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은 선택, '광주 서구을 총력전'

[임두만의 정치해설] 탈당한 천정배를 포스트 DJ로 키우고 있다.

임두만 | 기사입력 2015/03/23 [13:55]

바보같은 선택, '광주 서구을 총력전'

[임두만의 정치해설] 탈당한 천정배를 포스트 DJ로 키우고 있다.

임두만 | 입력 : 2015/03/23 [13:55]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22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취임 후 두 번째로 광주를 찾았다. 이번에 문 대표가 광주를 찾은 명목은 일단 아시아문화전당 특별법 보고대회다. 그러나 누구도 알다시피 보고대회는 명분이고 본 목적은 '천정배 잡기'다. 4.29 보궐선거에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바람’을 어떻게든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     ©박훈규

 

때문에 문 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을은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승리하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총력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은 이날 문 대표의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25일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30일에는 광주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일주일에 2~3번씩 광주를 찾아온다는 거다.

 

이런 점에서 광주시민은 천정배 전 장관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천 전 장관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기 때문이다.

 

실상 지금 새정연으로 불리는 제1야당은 전국적 관심이 큰 선거일수록 광주나 호남이 이슈가 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선거판에서 호남당 이미지는 부산경남을 비롯한 영남지역 선거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엄격히 ‘그냥 둬도 우리표인데 관심 둘 필요 있나?’였다.

 

그럼에도 광주와 호남은 어쩌다 한 번씩 제1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광주정신’ '개혁적 호남유권자' ‘호남은 민주화의 보루’ 등을 말하면 거기에 만족하면서 선거 때마다 습관적으로 2번을 찍어야 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지지한 정치세력에게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개혁적 유권자'로서 ‘광주정신’이 담긴 ‘민주화의 보루’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스스로의 자긍심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지금은 아예 ‘지역평등연대’라는 시민단체가 활동할 정도로 노골적 호남차별은 심각해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일베 등에 공개적으로 심심찮게 올라오는 ‘호남출신이라 서류심사에서 타락시켰다’는 소식, 더 나아가 아예 직원모집 공고에 ‘호남출신 응시금지’ 등의 차별적 대우가 당당한 사람들...그런 게시물에 대해 비난보다 환호가 많은 댓글들,...

 

그러나 이런 지엽적 문제보다 내면적으로 곪아있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미 자료로 확연하게 나타나는 고위 공직자 사회의 호남출신 씨말리기와 삼성그룹 등 주요 그룹사의 호남출신 승진배제 등이다. 어쩌다 한번씩 언론들이 이런 지적들을 하면 직접 관계자들은 부인하면서 ‘설’일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설’이 아니고 사실임은 여러 통계에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함에도 정치권, 특히 야권은 자신들의 이익에 보탬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공론화하길 꺼려했다. 차라리 공론화를 하려하면 역적 쯤으로 취급했다. 이런 가운데 차별은 점점 일상화가 되어갔다. 따라서 이제는 이를 조기에 해소하지 않으면 조만간에 우리 사회는 ‘골품제’ 같은 지역 서열이 공공연히 자리잡게 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중이다.

 

기자가 만난 천정배 전 장관은 이런 문제들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늦었지만 정치적으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자신이 주도하는 정치연구소를 ‘호남의 희망’이라고 명명하고 정치 영역에서 ‘민주화의 보루인 광주정신’을 되살릴 ‘호남정치 복원’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후 그의 깨달음에 대한 현실적 도전이 이번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출마다.

 

즉 이번 천 전 장관의 도전은 이전까지는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호남차별이 지금 직접적 차별로 변화하는 시점에 이에 대한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긍심의 발로란 말이다. 지금의 호남차별 현상을 방치하면 정치 경제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정말로 호남은 대한민국 안의 이방지역이 되어 후세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초를 줄 것이라는 깨달음일 것이다.

 

기자는 광주의 재야 시민사회단체가 천 전 장관을 ‘개혁후보’로 선정한 이유도 바로 이런 점이 깊게 내포된 결정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의식으로 재야 시민사회단체가 나섰다면, 새정연이 천 전 장관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칠 경우 반사적으로 시민사회 단체도 천 전 장관 지원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할 수도 있다. 바야흐르 4.29 보궐선거는 광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1야당과 광주지역 재야 시민사회 단체의 한판 승부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 선거전은 광주로선 전혀 손해가 아니다. 제1야당이 직접적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공언하면서 지원하고, 새누리당 후보인 정승 전 식약처장은 이정현 최고위원이 순천곡성에서 했던 예산폭탄 공약 같은 예산지원 공약이 쏟아진다면 모처럼 광주는 이방지역이 아닌 핵심지역이 된다. 자연스럽게 광주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주류지역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게 경쟁자가 있는 선거의 장점이다. 천정배의 출마는 그래서 더 긍정적이다.

 

그리고 이는 바로 천정배가 꿈꾸고 광주인이 바라는 ‘호남정치’의 확실한 복원이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천정배를 호남의 김대중 급으로 키워주고 있다. 선거의 상대가 ‘조영택’ 후보가 아니라 부동의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린다며 고무되어 있는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 130명 의원 전원이다. 결국 새정연의 거당적 선거전 전개는 후보 1인이 거대 정당을 상대하는 구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천정배는 거물이 되어가고 있다.

 

광주로서는 이 점도 나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암암리에 호남출신 정치인이 지도자급으로 성장하는데 ‘인구수’를 대비하는 논리로 ‘안 됨’을 심어왔다. 비슷한 인구수를 가진 충청은 ‘거물 이완구’를 만들기 위해 공개적으로 이완구 반대세력을 ‘반충청세력’으로 몰아가는데, 호남은 반대로 깃발을 드는 정치인을 ‘반호남정치인’으로 몰아갔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 뭉치면 더 왕따만 당한다는 논리, 그 논리가 노무현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 ‘대릴사위’ 논리였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천정배 대 거대 새정연 구도를 새정연에서 스스로 만들어주고 있으므로 천정배의 당선은 비로소 김대중 이후 ‘호남지도자’를 배출할 수도 있게 된다. 천정배가 이 거대한 세력을 단기필마로 넘어선다면 급격하게 호남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포스트DJ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는 4.29 광주 서구을 보선 대책 범시민정치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의 대응을 보면 더 확실하게 읽을 수 있다. 시민대책위는 23일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민주의 집에 개최, 새정연의 거당적 선거전에 맞설 올코트프레싱 작전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즉 22일 새정연 지도부의 광주지역 총출동, 그리고 앞으로 있을 새정연의 현장최고회의, 정책토론회 등이 자신들이 선정한 개혁후보 천정배 낙선운동임을 판단, 이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거다. 이로써 결국 광주 서을 선거전은 1 대 130, 시민사회 대 거대정당의 구도가 되면서 천정배 거물 만들기의 완성판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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