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행사하려면 미국가서 소송하라?

[이계덕의 SNS 일기] 3년전과 똑같은 이야기만 나온 세미나

이계덕 | 기사입력 2015/05/15 [20:09]

잊혀질 권리 행사하려면 미국가서 소송하라?

[이계덕의 SNS 일기] 3년전과 똑같은 이야기만 나온 세미나

이계덕 | 입력 : 2015/05/15 [20:09]

[신문고] 이계덕 기자 = "답답한 마음은 알겠습니다. 법학자로써 조언을 드리자면 캘리포니아주에 가셔서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하시는 겁니다. 아니면 당사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15일 잠실 광고문화센터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잊혀진권리' 토론회에서 본 기자가 '임시조치 제도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자 권헌영 광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답변한 말이다.
 
현행 법체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분명 존재하고, 그런 허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법학자일텐데 기존 법체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은 외국나가서 소송하라니...?
 
'잊혀질 권리'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작 '잊힐 권리'를 위해서는 '외국'에 나가서 소송을 하라는 말이다. 국내에서도 법적 지식이 없어 '소송'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사람이 많은데 '언어'도 다르고, '비용'도 많이드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만 해결할수 있다니 '사이버 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당사자들을 상대로한 소송' 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난 2013년 구글에서 검색되는 필자에 대한 비방글이 80만건, 그 내용은 과거 '형이 실효된 전과'와 '성적지향 비하' 등의 게시글 등 개인의 신상정보를 포함한 비방글이었다.
 
이에 대해 일간베스트 저장소 운영진에 대한 가처분 소송,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한 소송,그리고 개별사건에 대한 형사고소 등을 비롯해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임시조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 분쟁조정부 신청, 권리침해 신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 등을 잇따라 진행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 운영진에 대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은 필자 개인에 대한 인격권침해를 인정했다. 그리고 향후 6개월간 삭제요청을 할경우 우선적으로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글에서 검색되는 80만건의 비방글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법원의 판단은 "삭제요청을 포털사이트에 직접 할수 있으므로 사이트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포털은 어떨까? 필자는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강x범 이계덕의 신상일체' 등이나 '환각상태에서 에이즈 걸린 동성애자 적발' 등의 글이 올라오는 것에 대해서 권리침해 신고를 했으나 이에 대해 포털이 블라인드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포털은 "검색배제의 경우 해당 사이트의 원글이 삭제되어야 한다"며 사이트 운영자 책임론을 주장했다.
 
실명, 사진, 집주소, 연락처, 직업 등의 정보와 함께 전과, 과거 질병기록, 성적지향 등 개인정보가 게시된 글에 대해 '삭제를 요청해야 하는 주체'에 대해서 '포털'과 '사이트운영자'는 떠넘기고 있었고, 임시조치에 대한 판단역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기관으로 포털은 떠넘기고 있었다.
 
이날 '잊혀질권리' 토론회에서 나선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기업등의 연합체격인 '인터넷기업협회'의 사무국장은 "잊혀질 권리를 반대한다"며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권리가 지켜지고 있다"며 필자와 같은 피해를 부정했다.
 
불법정보와 인격권침해성 게시글에 대해 현재 임시조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토론자들이 과연 실체적인 '피해사례'를 연구했는지조차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임시조치를 하더라도 겨우 30일동안만 제한이될뿐이고, 이마저도 상대방이 '이의제기'를 하면 복원된다. 이의제기를 했을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권리침해 심의를 요청할수 있으나 심의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강x범' 등으로 지칭하는 글이 두달여간 방치되기도 했다.
 
법원에서 '가처분 판결'에 승소하고, 관련 표현이 인격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아서 제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각각의 게시물 1건마다 '방송통신심의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 포털의 답변이었다.
 
포털은 스스로 이를 판단할수 있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털은 손해배상 등의 분쟁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이에 대한 판단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를 정부기관에 떠넘기고, 정부기관인 방심위 등은 인력의 한계인지 이에 대한 심의가 늦어지면서 피해자의 고통은 급속도로 확산된다.
 
네이버블로그의 '양박사안과'라는 커뮤니티의 경우 저를 성oo범, 강o범 등으로 지칭하는 글을 2014년 10월 1일부터 2013년 12월 20일까지 거의 3개월여간 매일같이 5~10건의 글을 게시했다.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한 임시조치를 통해 블라인드요청을 1건을 하는동안 5~6건의 동일한 글을 불과 수분만에 다시 올리는 방식으로 수개월간 괴롭혔고, 이 같은 게시글은 단순히 해당 블로그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제 이름을 검색했을때 포털에 그대로 노출돼 '이계덕' 석자를 검색하면 '성xx범''강x범'등의 글이 연관검색어에 함께 게시되고 모든 링크들이 보였다.
 
임시조치에만 의존할수 없어서 해당블로그 운영자를 고소했다. 경찰조사를 마치고 당사자가 특정되어 청주흥덕경찰서로 이송됐다. 그러나 경찰은 일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원이 확인됐지만 '국내'에 거주하지 않고, 이미 일본국적을 취득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당 블로그는 최근에도 수일에 한번씩 필자의 실명을 거론해 비방글을 올리고 있다. 반복적이고 상습적으로 비방하는 블로그 폐쇄를 포털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문의해보았지만 "게시물 1건단위로 심의를 하지 블로그 전체 등을 심의대상으로 할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해외국적으로 국내블로그에서 매일같이 특정인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하는 이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상대가 글을 올릴때마다 컴퓨터를 붙들고 앉아서 포털에 권리침해신고와 방심위의 수개월걸리는 심의요청을 해야한다는 것이 그들의 답변이었다.
 
포털은 '언론기사'의 삭제 및 검색배제권한은 '해당 언론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등을 진행할때 일부 언론은 '포털'에 송고된 기사는 '포털'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니 이 역시 넌센스다.
 
토론자들은 '언론중재법'이 있기에 언론피해에 대한 구제방안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행 언론중재법의 조정은 당 보도가 나간 것을 알게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만 청구가 가능하다.
 
기사가 나갈 당시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잊혀질 권리'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것은 해당 기사가 나간 이후 '수년이 지난후'에 발생한 피해다. 현행법상 언론기사의 경우 6개월이 지난 이후의 피해는 구제방안을 기록한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현의 경우에도 '공소시효'라는 것이 존재하여 예를들어 미성년자때 작성한글이 10년 또는 20년이 지나 취업등의 제한이 발생할때 구제를 할수 있는 방안이 전혀 검토되어 있지 못하다.
 
이날 '토론자'들은 "3년전에 했던 잊혀질권리에 대한 토론과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묻고 싶다. 그렇다면 3년동안 왜 '피해사례'에 대해 청취하거나 연구하지 못하였는지, 또한 마찮가지로 '악용사례'에 대해 연구하지 못하였는지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공개세미나'에는 '학자'와 '공무원' 그리고 '인터넷기업'만이 있었고, 정작 악플과 신상털기, 개인정보 침해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힘들어하고 있는 당사자의 이야기는 없었다.
 
'잊혀질권리'를 고민한다는 교수들이나 정부가 "캘리포니아주에 가서 소송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진정으로 국내에서 '자신의 개인정보'와 '인격권'을 보호받을 방안을 연구하고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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