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왜 새누리당보다 지지율이 낮을까?

이진우 | 기사입력 2015/07/30 [21:05]

새정치연합, 왜 새누리당보다 지지율이 낮을까?

이진우 | 입력 : 2015/07/30 [21:05]

[신문고 뉴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 = 직업상 대학생 혹은 대학원생들과 자주 접하면서, 저희 세대(옛 386)와 2030세대 간 소통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전두환 군사정권, 광주민주항쟁, 87년 직선제 개헌, 88년 서울올림픽, 여소야대 국회와 5공 청문회 등이 우리 세대에게는 너무나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현재의 2030세대에게 그것은 그저 역사 교과서 속의 평범한 내용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   심각한 표정의 야당 지도부

 

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64년 도쿄올림픽과 88년 서울올림픽이 별반 다르지 않으며, 도리어 박태환이 수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김연아가 피겨 금메달을 딴 2010년 벤쿠버 올림픽이 더 의미 있는 대회로 각인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 큰 아이가 올해에 대학생이 되었고, 이제 내년 총선에서는 유권자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 세대의 경우에는 더 큰 간극이 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2년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 2002년... 월드컵 4강, 2002년 노무현 열풍... 이 모든 것 또한 역사 교과서 속의 평범한 내용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고, 오직 이명박과 박근혜에 대해서만 단편적인 기억을 갖고 있을 뿐이죠.

 

정치인 문재인과 격랑 속의 새정치민주연합이 직시해야 할 현실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생의 생존 사이클 속에서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보수화될 수밖에 없는 40대 후반 이상의 기성세대에서 보수여당이 비교우위를 누리는 상황에서 진보야당이 가야할 길은 현재의 2030세대와 앞으로 매년 새롭게 유권자로 유입되는 현재의 10대 후반과 소통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까지도 김대중, 노무현, 호남, PK, 민주화, 6.15선언, 촛불집회, 반독재, 민중, 반미, 반제국주의 등의 레토릭을 20년 넘게 그대로 외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승만...박정희...전두환...박근혜로 넘어오는 권위주의 정권보다 참신하고 민주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2030세대와 제 자식 세대에게 있어서는 역사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과거’일 뿐이죠.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한동안 격변의 연속이었습니다. 1992년 역사 바로 세우기와 5공/광주 청문회, 1997년 헌정사상 첫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2002년 노무현 돌풍까지... 정말 질풍노도의 시간들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선거의 승자는 항상 ‘미래’를 이야기한 세력이었고, 대선 이후의 정국 또한 미래를 위한 개혁과 쇄신이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 대선부터 이 같은 프레임이 깨져버렸습니다. 이 무렵부터 진보야당은 보수여당과 차별화가 없어져버렸습니다. 이명박이 박정희의 향수를 자극할 때 민주당은 과거-현재-미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가운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가 참패를 면치 못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먼 과거를 이야기하는 보수여당에 맞서 가까운 과거를 이야기하며 또다시 패배했습니다. 그리고도 정신을 못 차려 지금까지도 ‘노무현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래와 쇄신을 말하지도 못하고, 혹 말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진보야당... 그것이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입니다.

 

야당이 헤메고 있는 사이에 새누리당은 그들 수준에서 미래를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김무성은 열린 소통의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며 탈권위주의적인 새로운 계파수장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고, 유승민은 ‘따뜻한 보수(합리적 보수)’를 표방하고 있고, 남경필과 원희룡은 도정경험을 토대로 상생정치를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과연 야당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현재 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이 국민의 관심을 못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김대중 시즌2’와 ‘노무현 시즌2’중 어느 쪽으로 갈 것이냐는 빤히 보이는 시나리오 속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는 그 향배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2030세대와 제 자식세대에게 있어서는 과거와 과거의 노선투쟁일 뿐입니다. 중국 공산당으로 말하자면 모택동과 등소평 중 누가 맞는가를 놓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죠.

 

오픈프라이머리...탕평인사...우클릭...개헌...선거제도 개펀...국회의원 정수 조정... 이 모든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거기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 쏟아내는 메시지, 당직인선, 제도개혁 중 어느 곳에서도 ‘미래’를 향한 꿈, 의지, 열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승민은 현직 대통령과도 맞짱을 뜨며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야당은 당 밖에서 홀로 외치는 천정배만 있을 뿐 당내에서 문재인과 맞짱을 뜨며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면 현재의 권력 프레임에 이어 미래의 권력 프레임까지도 보수여당에게 선점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2007년 대선에서 과거 냄새가 물씬 풍겨났던 이명박이 미래를 이야기하고 미래 향기를 듬뿍 쏟아냈어야 할 정동영이 과거로 비쳐졌던 아픔을 2017년 대선에서 또다시 겪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지금 문재인과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없는 것은 바로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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