 가닥을 잡아나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목사들은 어떤 경우라도 이사업을 진행할 경우 교구협의회는 복지협의체에서 빠질 것이며 각 교회에 구청장 퇴진 현수막을 걸겠다, 또 구청장 주민소환운동을 하겠다고 했단다"며 "그러다가 12월 31일까지 왔고 사업 원안대로 진행하라는 기자회견 및 항의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안 활동가는 "주민참여예산으로 시작한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는 불용되었고, 이는 두가지 파장을 남겼다"며 "하나는 구청장의 정무적 판단에 의하여 주민참여예산제로 제안된 사업도 불용시킬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고, 다른 하나는 공적 예산의 영역에서 성소수자 관련 예산을 편성하기 쉽지 않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성북구는 인권의 역사, 주민참여예산제의 역사에서 이런 나쁜 선례를 남긴 것에 대해 분명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지난 12월 31일 사망한 인권도시 성북을 되살릴수 있는 길"이라고 전했다.
 
정욜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는 "지난 12월 31일 김영배 성북구청장과의 마지막 면담자리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사람을 살리는 목숨과도 같은 사업'이라고 표현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며 "만약 이 사업이 시행되었다면 성북구에 거주하는 청소년 가운데 정체성 때문에 고민을 하거나 위기를 경험하는 청소년들을 직접 상담하며 무엇이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지 직접 들을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가 수행할 사업들은 이미 성소수자인권단체에서 시도해왔거나 진행하고 있는 일이지만 자치구에서 직접 수행하는 사업은 다르다"며 "같은 내용과 같은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차이가 있을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제안된 최초의 성소수자 인권사업이었기에 이 사업을 통해 성북구가 성소수자 친화적인 마을이 될 수 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성북구로부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 실태조사결과가 없기 때문에' '단 한건의 상담도 들어온적이 없어서'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이 사업이 진행할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야 했고, 성북구가 이 사업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다"며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으로 선정된 청소년무지개와함께 지원센터가 결국 불용되었고, 성북구 인권위가 '주민의 인권과 보장 증진하기 위한 시책 및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구청장의 의무조항을 위반한다며 조속히 집행할 것을 권고했지만 권고문은 결국 종잇조각으로 취급되었다"고 비판했다.
 
정욜 활동가는 "돌이켜보면 인권도시 성북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것 같다"며 "인권도시 성북은 흔적없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한 날 공교롭게도 언론에서는 전국 최초로 인권청사 안암동 복합센터가 개관할 것이라는 내용이 보도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에 의해 제안된 성소수자 인권사업은 헌신짝처럼 버릴수 있어도 또 다른 인권사업은 의심의 여지없이 지속될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며 "2015년 8월 성북구 신년사에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올해를 마을민주우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하면서 스스로 훼손한 마을 민주주의에 평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사업이 불용되면서 앞으로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곳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성소수자 혐오의 발화가 인권도시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그 어떤 행정권력도 혐오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정치적 결단대신 타협과 협의를 선택할 것이고 '성 소수자'는 앞으로 꺼내서는 안될 금기의 언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욜 활동가는 "성북구는 사과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예산 불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하고, 서울시 예산으로 집행하지 못했다면 성북구 예산으로 집행이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성북무지개행동이 구성된것과 관련해 성북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인권사업에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때로는 적극적인 의견개진 그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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