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술잔 나누는 기쁨 아세요?

[사는 이야기] 안성초 안중경 교장 부임을 기념하다

황윤희 안성신문 | 기사입력 2015/04/03 [14:48]

제자들과 술잔 나누는 기쁨 아세요?

[사는 이야기] 안성초 안중경 교장 부임을 기념하다

황윤희 안성신문 | 입력 : 2015/04/03 [14:48]

이즈음 학교에 교사와 학생은 있어도 스승과 제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쟁과 효율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환경에서 진정한 사제지간이 생겨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언제나 세태와는 거리를 두고 소중한 가치를 면면히 지켜나가는 집단은 늘 있게 마련.

 

▲ 지난 3월 안성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안중경 교장.     ©편집부

송호길(34세) 무지개광고기획 대표와 그의 같은 반 동창들은 졸업 20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6학년 때 담임인 안중경 선생을 찾았다. 끊어져가던 사제지간을 스스로의 의지로 다시 잇닿은 것.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제자들은 오랜만에 스승을 만나 정을 나누며 계속 만날 것을 기약했다.

 

마침 지난 3월 안중경 선생은 32년 교직생활 끝에 안성초등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제자들이 취임을 기념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마음이 이쁘다. 제자가 이렇게 챙기는 스승이라면 그 한생 교육자로서 제대로 살았다 해도 좋을 것이다.

 

안중경(56세) 교장은 안성은 1987년에 부임해 28년째 있었다. 아침에 학교 정문과 후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녹색어머니와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그는 하루를 시작한다. 교장으로서의 첫 번째 목표를 물으니, 교사가 즐겁고 행복한 학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학교의 비전을 교사들과 공유해 수립하고,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 기댄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깨겠다고 했다. 또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모든 걸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그것으로 교사들 상호 간에 존중과 배려가 배경으로 자리 잡게 할 수 있다는 의지다. 

 

안 교장은 지덕체가 아니라, 덕체지를 말하는 사람이다. 지적인 것보다 인성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표라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엔 아이들 발바닥도 좀 때렸다고 한다. 공부를 안해서가 아니라,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 될 때 그는 회초리를 들었다.

 

발바닥을 때리는 것은 말초신경이 모여 있어 건강에도 좋다는 이유가 보태졌다. 그는 확고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체벌을 행했다. 스스로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기준이 분명해야 공평한 교육으로 신뢰와 존경이 따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성교육을 중시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에게서는 이기주의적 면모가 많이 보인다고 안 교장은 전했다. 핵가족화에, 낮은 출산율로 아이들을 받들어주기만 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 아이들에게 공동생활에서의 이기주의를 벗어나도록 가르치는 것을 교육자의 소명이라고 믿는다. 특히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성교육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가정교육 못 시키니까 학교 보내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세요. 옳지 않습니다. 학교와 가정, 학생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인성교육이란 게 이뤄집니다. 교사들의 훈육을 학부모들이 인정하고 신뢰해주고, 그것이 가정에 돌아가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20년 만에 제자들은 스승을 모시고 교장 취임을 축하했다.     © 편집부

 

 

안 교장은 또 학부모들께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비난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했다. 부모의 그러한 태도는 교사의 신뢰를 떨어뜨려 학생 스스로 교육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뜻이었다.

 

아울러 선행학습을 지양할 것을 주문했다. 선행학습은 학생의 공부 습관을 망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선행학습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영영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선행학습 대신 학생들이 무엇 하나에 대해 깊이 있게, 몰두하고 지구력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창의력과 응용력도 길러집니다.”

 

지난 21일, 제자들은 스승을 모시고 교장 취임 축하파티를 열어주었다. 제자들에게 어떤 선생님이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공부 못한다고 혼내는 일이 없었던 선생님, 학교생활에서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던 선생님, 학생 한 명, 한 명 차별이 없었던 선생님, 체육활동을 직접 함께하셨던 선생님 등. 그래, 성인이 된 제자들이 다시 찾는 선생님이라면 교육자로서 잘살았다 해도 될 것이다. 또 스승으로서 잘 자라준 제자들과 술잔 나누는 기쁨을 무엇에 비할까? 그들의 따듯한 인연이 부럽다.

 

이 기사는 [안성신문]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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