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 당당하게 자기정치를 해야...

[편집위원장 칼럼] 선거 시작도 전에 패배 이유를 챙기는 정당 없다.

임두만 | 기사입력 2015/04/02 [00:36]

문재인 대표, 당당하게 자기정치를 해야...

[편집위원장 칼럼] 선거 시작도 전에 패배 이유를 챙기는 정당 없다.

임두만 | 입력 : 2015/04/02 [00:36]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문재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선거 구호로 '이기는 정당'을 주장했다. “이기는 정당이 되는 길은 당이 호남을 벗어나 전국정당이 되어야 한다”였다. 당연히 상대 후보인 박지원을 의원을 비판하는 말이었으며, 박지원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호남당’ 이미지가 강해 전국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 문재인 대표가 당 최고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런 구호로 전당대회를 치른 문재인 의원은 당 대표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이제 정말 전국정당을 위한 탈 호남을 실천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그런데 아니다. 4.29 보궐선거의 주 타킷은 호남이요. 호남에 대한 구애가 곧 당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80대 후반의 노인 권노갑 고문을 동원하여 정동영과 천정배를 비난하게 하고, 박지원 의원에게 호남표의 구애를 위한 선거지원을 부탁하더니, 드디어 오늘 광주를 찾아 천정배 후보에 대해 "낡은 과거"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문재인 대표의 이런 호남구애 작전은 지금 벽에 막혀있다. 문 대표의 요구에 박지원 의원은 “선거철만 되면 호남을 찾고 선거가 끝나면 호남을 벗어나야 한다고 하니 유쾌하지 않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라는 말로 적극지원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박 의원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당의 핵심들에게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하면 권노갑 고문 등을 비롯한 동교동계 핵심들에게 광주선거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박 의원 뿐 아니라 동교동계도 비슷한 이유로 새정치연합 후보 지원에 나서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은 권노갑 상임고문의 4.29선거 지원에 대해 논의를 했다. 여기서 이훈평 전 의원이 이 문제를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투표결과 만장일치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온 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동교동계 핵심 중 1인은 기자에게 “사실 문재인 대표가 동교동에 호남의 선거지원을 부탁한 것은 정치도의에도 맞지 않고 이치에도 맞지 않다”며 “노무현 정권의 동교동계 핍박과 숙청 때문에 동교동계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정치 부적합자가 되어 몰락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예전 기자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권이 민주당 분당 후 한 대표 자신을 구속하려 한 것을 들어 노무현 정권의 김대중계에 대한 정치보복을 거론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을 통틀어 경선자금 가지고 청와대에서 표적수사를 한 것은 내가 처음이었을 거다. 그것도 자신이 출마했던 경선 당시 사건이다. 이처럼 김대중계의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터무니없는 핍박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김대중의 사람들의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 들어서서 감옥에 가야 했다”고 말했다.

    

실상이 그렇다. 대북송금특검과 민주당 분당과정을 거치면서 노무현 정부의 동교동계에 대한 전방위 기획사정 및 국정원 도감청 사건 등은 사실상 동교동계 핍박 역사다.

    

이때 희생을 당한 사람들은 그 이름을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위 인터뷰 당사자인 한화갑 대표를 비롯하여 권노갑, 김옥두, 이윤수, 이훈평, 남궁진, 최재승, 배기선, 한광옥 안동선 등 줄줄이 법대에 섰으며 박지원이 재판을 받는 처참한 모습은 지금도 전 국민의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특히 국정원 도감청 사건은 실상 김영삼 정권의 사건임에도 저격의 목표가 김대중 정권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동교동은 노무현 권력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이처럼 노무현의 김대중과 차별화는 사실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수 없이 거론했지만 대북송금 특검안을 수용한 것은 ‘노무현은 DJ 후계자가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때문에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용어부터 김대중의 ‘햇볕정책’ 대신 ‘평화번영정책’이라고 달리 사용했다. 2007년 남북정상 회담도 언론이 ‘제2차 남북정상 회담’이라고 보도하니까 아니라고 했다. 김대중 식 정상회담이 아니고 노무현식이므로 ‘10·4 남북정상회담’이라고 고쳤다.

    

이런 역사가 생생한데 지금 저들은 필요하면 김대중의 어록을 사용한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통곡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들먹인다. 후배 대통령의 황망한 자살을 감당키 어려워서 터진 눈물, 현 권력자가 전 권력자를 핍박하여 전 권력자가 자살한 것을 상기하면서 노무현에게 당한 핍박이 서러웠을 김 대통령의 순간적 통곡...이런 내면을 읽을 생각도 않고 단지 그 울음으로 김대중은 노무현을 용서했다 등으로 치환한다.

    

이런 부분을 익히 체감하고 있는 동교동계는 문재인 대표의 부탁을 받아도 선거지원에 나설 수 없다. 이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중한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그분들에게 정중한 사과 한 번 없이 목전의 선거가 어려우니 '당'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도의에도 맞지 않는 행동을 하려고 한 것이다. 눈앞의 선거승리만을 목표로 자신들이 저지른 핍박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들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죽이기 위해 김대중과 동교동을 도구로 사용하려 한 것이다.

    

그래서다. 문재인 대표께 정중히 건의 드린다. 전당대회 때 공언한대로 전국정당으로 떳떳하게 승부하시라. 당에 호남출신 의원들 많이 배출하면 호남색이 강해지고, 박지원 의원 등 호남 출신이 앞장서서 선거지원을 하며 언론에 노출되면 탈 호남이 힘들 것이므로 애초 구상대로 떳떳하게 전국정당을 위해 탈호남을 더욱 가속하시라는 말이다.

    

당 대표가 되기 위하여서는 ‘전국정당’을 위해 ‘탈호남’을 해야 하고, 당이 ‘탈호남’을 해야 집권할 수 있다면서, 선거판에서는 또 ‘호남의 아들’ ‘호남의 사위’ ‘호남정신’ ‘호남정당’운운한다면, 그런 말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을 헛갈리지 않겠는가?

    

오늘(4월1일) 정동영은 "문재인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에 국민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의 지적 또한 문재인의 이 같은 이중적 태도와 모호한 정치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문재인은 문재인의 정치를 해야 한다. 당 대표가 지원유세를 해도 안 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당 대표가 지는 것이지 누구에게 유세를 부탁하고, 거절하면 그 때문에 선거에 졌다고 하는 것은 정당한 정치가 아니다. 선거 시작도 전에 패배를 생각하고 패배의 이유부터 먼저 챙기는 정치세력을 나는 지금껏 친노가 당권을 잡은 정당 외에는 본 적이 없다.

    

김대중도 김영삼도 김종필도 정주영도 이회창도 박근혜도 심지어 이인제도, 망가진 김윤환 조순 이기택도 자기가 당 대표일 때 직접 선거에 뛰었으며 그에 대한 책임도 졌다. 힘없는 김한길도 정치 초보자였던 안철수도 그랬다. 당을 책임진 대표는 밝은 스포트라이트만 받는 것이 아니다. 어둠속 비난도 다 받아야 한다. 비토를 당하는 것도 당하는 사람 책임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