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과 1년이 만난 전야제, 함께 운 유족들

[박훈규의 포토이야기 하나]다른 죽음 같은 아픔, 감춰진 진실..518, 세월호

박훈규 | 기사입력 2015/05/17 [18:01]

35년과 1년이 만난 전야제, 함께 운 유족들

[박훈규의 포토이야기 하나]다른 죽음 같은 아픔, 감춰진 진실..518, 세월호

박훈규 | 입력 : 2015/05/17 [18:01]

[신문고 뉴스] 임두만, 박훈규 기자 = 다시 광주다. 5.18... 35년, 35년 전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 광주는 전야제 행사를 한다. 말이 좋아 기념이지 자식을 총칼에 잃은 날인 5,18이 부모에게 무슨 기념일인가? 실상 기념일이란 단어 자체가 광주  5.18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의 5.18과 세월호 사건은 닮은 곳이 많다. 생때같은 자식들이 아침 먹고 나가서 시체가 되었거나 행발불명이 되었다. 그 이유를 알려고 부모들이 나서니까 정부에 반대한다고 빨갱이로 몰렸다. 특별법을 제정해서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방침이나 정책은 시행도 되기 전에 피해자나 그 가족이 세금을 탕진하는 세금도둑으로 몰리기도 한다.

 

▲  전야제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망월동 구묘역에서 유족들이 합동 제사를 드렸다.   ©박훈규

 

35년 눈물의 광주에 세월호 유족들이 왔다. 35년 전 같은 아픔을 겪었던 부모들은 동병상련에 세월호 유족들을 보듬었다. 세월호 유족들도 이들을 같이 보듬고 있다. 5.18 35년, 그 전야제 행사에 참여한 세월호 유족과 광주의 엄마들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았다.

 

▲  이한열 열사의 묘역 앞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오열하며 희생된 열사를 추모하고 있다.   ©박훈규

 

세월호 유족 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감정을 많이 다스린 것 같았는데 스피커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예은이 아빠 유경근입니다. 저는 오늘 47년 살면서 두번째 이 자리에 왔습니다. 한 이십년 전 처음 왔을 때와 지금 다시 왔을 때 저에게 다가오는 감정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1980이후 35년이 흘렀습니다. 한 세대가 훌 쩍 지나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광주항쟁의 진상은 온전히 밝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포자가 누군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고 불법적인 국군의 만행을 용인했던 미국의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유경근 씨가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박훈규

 

 

숨을 돌린 유씨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한 세대가 넘는 시간 동안 오월의 어머니와 가족분들은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지금까지 외치고 행동해주는 것을 볼 때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럽습니다. 특히 저희들이 참사 겪은 이후에 광주 시민들이 저희에게 보내주신 격려...그 말씀들... 오월 어머니들 가족들께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포기하지 않으면 밝혀낼 수 있다고 한 것' 저희 가슴 속에 있습니다. 저희는 이 오월 영령들을 잊지 않고 오월의 정신을 우리 가족들 마음에 담아서 그 정신으로 반드시 사일육 참사의 진실 규명할 때까지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 생명이 안전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  광주엄마 안성례씨가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박훈규 지가

 

광주 엄마 안성례씨가 마이크를 받았다. 그녀는 정정하고 카랑카랑했다. 아픔에 대한 동병상련은 지나간 35년을 되돌린듯 설움을 감추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의 모든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오월에서 통일로 구호로 외쳤습니다. 그런 비극이 이 분단에서 왔습니다. 여러분들은 형사들이 정보과 사람들이 지키고 있지 않잖아요. 우리는 자식들이 죽고 문밖에 경찰들이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다 쫓겨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지켜온 민주주의가 지금 이명박 박근혜로 완전히 후퇴하고 여러분들의 기가막힌… 이런 세상이 자식 죽인 이런 나라 그러고도 책임지지 않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 안성례씨의 말을 듣는 유족들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박훈규 기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구는 유족들 앞에서 안성례씨는 더 카랑카랑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의 순간적으로 아무개 아빠가 아무개 엄마가 정부측에 섰다고 절대로 편 가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가족이다 이 나라 정의를 위해 다시는 뼈아픈 희생 없는 그런 일 한다' 이런 생각으로 여러분들이 끝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주고…그래야 여러분들 자식이 이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자식들이 이기는 것입니다."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울음소리를 그치게 하는 안성례씨의 말이 이어졌다.

 

"자식 기르며 맨날 울 수 없으니 세수하며 울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일가친척 속도 모르고 운다 하니. 이렇게 남 앞에 나설 때 용기 백배하고 속으로 울었습니다. 간장이 다 타도 진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어디가 304명 죽이고 이렇게 묵묵부답으로. 이렇게 나쁜 나라가 어딨나. 여러분들은. 좋은 나라 만든다고. 부모들이 대신하기 위해선 여러분들이 끝까지 뭉치고 포기하지 말고 여러분 병들지 마세요…"

 

▲  세월호 유족들은 묘비 하나하나 돌아보며 아픈 가슴을 달랬다. 박훈규 기자.

 

이후 망월동 구묘역에서 전야제 시작을 알리는 작은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기사 이어집니다)

[글] 임두만 기자
[사진] 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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