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밤중에 전화해 집회참가자 신원묻는 경찰

이계덕 | 기사입력 2015/04/21 [00:21]

기자에게 밤중에 전화해 집회참가자 신원묻는 경찰

이계덕 | 입력 : 2015/04/21 [00:21]
[신문고] 이계덕 기자 = 경찰이 밤11시가 넘은 시각에 언론사 기자에게 전화해 집회참가자의 신원을 묻는 일이 벌어졌다.
 
'프락치'라는 말이 있다. 특수한 임무를 띠고 다른 조직체나 분야에 파견되어 비밀리에 활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통 집회 현장에서 주최측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을 선동해 경찰과의 충돌을 유도하거나 시민들 틈에 숨어서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두고 시민들은 '프락치'라고 부른다.
 
20일 밤 11시 23분경 병원의 입원중인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종로경찰서 소속의 경찰관이다. 경찰관은 "인터넷뉴스 신문고에 올라온 기사하나를 보고 연락했다"고 운을 뗐다.
 
간혹 경찰이 보도된 내용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일은 있어서 일단 무슨일인지 물었다. 해당 경찰관은 "댁이 어디쪽인지" 묻더니 "태극기 불태운 사람 그 사람 거기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서..."라고 묻는다.
 
밤중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집회참가자의 신원을 알려다는 경찰. 기자가 마치 경찰의 자신들의 정보원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해당 경찰관은 "수사를 해야하는데, 뭐 아는게 있어야지"라며 "이계덕 기자를 알고 그러니까 답답해서"라고 말을 이어간다. 기자가 전화의 부적절성을 언급하자 "모르는 사람이면 연락을 하겠어요?"라며 과도하게 친한 척을 하기도 한다.
 
불쾌했다. 기자를 경찰의 정보원쯤으로 착각하는 것일까? 물론 경찰과 친한 기자들이 많은 것은 잘 알고 있다. 경찰 뿐만 아니라 출입처를 가진 대부분의 기자들이 해당 출입처로부터 '접대'를 받고 해당 출입처와의 '관계'를 돈독히 만든다.
 
그러다보니 '출입처'에 대한 비판적이기 보다는 '정보'를 주고 받는 공생관계가 되어버리는 기자들도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용혜인 학생을 비롯해 '가만있지 않겠다'는 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할때 보인 '종이신문' 기자들의 태도를 잊지 않고 있다.
 
당시 경찰은 용혜인 학생을 비롯해 대학생들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고, 기자들은 그런 학생들 주변에 같이 포위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경찰이 현장방송으로 "기자분들은 위험하니 나가십시오, 곧 검거작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라고 말을 할때 나는 '종이신문' 기자들의 개념없는 한마디를 기억한다.
 
그들은 "네~"라며 3~4명의 기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현장을 이탈한다. 현장을 끝까지 확인하고 진실을 보도해야할 기자들이 '경찰'이 지시한다고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을 벗어나는 황당한 광경, 이윽고 연행이 시작됐다.
 
그리고 경찰에 지시에 따라 현장을 벗어난 기자들은 정보과 형사에게 '연행자'가 몇명인지 물었고, 이윽고 다음날 '광화문서 청년들 기습시위, 00명 연행'이라는 짤막한 단신기사가 보도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연행된 사람의 숫자' 였던 것일까?
 
현장에서 연행되는 학생들이 왜 광화문까지 왔는지,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었는지, 그리고 경찰의 연행과정에서 불법은 없는지 확인하고 이를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장을 벗어나지 않은 기자들은 바보였던 것일까?
 
씁쓸한 와중에 얼마전 '김영란법'에 왜 언론인이 포함돼어야만 했는지를 깨닫는다. 아울러 언론이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를 강화하는 '취재원에 대한 보호법'이 발의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취재원 보호에 관한법’을 20일  발의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취재원을 보호하는 독립적 법률을 갖게 된다.
 
이 법이 제정되면 최근 새누리당 K모 국회의원이 고(故) 성완종 전 의원 인터뷰와 관련해 <경향신문>을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또는 법원이 CBS <노컷뉴스>의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조문과 관련해 취재원을 밝히라고 압박했던 것이 사실상 금지된다.
 
수사기관이나 법원, 또는 국회가 언론사에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을 알아내기 위해 강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배재정 의원은“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고, 언론은 내부 고발자 또는 취재원을 통해 권력과 부정부패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관에게 "이거 불법이 아닌가요?" 물었다는 이유로 이상호 기자를 '공무집행 방해죄'로 연행해가고, 기자에게 집회 참가자를 체포하기 위해 신원을 알려달라며 밤중에 전화하는 경찰을 생각해보며 '취재원 보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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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5/04/21 [19:10] 수정 | 삭제
  • 기자는 소득을 최저임금에 딱 맞춰서 줘야 한다... 대신 명예를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