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 경찰서, 백재현 '성추행 혐의' 내부문건 유출

이계덕 | 기사입력 2015/05/20 [14:15]

혜화 경찰서, 백재현 '성추행 혐의' 내부문건 유출

이계덕 | 입력 : 2015/05/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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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 이계덕 기자 = 개그맨 백재현이 '사우나'에서 20대 남성을 추행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19일 저녁부터 20일까지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오르는 가운데 경찰의 '내부문건'이 온라인상에 유출돼 경찰이 '사건내용'을 고의로 언론에 흘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 사이트 및 SNS에는 백재현 성추행 혐의와 관련 ‘언론보도 예상보고(서울청 혜화서 여청수사팀)’라는 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서에는 피의자 백재현씨와 피해자 이모씨의 신상이 나타나 있으며 '사건개요'로 '피의자는 인기 개그맨이며 전과 2범인 자로서 2015년 5월 17일 3시 경 서울 종로구 24시 000 사우나에서 피해자의 성기를 수차례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빨며 가슴을 만지고 핥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등 그 의사에 반하여 추행을 했다'고 상세히 적혀있다.
 
해당 문건은 백재현씨의 이름을 백OO 등으로 적어 실명을 숨겼지만 나이와 개그맨이라는 점을 강조해 사실상 백씨가 특정이 될수 있는 정도로 작성되기도 했다.
 
'언론보도 예상보고'는 경찰의 내부문건으로 경찰관이 아니면 '열람'을 할수 없는 것으로 일반인이 접근할수 없다. 만약, 경찰이 문건을 유출했다면 이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고 일반인이 문건을 유출했다면 이는 경찰의 개인정보 유출 및 정보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혜화경찰서 여청수사팀 관계자는 <신문고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건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알수 없다"며 "해당 문건은 일반인이 접근할수 없는 경찰의 내부문건"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어뷰징 행태도 문제다. 언론은 '백재현'씨의 성추행 논란보다는 백씨의 '성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어 백씨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연일 실명을 거론해 보도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대중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수 있으나 범조자체를 보도하기 위해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백씨는 '개그맨'이라는 점에서 유명인임에는 분명하다. 추행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잘못된 것이며, 이에 대한 형사처벌을 백씨가 피할수 없는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범죄사실'보다 과한 마녀사냥적인 언론보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혜화경찰서 여청수사팀은 "백재현씨가 추행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동성이고 이성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동성'간 추행이라고 '이성'간 추행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볼수 없다는 지적이고, 백씨의 처벌을 위해서 그가 동성애자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백씨가 유명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법원으로 '신상공개' 판단을 받기도 전에 백씨의 신상을 언론이 미리 공개한 것은 향후 백씨가 범죄로 인한 처벌을 받고, 방송을 그만두게 된 이후에도 백씨의 '일상생활'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범인검거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실명이나 얼굴을 공개하는데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8부는 2002년 히로뽕 공급총책으로 잘 못 묘사됐던 김모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11나68046)에서 "피의자를 수배하기 위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범죄가 극히 중대하고, 조속한 검거가 요청되며, 피의자 검거에 필요한 충분한 노력을 다했음에도 검거하지 못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바 있다.
 
그러나 백씨는 현재 수배중인 상황도 아니고, 경찰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서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고, 검거하지 못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검찰의 인권보호수사준칙 제4조 '차별의금지' 항목에는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사회적 신분이나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제6조는 수사의 전과정에서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그들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제 64조에는 "수사상황의 공개 금지"라는 조항과 함께 "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수사 중인 사건의 혐의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수사 중인 사건의 혐의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고 있다.
 
제65조는 "혐의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피의자의 인격이나 사생활에 관한 사항,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거나 보복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 기타 참고인의 신상에 관한 사항은 공개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성추행'과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백씨가 동성애자인지 여부 등은 언론에 공개되어서는 안될 사안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백재현씨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나 경찰의 내부문건의 유출은 백씨의 '범죄혐의'와는 별개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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