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을 위한 추경? 야당은 철저히 따져야 한다.

[편집위원장 칼럼] 그리스가 아니라 독일 책망한 피케티에게 얻어야 할 교훈

임두만 | 기사입력 2015/07/14 [01:42]

민생을 위한 추경? 야당은 철저히 따져야 한다.

[편집위원장 칼럼] 그리스가 아니라 독일 책망한 피케티에게 얻어야 할 교훈

임두만 | 입력 : 2015/07/14 [01:42]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그리스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다. 그리스는 2년 간 재정지출을 130억유로 줄이는 개혁안을 제출했고, 채권국들이 이를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특히 프랑스 올랑도 대통령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 독일 메르켈 총리를 설득하는 등 노력으로 그리스를 유로존에 잔류토록 했다.

    

그런데 올랑도의 이런 노력 뒤에는 한 경제학자가 있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을 쓴 프랑스 경제학자가 그다. 그가 지금 다시 핫한 인물이 되었다.

 

▲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피케티는 그리스 사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독일에 대고 “자기들은 전쟁 빚도 안 갚았으면서...”라고 직격하는 등 독일의 강경입장을 비난했다. 즉 그리스가 잘못했지만 독일만은 그리스에게 빚 독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피케티는 특히 그리스의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독일에게 위선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피케티는 그리스에게 긴축 경제를 요구하면서 부채상환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독일을 지지하는 유럽 보수층을 맹비난하며 그들이 유럽 역사에 대한 ‘충격적인 무지’를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 부채의 역사를 보라. 영국, 독일, 프랑스는 전부 지금의 그리스와 같은 상황이었던 적이 있고, 사실 채무가 훨씬 더 많았다. 국가채무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우리가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피케티는 두 번의 세계 대전 후 채무를 갚지 않은 독일은 채무상환에 대해 다른 나라에게 설교할 자격이 전혀 없다면서 세계2차대전 후 독일이 받았던 것과 같은 채무 탕감이 현재의 그리스에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피케티의 이런 주장은 매우 일리가 있다. 실제로 1·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막대한 전쟁 부채를 갚을 길이 없었다. 이런 독일의 부채는 여러차례에 걸쳐 탕감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3년 그리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20여 개 서방 채권국은 전쟁 과정에서 서독이 진 빚을 절반으로 삭감해주는 런던채무협정을 체결했다. 또 나머지 절반의 채무도 서독이 무역 흑자가 발생했을 때만 상환하고, 상환액도 수출액의 3%로 제한했다. 이러한 '관대한' 협정 내용 덕분에 이후 서독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때문에 피케티는 “우린 새로운 세대에게 부모들이 저지른 실수를 수십 년 동안 갚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리스인들이 큰 실수를 했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젊은이들이 1950년대와 60년대에 윗 세대의 책임을 떠맡을 이유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젊은이들은 윗 세대의 실수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젊은이들은 윗세대의 실수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주장, 우리 정치권, 특히 대통령과 여당은 깊이 음미해야 할 말이다. 오늘 당장의 인기만을 위해서는 무엇을 못하나.

    

박근혜 정부는 지금 경제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거액의 '적자 추경'을 편성하고 무작정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한발만 안으로 들어가면 ‘추경’은 “나라의 실림살이의 실패로 돈이 부족하니 빚을 좀 더 얻어쓰자”이다. "직전연도 편성한 예산으로 살림살이를 했더니 부족하여 살기가 힘드니까 빚을 좀 더 얻어서 일단 살고 그 빚은 나중에 갚자"이다.

    

그 빚...결국 젊은이들에게 떠넘기는 거다. 이렇게 매년 추경을 하면서 얻은 나라 빚이 지금 무려 1천조가 훨씬 넘었다. 2013년 기준 1천조인데 2015년 현재 1천200조 수준으로 추정한다. 그리고도 올해 정부가 경제성장률 3%대 수성에 사활을 걸면서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11조8000억 원을 포함해 총 21조7000억원의 재정을 추가로 집행하기로 했다.

    

▲     ©임두만

이 추경액의 81%인 9조6000억을 적자국채로 조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빚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이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최근 2년간 163조의 국채를 발행했다.

    

지난 2014년 정기국회에서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우리나라 총 부채는 4507.2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중 ‘기업부채’가 2212.2조원으로 가장 많다. 이는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이 포함되어서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국가부채’가 많은데 1058.1조원이다. 또 ‘가계부채’ 1021.4조원, ‘소규모자영업자 부채’ 215.5조원 순으로 많았다. 핵심은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다. 각각 1,000조원을 돌파했는데 해가 갈수록 줄어들 기미가 없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기업부채는 2년 전에 비해 157.0조원이 상승했고, 국가부채는 129.2조원, 가계부채는 105.2조원이 상승했다.

 

이거 누가 갚나?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떠넘기는 빚이다. 그럼에도 나라를 운용하는 정부는 지금 '민생'을 운운하며 "빚을 더 내야하니까 국회가 협조해라"고 요구한다. 언론은 이런 사실들에 대해 심층보도가 아니라 "당장 경제가 어려워서 정부가 추경을 요구하는 것은 틀리지 않으니까 야당이 협조해라"무드다. 이를 인생경제, 민생국회, 민생추경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아니다. 야당은 지금이라도 이런 호도와 바람잡이에 흔들리면 안 된다. 추경편성이 꼭 필요한 부분, 물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추경 전체가 다 시급한 것은 아니다. 빚을 내서 우선 살고 보자는 경영은 올바른 경영이 아니다. 피케티의 말을 새삼 다시 음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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