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어?”

[615경기본부 칼럼] 8.25 합의, 증오에 맞서 궁금해 하기

이효정(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기사입력 2015/09/05 [17:31]

“그런데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어?”

[615경기본부 칼럼] 8.25 합의, 증오에 맞서 궁금해 하기

이효정(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입력 : 2015/09/05 [17:31]

[신문고뉴스] “축구에서, 수비할 때 공을 확실히 잡는 방법을 생각해 냈어.” 요즘 축구 교실을 다니며 축구에 푹 빠진 여덟 살 아들이 생각해 냈다는 수비 방법은 같은 팀 선수의 어깨를 잡고 뛰어 올라 날아오는 공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근데 그게 반칙일지도 모르겠어.”라는 우려에 “네가 생각한 방법을 공격에 먼저 쓴 팀이 있지. 북한이야”라며 1966년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오른 북한이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썼던 사다리 전법을 이야기해줬다.

 

북한이라면 무기만 개발하는 줄 알았던 아이는, 서양인들에게 밀리는 신체 조건을 그 누구도 생각 못했던 작전으로 극복하며 경기에서 이겼던 북한 축구 이야기에 북한에 가보고 싶다더니 대뜸 묻는다. “그런데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어?”

 

아이의 물음이 신선했다.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북에 가서도 맛볼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아이에게 북은, 아직 전쟁을 끝내지 않은 적이 아니라 또래의 아이들은 어떤 생활을 할 지 궁금한 곳이었다. 글쎄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을까? 남에 정착한 북한 출신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떡볶이, 어묵과는 다른 길거리 음식을 즐긴다고 한다.

 

통일의 미래를 함께 꾸려 나가야 할, 그러나 만날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할까? 아마 그럴 시간이 없을 것이다. 사느라 바빠, 미워하느라 바빠서 말이다. 대립과 대결 분위기에서 갖게 되는 보통의 감정은 증오 또는 혐오이다.

 

나와 다른 무엇을 찾아내어 그 다름을 비웃고 경멸하게 된다. 그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비웃고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체제를 혐오한다.

 

남북관계가 오래 동안 경색되었고 불과 얼마 전에는 북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남에서도 강경 대응을 엄포하며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다행히 팽팽한 긴장과 대립은 화해의 시도로 이어졌고 8.25합의라는 극적인 합의를 낳았다.

 

단지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조치만 합의하지 않고 이산가족의 만남, 이후의 남북교류를 약속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런데 합의 직후, 국방부에서는 북의 지도부를 제거하겠다는 참수작전을 발표하고 반북단체에서는 북의 체제를 비난하는 전단지를 살포하겠다고 한다.

 

증오와 혐오가 뼛속까지 깊이 박혀 버린 이들이 쉽게 바뀌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그들로 인해 대화를 재개하는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마음 깊숙이 증오와 혐오를 품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8.25합의의 성과로 추석에 만나는 이산가족의 아픔에, 더 많은 국민들이 함께 하고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나도, 우리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면 좋겠다. 또, 동포들의 일상을, 그들의 삶을 궁금해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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