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관악을 출마선언 '제물'이냐 '메기'냐

[정치해설]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정동영의 관악을 출마 단상

임두만 | 기사입력 2015/03/30 [13:32]

정동영 관악을 출마선언 '제물'이냐 '메기'냐

[정치해설]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정동영의 관악을 출마 단상

임두만 | 입력 : 2015/03/30 [13:32]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오늘(3월30일)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정동영이 관악을 출마를 선언했다. 전제하건데 나는 내심 그가 그런 결정을 하지 말기를 바랐다. 이 지역구 정서와 그동안의 선거 결과로 나타난 여러 자료에 의한 판단에서다. 특히 앞으로 한국정치를 이끌고 갈 정동영 같은 지도자가 다시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  오늘 관악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박훈규

 

특히 이 지역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고정표가 상당하다. 또 이 지역 5선의원이었던 이해찬의원의 보좌관에서 청와대 대변인까지 한 정태호 후보를 앞세운 새정연 친노의 고정표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직전 의원이었던 이상규가 가진 표는 바닥에 깔린 통진당 고정표다.

 

그러므로 이 틈새에서 아무리 정동영이라고 해도 바람정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나의 이 판단은 또 지난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당시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를 선언한 연장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민주통합당 김희철 후보가 경선을 했다.

 

경선 결과는 이정희의 신승이었으나 곧바로 이정희 측에서 편법을 자행했음이 드러났다. 지역구 후보 사무실 등에 유선전화를 일시적으로 수십대 임시 가설한 뒤 착신전환이란 방법을 통해 저지른 편법이었다.즉 여론조사 진행과정을 실시간 유출시키면서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받으면 연령을 속여서 말하라는 지침을 내려 여론조사 수치가 왜곡되도록 한 것이다.

 

이런 편법이 사실로 드러나자 결국 이정희는 출마를 포기했으며 대타로 이상규를 내보냈다. 이에 김희철은 경선 승복 의미가 없어졌으므로 민주통합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결과는 1위 이상규, 2위 오신환, 3위 김희철이었는데 3명의 표차가 참으로 미세했다.

 

총 211,859명의 유권자 중 113,913명이 투표, 투표율은 53.76%였는데, 이중 당선자인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가 43,158표(38.24%) 2위 낙선자인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7,559표(33.28%), 무소속 김희철 후보가 32,127표(28.47%) 무효표 1,069로 나타났다. 1~3위의 표차는 일정하게 4~5% 정도...이 미세한 차이가 현재 이 지역의 정서다.

 

즉 이런 개표 결과는 어떤 선거이든 새누리당 지지표가 3만여 표 있다는 증거를 알려준 것이다. 따라서 보궐선거임을 감안, 투표율을 30%~35%, 정동영 출마로 전국적 관심이 생겨 바람선거가 된다해도 최대 40%투표율이라면 총 투표자는 75,000~80,000명 정도로 볼 수 있으며 당선자는 30,000표 내외를 얻어야 한다. 또 이처럼 고정표가 있는 새누리 새정연 이상규 판세이므로 바람표는 아무리 많아야 30,000표가 안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유리한 후보는 새누리 오신환이다. 무소속 이상규 후보는 지금도 7%내외의 고정표가 있다. 새누리 오신환 후보도 33~35%의 고정표는 있다. 그러면 최대 투표율 37~38%였을 때 이 두 후보의 고정표는33,000~34,000표 정도다. 이제 나머지 45,000여 표로 새정연 정태호 후보와 국밈모임 정동영 후보가 승부를 해야 한다. 결국 누구든 여기서 한쪽을 10,000표 이하로 묶지 않으면 새누리 오신환 후보를 잡을 수 없다.

 

나는 그래서 그동안 정동영 출마를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모임의 주도세력은 나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일단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모임이 일정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신당 창당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다급한 것 같았다. 더구나 만약 광주에서 천정배 전 장관이 새정연을 이기고 당선된다면 호남의 반 새정연 여론이 천정배 대안 쪽으로 금속히 쏠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이들의 판단을 냉정함에서 흐트러지게 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즉 이렇게 되면 신당의 동력은 국민모임과 정동영이 아니라 천정배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 것이라는 판단, 이런 판단들이 정동영 출마 강권으로 이어졌으며 끝내 정동영도 조직의 강권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를 정동영은 출마선언문에서 “저를 도구로 내놓겠다.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며 “기득권 보수정당 체제를 깨는 데 제 몸을 던지겠다”는 말로 인정했다.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양을 대신한 제사의 제물로 내놓는 절실함, 그 절실함은 야훼에 대한 순종이었고 순종의 대가는 축복이었다. 오늘 관악을 출마선언을 통해 한국의 유권자에게 내보인 정동영의 절실함은 이삭을 내놓은 아브라함의 순종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인지, 그래서 당선이란 축복으로 돌아올 것인지..또 우리 유권자가 이런 절실함을 읽어낼 수 있을지, 정동영의 본심, 죽음으로 판을 깨려는 정치개혁의 충정, 이런 것을 읽을 수 있을지, 그것은 알 수 없다.

 

광주 서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가 '메기론'을 말했다. 현재 야당도 여당도 아닌 새정연이 고정적으로 굳어진 여야 양당 체제 안에서 안주하며 고만고만한 미꾸라지로 살아가고 싶은 현상을 메기 한 마리가 뛰어들어서 경각심을 주고 물을 바꾸는 희생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천정배의 메기론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와 마찬지지로 정동영의 출진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그래서 더욱 이번 선거를 관심있게 볼 수밖에 없다. 천정배 정동영 당신들의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이 땅 정치판이 이대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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