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거부'하는 피해자에 찾아 가는건 스토킹

[이계덕의 SNS 일기] 장동민,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경찰조사 성실히 임해야

이계덕 | 기사입력 2015/04/28 [15:57]

'사과거부'하는 피해자에 찾아 가는건 스토킹

[이계덕의 SNS 일기] 장동민,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경찰조사 성실히 임해야

이계덕 | 입력 : 2015/04/28 [15:57]
[신문고] 이계덕 기자 = '여성비하' 막말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개그맨 장동민씨가 이번엔 '삼풍백화점' 당시 사고현장에서 구조된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방송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당사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과거 장동민이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꿈꾸는 라디오’에서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해 언급한 말이 문제가 됐다. 당시 장동민은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살았잖아"라고 발언을 했다.
 
장동민의 소속사 코엔스타즈 측은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소속사는 장동민 씨와 관련한 고소 내용을 확인한 상태이며, 사건 내용에 대한 진의 여부 파악 및 후속 방안을 정리 중에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고소장 접수가 사실임을 밝혔다. 이어 장씨가 '피해자측 변호인'을 찾아 사과하려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코엔은 28일에도 "장동민 씨가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를 입으신 A 씨에게 사과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 오늘(28일) 역시 찾아뵐 예정"이라며 "장동민이 속죄하는 의미에서 지속적으로 찾아뵐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삼풍백화점 생존자의 법률대리인은  “어려운 역경 속에서 사경을 헤매고서 나왔는데 그 과정 자체가 개그 소재로 쓰이는 것이 너무 모욕적으로 비춰줬다”며 고소한 이유를 밝혔고 "경찰조사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소인측이 장동민씨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자 '코엔'은 또 다시 보도자료를 내서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등 옹달샘 3인방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 서울에서 이른바 ‘막말 논란’으로 비쳐진 최근 사태에 대해 솔직한 심경과 사과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치,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박창진 사무장을 만난 일이 떠올려진다.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과 관련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일자 박창진 사무장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박 사무장을 만나지 못하자 사과의 쪽지를 문틈에 넣어두고 왔고, 다음날에도 박 사무장에 집을 찾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당시 트위터에 조 전 부사장을 두고 "사과받아달라고 약속도 없이, 직원의 사적공간까지 침해하며 스토킹.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이라도 해야 할 듯"이라는 글로 일침을 가한바 있다.
 
장동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씨가 진정으로 자신의 행동의 반성을 한다면 '경찰조사'에 응해 경찰조사와 법원 앞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경위, 그리고 반성한다는 내용의 진술을 하면 된다.
 
장씨가 피해자를 만나려는 의도는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사실상 종용하는 것이고, 피해자 또는 피해자측 대리인과의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가 '피해자'가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사과'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스토킹'에 버금가는 2차가해일뿐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소취하와 합의를 종용하고, 매일 같이 찾아가는 것이 과연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고통을 횝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를 물으면 간단한 일이다.
 
장씨가 오늘(28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알수 없지만,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반성은 피해자측 변호인이나 피해자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답변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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