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또 다른 기념식에 비친 슬픈 광주

[박훈규의 포토이야기 끝] 광주는 비가 내렷다. 그러나 뜨거움은 식지 않았다.

임두만 박훈규 기자 | 기사입력 2015/05/18 [14:26]

빗속의 또 다른 기념식에 비친 슬픈 광주

[박훈규의 포토이야기 끝] 광주는 비가 내렷다. 그러나 뜨거움은 식지 않았다.

임두만 박훈규 기자 | 입력 : 2015/05/18 [14:26]

[신문고 뉴스] 임두만 박훈규 기자 =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제창곡으로 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 방침 때문에 시민들의 기념식이 5.18민주광장(도청앞)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 정부주관 행사는 5.18 국립묘지에서 치러지고 있으나 직접 당사자인 시민들은 이곳 행사를 따로 연 것이다.

 

▲ 구 도청앞 광장에서 개최된 시민사회 주관 5.18 기념식...빗속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사진은 지인이 제공함

 

이 행사를 주관한 5.18시민단체는 일체의 행사 지원금을 거부하고 오로지 광주시민들의 힘으로 행사를 진행한. 이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열기가 더 뜨겁고, 만나는 이웃들이 더 반갑게 손을 맞잡는다. 기자는 35년 전 그날 그곳에 있지 않았다. 당시 군복을 입었다는 것 하나로 지난 35년 동안 광주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당시 군인이었던 한 사람으로써 광주의 수많은 항쟁열사와 그 유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이해한다면 그것은 가식일 뿐이다.

 

▲   35년 전 오월 광주의 현장...자료사진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유족들이 가진 그 아픔을 광주의 어머니 말고 누가 더 이해할 구 있겠는가? 감히 이해라는 말을 쓸 수도 없는 우리들이 금남로에서 주인대접을 받는 그들 모습을 보며 이 사회와 권력이 얼마나 패악적인가를 짐작할 뿐이다.

 

 

▲    금남로 전야제 행사장에 입장하는 세월호 유족들을 광주 시만들은 따뜻하게 보듬었다.   © 박훈규

 

광화문에서, 효자동에서, 시청앞에서 야유와 손가락질을 받으며 씹었던 외로움, 권력의 외면으로 힘들기만 한 진실찾기, 누군가는 지금도 팽목에서 광화문까지 모형 세월호를 끌고 고행을 자처하는데,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는 차가운 눈빛들...금남로에는 그런 눈빛이 없었다. 따뜻함과 애처러움, 그리고 안아주는 포근함...거기는 '어머니'가 있었다.

 

▲  이 시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심한 35년이 그렇게 흘렀다. 자료사진

 

아직 망월동 구묘역에 남은 무명열사의 묘는 너무도 많다. 묘비도 세우지 못한 미확인 희생자들도 수백에 이른다. 그런데도 3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진상규명은 제자리걸음이다. 발포를 명한 자가 누구인가, 광주항쟁 35주년, 아직도 범인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한 오늘 무심한 하늘은 비를 뿌리고 있다. 그 빗속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장엄하게 울린다.

 

▲    아직 구묘역이 남은 5.18 영령들....이들의 원혼이 위로될 수 있기를...

 

정부 주관 행사를 거부하고 시민들 주관으로 치른 제35주년 5.18민중항쟁 기념식, 이 기념식은 오전 10시 시작되어 장엄하게 끝났다. 그리고 이어 11시 참배객들과 주먹밥 나눔행사를 가진 5.18 부상자회 회원들은 그날의 기억을 회상했다.

 

이어서 11시 40분, 5.18민주광장 민주의 종각에서 타종싱이 열렸으며, 이후에도 계속 광주에는 민주인권상 시상식 등 35년 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날 오후 8시 40분 광주 남동성당에서 열리는 추모미사를 끝으로 공식 기념행사는 종료된다.

 

▲   이렇게 이날 기념식은 종료되지만 광주 시민들은 지금이 이 외침들을 계속한다. 사진 박훈규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 그게 무엇이관데, 그게 두려울까? 빗속의 광주에서 끝내 떨치지 못한 의문이다.  그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음에도 굳게 다문 입술을 끝내 열지 않은 최경환과 박승국...이들을 중용하고 있는 박근혜가 권력자의 자리에 있는 한 이 의문은 풀릴 것 같지가 않았다. (끝)

 

[글] 임두만 기자

[사진] 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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