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대인배 행보’ 칭찬할 일은 아니다.

[뉴스해설] 불안은 퍼포먼스로 잡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임두만 | 기사입력 2015/06/13 [03:28]

김무성의 ‘대인배 행보’ 칭찬할 일은 아니다.

[뉴스해설] 불안은 퍼포먼스로 잡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임두만 | 입력 : 2015/06/13 [03:28]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12일 아침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국민들이 과도한 메르스 공포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새누리당 의원들부터 없는 행사를 만들어서라도 소비를 증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11일 오후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던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김 대표는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병원 관계자들의 권유에 “이거 안 해도 되지 않느냐”며 마스크 없이 응급실 등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런 행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아래는 그가 사진 5장을 올리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응급실을 둘러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미지 출처 김 대표 페이스북   © 임두만

 

    

[메르스 환자가 나오고 경유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의도 성모병원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의료진들이 너무 고생이 많은데, 실태를 파악하고 무엇을 지원할 수 있을지 직접 듣기 위해 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건강은 전혀 돌보지 못한 채 메르스와의 전쟁 최 일선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여러분들께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스스로 자가 격리 중인 분들은 사실상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과 희생을 하시는 것으로 이 분들에 대한 감사와 관심,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SNS 상에 의료진과 격리관찰 대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희망 글들이 많고 올라오고 있는데, 이것을 보면서 우리가 능히 메르스를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삼성서울병원 직원은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것이다’라고 했고, 한 간호사는 ‘저 메르스 무섭다. 그래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의료진, 당신은 진정한 애국자다’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모두 힘내고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갈 것이라 믿는다’라는 희망바이러스 글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SNS상 메시지처럼 서로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우리 국민 모두 단합해서 메르스 위기를 극복합시다.]

    

김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설명하면서 앞서 있었던 자신의 부산 행보도 말했다. 그는 “어제 부산에서 행사 뒤 저녁을 먹던 중에 ‘부산의 메르스 확진자 한 명이 확진 판결 전에 돼지국밥집에 들렀다고 보도된 뒤 그 국밥집에 손님이 한 명도 안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먹던 밥을 중단하고 전부 다 그 식당으로 옮겨서 구청장, 의원들 다 오시게 하고 제 딸과 사위, 손녀까지 다 오라고 해서 돼지국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전한 것이다. 사진 2장을 올리면서 이 내용을 쓴 페이스북 글은 또 이렇다.

 

 

▲   김 대표 페이스북에 올라 온 딸과 손자를 대동한 국밥 식사 사진  © 임두만

 

    

[이곳은 부산 사하구의 목촌 돼지국밥 집인데, 얼마 전 메르스 확진 환자가 여기서 저녁을 먹고 갔다고 알려지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겨서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늘 딸아이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국밥을 먹었는데, 안전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메르스로 우리 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있고 서민경제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사스보다 전염성이 훨씬 낮고 공기 전염이 안 되는 만큼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상생활을 해 주시기를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이 같은 그의 페북 포스팅에는 칭찬과 격려, 또는 비난과 힐난의 댓글들이 상당수 달렸다. 그래선지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자신이 “나쁜 할아버지가 되어 있더라”고 비난 댓글을 쓴 네티즌들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다분히 계산된 정치적 행보라고 하더라도 여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므로 비판할 일은 없다. 실제로 현재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모든 시장경기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발만 안으로 들어가면 그의 이런 정치적 행보는 크게 후회할 일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되어 후쿠시마 지역은 초토화 되었다.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은 물론 해산물도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잡힌 것들은 모두 기피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일본산 해산물의 생산지에서 후쿠시마가 가까운 지역 산은 기피 대상이다.

    

때문에 일본 정부나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유명인들도 일본산 농수산물의 무해성을 입증하는 퍼포먼스를 자주 한다. 그런데 당시 텔레비전 공개방송에서 후쿠시마 산 농산물을 맛있게 시식하던 일본 아나운서가 몇 달 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17년을 넘게 진행해왔던 방송을 하차했다. 방사능에 누출된 음식을 마음 놓고 먹으라는 치기어린 선전에 나선 그가 스스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한창이던 2011년 당시  후쿠시마산 농산물 식사를 허던 방송사진. 이미지 출처. 일본방송 캡쳐한 페이스북 친구의 자료사진 © 임두만

 

    

물론 이 사례가 너무 극단적인 것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예는 많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이 전국을 뒤덮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 마찬가지로 조류독감 등이 창궐하면서 닭고기 소비가 급감하자 양계농민들의 여려움을 해소시키기 위해 삼계탕 시식회를 했던 사례들...우리는 이런 사례들을 자주 목격한다.

    

그리고 그 후 이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 아나운서의 급성 백혈병도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후쿠시마 산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와 함께 먹은 다른 아나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든 일본 아나운서는 그 뒤 자신이 감당키 힘든 고초를 당했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염려 없으니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고 어린 손자까지 대동, 돼지국밥을 먹은 김 대표의 행보는 마냥 ‘대인배의 대권행보’라고 칭찬할 수 없다. 아버지와 같이 서울 삼성병원을 경유했던 일곱 살 어린이가 확진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타나므로 더욱 그렇다.

    

정치인의 정치적 행보, 그것이 때로는 자신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김무성 대표는 지금 잘 나간다고 오만할 때가 아니다. 자신의 발목을 자기 스스로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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