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해설은 할머니 옛 이야기처럼 재미있어야"

체험의 질 높여줄 '군산역사문화탐방 지도사'들을 만나다

조종안 | 기사입력 2015/07/26 [17:46]

"문화 해설은 할머니 옛 이야기처럼 재미있어야"

체험의 질 높여줄 '군산역사문화탐방 지도사'들을 만나다

조종안 | 입력 : 2015/07/26 [17:46]

 

▲ 선유도 탐방에 나선 대원들이 박미자 문화관광해설사 해설을 메모하고 있다.     © 조종안

 


[신문고뉴스] 조종안 기자 =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군산(群山)에 지역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자원봉사 단체가 탄생했다. 군산시가 지난 6월 23일 '군산역사문화탐방 지도사'(아래 '역사문화 지도사') 50명을 초중고생 체험학습 및 수학여행단 전담 자원봉사자로 위촉한 것.


군산시는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군산역사문화 탐방서비스' 상품을 등록하고, 학생 방문이 급증하자 지자체 최초로 지난 3월 조달청과 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해왔다.


발대식 전부터 군산의 역사문화 교육을 해온 '역사문화 지도사'들은 역사문화기행 지도사, 역사논술 지도사, 한국사 자격증 등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의 우수한 관광홍보 인적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군산시 또한 지난 5월 시범운영을 통해 이들을 검증했다. 서비스를 받은 전국의 학교와 단체에서 만족한다는 연락과 함께 재방문을 기약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6년 전부터 지역 문화콘텐츠를 연구해오고 있는 사단법인 아리울역사문화 문정현(55) 대표는 군산을 찾아오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하고 싶어 자신이 강의하는 군산대 평생교육원에서 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주부 30여 명과 함께 자원했다고 밝힌다.


지난해 <어린이 군산학> 교재를 만들어 체험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문 대표는 "군산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오감으로 근대 시기 역사교육을 진행할 절호의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문 대표는 ▲ 탑과 들노래 ▲ 군산 구도심 속 시간여행 ▲ 장미동 이야기 ▲ 길 위에서 근대건축물에게 말을 걸다 ▲ 한국의 슈바이처 이영춘 박사님을 만나러 가자! ▲ 군산을 알면 세계가 보인다 ▲ 찾아가는 어린이 군산학 ▲ 군산 역사 속으로 고(go) 고(go) ▲ 찾아가는 어린이 박물관 ▲ 석기시대 군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조선은행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옥구향교에는 왜 큰 은행나무가 서 있지? 등 그동안 활동한 20개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탁류길' 스토리텔링과 '선유도' 현장 탐방도 다녀와
 

▲ 지난 7일 오후 군산시립도서관에서 열린 경험 중심의 스터디 모임.     © 조종안


'역사문화지도사' 대원은 30, 40대 주부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30대 남성과 70대 할아버지도 홍일점으로 끼어 있다. 발대식 후 총회 성격의 모임에서 단장(전금아) 부단장(염강이, 최화선, 구연숙, 김하나) 총무(강경희 김은숙) 등 임원진도 선출했다. 부단장이 여럿인 이유는 공부를 각 분야로 나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함이란다. 그들은 필요한 곳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게릴라처럼 달려간다고 해서 '자봉특공대'(자원봉사 특공대)라 불리기도 한다.
 

▲ 선유도 탐방 출발에 앞서 인원을 점검하는 문정현 대표(왼쪽)     © 조종안


 
'자봉특공대'는 그룹을 만들어 매주 화요일 경험(군산의 향토, 지리, 역사, 문화) 중심으로 발표 형식의 스터디 모임을 해오고 있다. 군산을 찾아온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도하기 위해 미션프로그램 해결을 통한 공감의 시간도 마련했다. 지난 14일과 21일에는 현장교육으로 '탁류길' 스토리텔링과 선유도 탐방을 다녀왔다. 아래는 문정현 대표의 느낌이다.


"지난 21일 대원 20명이 유람선을 타고 63개 유·무인도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를 돌아봤습니다. 선유도에 도착해서 대원들이 자전거 라이딩 투어를 직접 체험하는 등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소개할 수 있도록 현장체험 교육 기회를 가졌죠. 점심은 우럭매운탕을 먹었는데 반찬이 무척 맛깔스러워 좋았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박미자 문화관광해설사 안내로 투어코스 진행과 해설시연 등의 시간을 가져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습니다."


전금아(48) 단장은 "우리 대원들은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반성하며, 미래를 계획하고자 하는 역사의식이 뚜렷한 분들이다"라고 귀띔한다. 그는 "대원 다수가 도서관 역사특강 출강이나 초중고 방과 후 역사 수업을 지도하고, 개인별 그룹지도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이라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 자식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군산을 찾아온 학생들이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연구,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열심히 메모하고 녹취하는 학생들 보면서 보람 느껴
 

▲ 지난 14일 구 조선은행 뒤뜰, ‘탁류길’ 스토리텔링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조종안


자봉특공대 대원들의 스터디 모임과 '탁류길' 스토리텔링, 선유도 탐방 등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가입 동기와 경험담, 느낌 등을 정리했다.


이종연(74) : "평소 향토사에 관심이 많았다. 공무원 정년퇴임 후 문정현 대표가 강의하는 군산대 평생교육원 역사 힐링 프로그램에서 공부했다. 2012년에 시작한 '군산학'도 2기까지 강의를 받았다. 지난 봄 '투어'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서 가입하게 됐다. 신혼 때 개복동 말랭이에서 살아서 그런지 산동네, 골목길, 내항 등에 관심이 많다. 전라남도 담양의 고등학생 45명과 투어를 했는데, 열심히 메모하고 녹취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김은숙(30대): "군산에서 초중고, 대학원까지 다녔다. 육아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이곳을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웃음) 우연한 기회에 여행을 갔는데, 그때 애향심이 생겼는지 군산 역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고향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희망)으로 바뀌었다. 부정적인 면은 도시가 너무 낙후되었다는 것이고 긍정적인 면은 역사가 유구하다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역사와 치욕의 역사가 공존하는 군산을 널리 알리고 싶어 가입했다."
 

▲ 스터디 모임에서 ‘역사문화 지도사’ 역할을 설명하는 김하나 부단장(오른쪽)     © 조종안


김하나(30대) : "나는 서울이 고향이다. 빌딩 숲에서만 살다가 10년 전 결혼하면서 군산을 처음 알았다. 우리 세대는 전라도 하면 '광주' 밖에 모른다. 전주도 잘 모른다.(웃음) 군산에 처음 도착한 날 하늘만 보였다. 신기하면서도 한편 막막했다. 서울은 대학로에만 나가도 소극장이 널려 있는데 문화도 없는 삭막한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됐다. 그러던 어느 날 구암동 3·1운동 기념관에 들러 (군산 3·5만세운동) 자료와 유품을 살펴보며 달라졌다. 아이를 데리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사가 된 것도 그에 연유한다.


각 시군 자치단체에 소속된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로 한정된 공간에 상주하면서 해설하고, 우리(지도사)는 미션지로 방문객과 소통하면서 군산의 전반적인 부분, 즉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군산 사람들이 살아온 발자취를 짚어 줄 수 있는 거리와 유적지, 골목길, 내항 등을 두루 설명할 수 있어 좋다. 미션지를 통한 해설은 상대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방문객도 좋아하고, 우리도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


강정숙(40대) : "군산으로 이사한 지 8년쯤 됐다. 그때는 아이를 키우느라 기존 도시의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군산도 '항구도시'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우연한 기회에 '군산학' 강의를 받으면서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강의가 횟수를 더할수록 도시가 내면도 있고 새롭게 다가왔다. 김중규 학예사가 지은 책(<군산역사 이야기>)을 구해서 읽고 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군산의 매력도 늘어난다."


해설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어야
 

▲ 경험담을 들려주는 구연숙 부단장(왼쪽)과 전금아 단장(오른쪽)     © 조종안

 
구연숙(30대) : "지난번 '탁류길'을 걷는데 어렸을 때 기억들이 가물거리면서 '추억도 재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할머니 댁에 가려면 도선장에서 장항 가는 객선을 타야 했다. 집에서 도선장까지 걷곤 했는데, 사람이 시골 장날처럼 정말 많았다. 째보선창을 지날 때는 등대가 외롭고 쓸쓸하게 보이면서 비릿한 생선 냄새와 어부들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앞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만 추억이라는 재산이 있기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욱 친근한 지도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임미현(40대) : "해설은 구수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투어'할 때마다 해설을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를 가지고 고민한다. 학교 수업시간처럼 역사만 너절하게 나열하면 딱딱하고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고 구수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지식이 들어있지 않아도 느끼고 배우는 게 많다."


강경희(50대) : "며느리와 사위가 서울에서 가끔 내려오는데, 눈으로 보기만 해서 별 의미가 없었다. 기회가 되면 공부를 해서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마침 대원(지도사) 모집 소식을 접하고 가입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투어도 몇 차례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일본어과 학생들과 구 조선은행, 사가와 불이농촌 등을 돌아봤던 날이다. 해설에 집중하고 메모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인지 한 마디라도 더해주고 싶었다. 군산 학생들이 군산을 더 많이 배우고 체험했으면 좋겠다."


전금아 단장은 "군산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뿌듯하다"라며 "내 이익이 우선이 아닌 봉사의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땡볕을 마다치 않고 달려가겠으니 '자봉특공대'를 지켜봐 주시고 사랑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부탁한다"라고 말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군산시와 조달청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전국에서 110개교(6134명)가 군산역사문화탐방 상품을 이용하였다. 탐방을 예약한 학교도 22개교(1168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여파로 뜸했던 학생들 방문이 늘어남에 따라 '자봉특공대' 대원들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그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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