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녀(?) 부친의 사과와 씁쓸한 뒷맛

[편집위원장 칼럼]천재 광풍의 허탈함, 언론이란 이름의 흉기가 더 문제다

임두만 | 기사입력 2015/06/12 [13:13]

천재소녀(?) 부친의 사과와 씁쓸한 뒷맛

[편집위원장 칼럼]천재 광풍의 허탈함, 언론이란 이름의 흉기가 더 문제다

임두만 | 입력 : 2015/06/12 [13:13]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하버드와 스텐포드에 동시입학이라는 진기록을 썼다며 며칠 국내외 우리 전 민족을 흥분시켰던 김모양의 부친이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   이미지 출처...jtbc뉴스캡쳐   © 임두만

 

김양의 아버지 김정욱 (주)넥슨 전무는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실제로 모든 제 잘못이고 제 책임입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아이가 거짓말을 한 이유를 ‘아프고 힘든 상태’로 표현했다. 즉 거짓말을 할 정도로 정신이 아픈 아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그 아픔(정신적 허영심)을 부추기고 크게 만든 점’에 대해 마음 속 깊이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이 글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학벌제일주의, 공부제일주의, 매명이라는 허영...부모의 이 공허한 명예욕으로 지금도 대치동에서 상계동에서 목동에서 평촌에서 일산에서 ‘정신이 아픈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지...돌아보며 배워야 한다.

    

한국 언론의 얇은 냄비같은 저급한 저널리즘도 이제는 정말 퇴출되어야 한다. 어떤 한 언론에서 조금 쇼킹하다 싶은 팩트의 기사가 올라오면 그에 대하여 검증도 취재도 없이 편승하면서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에만 치중하는 저급 저널리즘이 김양을 만들었다.

    

실상 이 사건은 미주 중앙일보라는 매체의 객원기자가 ‘자신의 사업’과 연관된 사안이므로 정밀 취재도 없이 아이의 말만 믿고 한 건 던졌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우리 언론들은 아무런 보강 취재 없이 받아쓰기를 하고, 아이 영웅 만들기에 혈안이 되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혹여 빠트리면 언론이 아니기라도 한양 무작정 비슷한 기사를 배껴쓰기라도 한 모양새로 내질렀다. 그래놓고 이제 그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자신들 책임은 없는양 모든 사태의 책임을 아이와 가족에게 돌리고 있다. 그래서 결국 이런 저급한 저널리즘이 한 아이의 장래를 망치게 할 수도 있는 사건을 만들었다.

    

국내 언론의 이런 경쟁적 보도가 없었다면, 심지어 육성 라디오 인터뷰라는 센세이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미국의 교포사회에서 잠시 떠들다가 사라질 해프닝이었을 사건이다. 이런 해프닝 성 사건을 우리는 전 나라가 흥분하고 그 다음 실망하는 사태로 언론들이 키운 것이다.

    

하버드 재학 중인 한인 학생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하버드 합격증을 위조하는 사건은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심지어 “이런 가짜학생이 학생회 간부도 지내는 사례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 학생의 말대로라면 '그 안에서만 잠시 시끄럽다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해프닝 정도였다.

    

물론 하버드와 스텐포드라는 유명 대학이 특정학생에게 학칙에도 없고 전례도 없는 특혜입학의 자격을 줄 정도라는 센세이션한 뉴스는 언론사 기자라면 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 보도를 받아적기라도 하려면 내용의 신빙성에 대한 보강취재가 필수였다. 아이와 아이의 가족이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사실’로 인정하고 보도할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사안은 미국의 네티즌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경향신문이 단 한 번의 질의로 밝혀낼 수 있을 만큼 취재가 쉬운 사안이었다. 따라서 어떤 이유를 대도 언론이 책임을 방기한 것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자기들 책임은 뒤로하고 사건의 전말이 어떻니, 입시광풍이 낳은 어두운 단면이니 하는 ‘쉰 소리’들만 한다.

    

아래는 아이의 아버지가 언론사들에 보낸 입장자료 전문이다.

    

[아이의 아빠 김정욱입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관련된 모든 분들께도 사과드립니다.

    

실제로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이고 제 책임입니다. 그동안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태였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오히려 아빠인 제가 아이의 아픔을 부추기고 더 크게 만든 점을 마음속 깊이 반성합니다.

    

앞으로 가족 모두 아이를 잘 치료하고 돌보는데 전력하면서 조용히 살아가겠습니다. 상황 파악이 끝나지 않아 일일이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용서해 주십시오.

    

어떤 상황에서도 저에겐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가족입니다. 아이와 가족이 더 이상의 상처 없이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도와 영상 촬영을 자제해주실 것을 언론인 분들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이런 사죄문은 아이의 아버지만 낼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을 키우면서 종래는 한 아이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도록 한 언론도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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